60일간 ‘의견제출’ 내달 5일…마감 임박
업계 “의견 제출 미루고 의견 청취해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 |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전기차 보급을 압박하는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제안규칙(Proposed Rule)’과 관련해 국내 완성차 업계가 우려하고 있다. ‘규제 완화’를 요청하는 업계와 현지 시민단체의 의견에도 EPA가 완강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26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보수진영 비영리 연구단체인 ‘국가공공정책연구센터(NCPPR)’는 최근 EPA에 보낸 서한을 통해 완성차 업계의 의견제출 기한을 오는 9월 14일까지 늦춰달라고 요청했다.
NCPPR은 갤럽의 조사를 인용하면서 “현재 미국 성인의 41%는 전기차를 구매하고 싶은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며 “다양한 전기차가 시장에 보급된다고 하더라도, 소비자들의 선호가 여전히 내연기관에 있다면 미국 정부가 원하는 요구를 완성차 업계가 맞출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배기가스를 감축하고, 전기차 비중을 늘리려면 여기에 들어갈 원자재에 대한 고려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면서 “의견제출 기한을 연장하면서 EPA가 다양한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길버트 카스틸로 현대차 미국법인 규제준수(Regulatory Compliance) 책임이사도 서한을 통해 “EPA가 의견 제출 기간을 오는 8월 7일까지 늘려주길 바란다”면서 “EPA가 내놓은 규제안에 대해서 현대자동차가 규칙을 검토하고 대응할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했다.
북미 시장에 자동차를 공급하는 완성차 업체들의 모임인 ‘미국 자동차혁신연합(AAI)’과 판매자 연합인 ‘미국 자동차딜러협회(NADA)’, 또 ‘미국 석유화학 제조협회’도 추가로 서한을 보냈다. 업계는 의견 수렴을 통해 완성차 업계와 시민사회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자동차가 현재 내연기관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는 미국 앨라바마 공장 전경. [현대차 제공] |
EPA는 완강하게 맞서고 있다. 내달 5일로 예정된 업계의 의견 수렴을 고수하겠다는 원칙이다. EPA는 현대차에 보낸 서한 답변에서 “4월 법안을 발표하고서 민간에서 이를 검토할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다”면서 “제안에는 감사하지만, 의견제출 기한 연장 요청은 거절할 것”이라고 답했다.
EPA가 지난 4월 내놓은 제안규칙은 미국 내 자동차 배출가스를 2027년부터 2032년까지 매년 13%씩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2032년 배출가스를 2026년 대비 56%까지 줄이는 것이 목표다. 배출가스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2032년까지 전체 완성 자동차의 67%를 전기차로 채워야 한다.
이 때문에 인플레이션감축법(IRA)보다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는 규제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IRA는 미국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전기자동차에 보조금을 주면서, 소비자들의 전기자동차 구입을 독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반면 EPA 제안규칙은 업체들의 배출가스를 직접 규제한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발걸음도 빨라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공장을 짓고 있다. 현지에 있는 내연차 공장의 전기차 라인 증설도 준비 중이다. 최근 미국 정부의 전기차 체제 전환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생산시설 구축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인베스터데이 행사를 통해 “최대한 빨리 현지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것”이라면서 “다양한 방면에서 생산 시점을 당길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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