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항소법원서 ‘구두변론’, ‘전기료’ 지적
12월 결과 나올듯…철강업계 파장 예상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포스코 제공] |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한국의 값싼 심야전기료는 정부가 포스코에 제공하는 보조금”이라는 미국 철강기업 ‘누코어(Nucor)’의 문제 제기가 법정 다툼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 정부가 심야 전기료를 싸게 하는 방식으로 철강 제품에 보조금을 제공했으니 미국 정부가 여기에 ‘반덤핑 관세’를 추가로 부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2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연방순회항소법원(CAFC)’에서 법정 구두변론이 열리면서 관련 사건이 본격적으로 항소심에 돌입했다. 앞선 1심 재판에서 법원은 포스코의 손을 들어줬다. 여기에 ‘누코어’가 제동을 걸면서, CAFC가 사건을 들여다보게 됐다. ‘누코어’는 지난 2017년 미국 상무부의 결정에 처음 문제를 제기했고, 현재까지 소송을 이어오고 있다.
‘누코어’는 심야시간 등 ‘비 피크시간대’에 한전이 저렴하게 전기를 공급한 것이 우리 철강업계에 제공하는 보조금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한국산 철강 가격이 저렴해졌으니, 상무부가 ‘덤핑행위(가격을 낮춰 수출하는 것)’에 부과하는 관세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포스코는 ‘우리 산업환경을 이해하지 못한 의견 제기’라고 반박했다. 우리 기업 환경상 통상적인 조건이고, 한전이 ‘전기 비사용 시간대’에 낭비되는 전기를 소비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앞선 구두변론에서는 한전이 심야시간대에 산업용으로 판매하는 전기가 실제 생산 단가에 미치지 못한다는 내용이 언급됐다. 누코어 측은 이에 대해 “한국의 전기요금이 비현실적으로 세분돼 있다”고 지적했다. 상무부 측은 한전의 전기요금 정책을 자료로 제시하면서 “한전이 포스코에 특혜를 준 것도 아니고, 한국의 일반 전기요금이 그렇게 책정돼 있다”고 맞섰다.
세아베스틸 철강 생산 현장. [세아베스틸 제공] |
오는 12월로 예상되는 CAFC 판결이 국내 철강업계의 미국 수출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제기된다. ‘판례법주의’를 따르고 있는 미국에서 법원이 내리는 판결이 향후 의사결정 과정에서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현지 업체들은 국내 철강 제품의 가격을 거듭 문제 삼고 있다. 높은 품질의 국내 철강 제품이 저렴한 가격에 현지에 공급되는 것에 불만을 제기하는 모습이다. 미국 상무부에 끊임없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 것을 요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 지난 2017년에는 미국 ‘매버릭튜브코퍼레이션’은 CIT에 상무부와 세아제강을 제소했다. 당시 현지업체는 이번처럼 한국의 산업용 전기료를 보조금이라고 문제 삼았다. 지난 2월에는 ‘누코어’가 현대제철의 열연강판 제품을 수출하는 데 들어간 항만사용료가 비정상적으로 저렴하다고 지적해 CIT에서 소송이 진행됐다.
철강업계는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항만사용료나 전기사용료는 업체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철강업체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다”며 “현지에서 문제를 제기하면 소송을 벌여야 하고, 미국 상무부에도 추가 제출을 해야 하니 피로감이 쌓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상무부는 지난 13일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현지에 수출한 열연코일(HRC)에 대해 반덤핑(AD)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한 예비판정을 내렸다. 최종 결과는 향후 120일 이내 발표된다. 여기에도 ‘누코어’ 등 현지 철강업체의 문제 제기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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