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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이스피싱 대명사 된 내이름 ‘김미영’, 금융사기 경각심 가졌다면 만족”

‘김미영 잡는 김미영’, ‘고졸 출신 여성 부원장’, ‘최초 내부 출신 여성 임원’.

김미영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부원장)에게는 늘 따라붙는 말이 많다. 김 처장은 이 중에 ‘김미영 잡는 김미영’을 가장 기억에 남는 말로 꼽았다. 1세대 보이스피싱 상징과 이름이 같은데다 2021년 불법금융대응단장으로 보이스피싱을 단속하는 업무를 맡았다.

김 처장은 “이번에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을 맡으면서 느낀 건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 범죄로 국민들이 지속적인 피해를 받는다는 것”이라며 “내가 유명해지는건 원치 않지만, 내 이름으로 사람들이 보이스피싱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젊은층에게는 널리 알려진 금융범죄 수법이지만, 여전히 ‘엄마, 나 폰 잃어버렸어. 이 계좌로 돈 좀 보내줘’ 등 가족을 빙자한 사기범의 연락에 속는 피해자들은 지금도 매일같이 나오고 있다.

그는 금융범죄를 잡아내고,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일을 ‘두더지 게임’에 비유했다. 그는 “한 구멍에서 튀어나오는 두더지를 막으면 다른 데에서 또 다른 두더지가 튀어나오니 최대한 빨리 때리는 수 밖에 없다”며 “아주 상세하게 금융범죄 대응 메뉴얼을 만들어놓으면 금융사기범들이 이를 참조해 또 다른 시나리오를 만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융소비자 보호의 최일선에 있는 그는 금감원 내에서도 상징적인 존재로 꼽힌다. 업무 자체도 중요한 것을 맡았지만 ‘여성’, ‘고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1985년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바로 한국은행에 입사했다.

이후 1999년 ‘금융감독기구의설치등에 관한 법률’(현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 등 4개 감독기관이 합친 금융감독원이 출발하면서 자연스럽게 금감원으로 적을 옮기게 됐다. 금감원에서는 은행준법검사국 팀장, 자금세탁방지실장, 여신금융검사국장, 불법금융대응단 국장, 부원장보 등을 맡았다.

여자가 드물기도 했지만 굵직한 업무를 맡아오다보니 자리를 옮길때마다 부담감도 만만치 않았다. 첫 여성 검사역 승진 시에는 인사부에서 ‘네가 시범케이스니, 너에 따라 (여자들의 길이) 앞으로 달라질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김 처장은 “그럴 때일수록 걱정도 많았지만 마음 한 켠에서는 일에 대한 자부심, 열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고 했다. 금소처장에 오른 것 또한 자신의 영달이 아닌 금감원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아줄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직장인에게 보상은 결국 월급과 직위 아니겠냐”며 “이 자리는 외부 출신이 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소비자보호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내부 출신이 앉았다는 점에서 금감원 직원들 스스로도 업무에 대해 자긍심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젠더(gender) 다양성 물꼬를 확대하는 계기도 됐다. 그는 “여자 직원들한테는 상위 레벨 임원에서 실제 존재하는 여성 롤모델을 볼 수 있다는게 중요하다”며 “남자 직원들 또한 여자 상사랑 근무하는게 자연스럽다는 것을 느끼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금감원 직원들이 가진 소명의식에 대한 감사함, 앞으로 가져야할 자세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는 “금감원에 입사를 하려는 직원들을 면접 하다보면 금융사 대신 금감원을 선택한 이유에 공공적 가치를 구현하고 싶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며 “금융사들을 검사하고, 잘못된 관행 등을 치열하게 조사하는 과정 자체의 스트레스도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 금융시장의 발전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연진·서정은 기자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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