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그룹 회장 등 경제사절단 만찬 총출동
방산·건설업계 등 신시장 진출 주목
최태원(가운데) 대한상의 회장 겸 SK 그룹 회장이 22일(현지시간) 하노이 한 호텔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베트남 동행 경제인 만찬 간담회에서 목발을 들어 보이며 건배를 제의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양대근·김지헌·김성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한 가운데 경제계 주요 인사들도 ‘기회의 땅’에서 신사업 기회 창출을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목발을 짚고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윤 대통령 주재로 열린 경제사절단 만찬에서 직접 건배사를 제의하며 이목을 끌었다. 최 회장은 “브레이크 어 레그(Break a leg)는 다리가 부러졌다는 뜻도 있지만, ‘행운을 빕니다’라는 뜻도 있다”면서 “브레이크 어 레그”를 외치자 참석자들이 “대한민국”으로 화답했다. SK그룹은 베트남의 미래 성장성에 주목하고 현지 법인을 통한 사업 확장과 동시에 유망 산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에 나서면서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한 호텔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동행 경제인 만찬 간담회에서 최태원 대한상의·SK그룹 회장(앞줄 왼쪽 두번째부터),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이 윤 대통령의 격려사에 박수치고 있다. [연합]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만찬 참석은 물론 베트남 현지에서 국내 경제사절단과 함께 비즈니스포럼 등 주요 일정을 소화했다. 특히 22일은 이 회장의 55번째 생일이기도 해 국내외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 회장은 베트남에서 남다른 성과를 내고 있는 스마트폰, 5G(세대) 통신, AI 등 현지 주요 사업들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방안을 중점적으로 모색할 것으로 전해졌다.
22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한 호텔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동행 경제인 만찬 간담회에서 정의선(오른쪽) 현대차그룹 회장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지 완성차 시장을 점검하며 경제협력 확대에 힘을 실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베트남 현지 생산을 10만대 이상 늘려 토요타를 제치고 판매 1위를 탈환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LG그룹도 구광모 회장 중심으로 하노이 국가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한-베 파트너십 박람회’에 주요 전시작을 선보이는 등 현지 시장 공략에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전날 박람회 전시부스를 깜짝 방문해 LG의 미래컨셉트카인 ‘LG 옴니팟(OMNIPOD)’을 실제로 탑승해보기도 했다. LG옴니팟은 최첨단 전장, 가전, 디스플레이 기술을 바탕으로 오피스·개인공간 등으로 활용가능한 미래 자율주행차 모델이다.
22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한 호텔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동행 경제인 만찬 간담회에서 김동관(왼쪽) 한화그룹 부회장이 정기선 HD현대 사장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연합] |
주요 그룹 리더들의 현지 사업장 점검도 이어졌다. 정기선 HD현대 사장은 전날 베트남 중부 칸호아성에 위치한 현대베트남조선을 방문해 공정 진행사항을 살피고, 임직원을 격려했다. 정 사장은 “앞으로도 현대베트남조선이 성공 신화를 계속 써나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대베트남조선은 한국 조선업 최초이면서, 유일한 해외진출 성공사례로 꼽힌다.
22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한 호텔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동행 경제인 만찬 간담회에서 최태원(앞줄 왼쪽부터) 대한상의·SK그룹 회장과 구자은 LS그룹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장이 환담을 나누고 있다. [연합] |
현지에 먼저 도착한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지난 20일 LS전선아시아 베트남 생산법인인 LS비나 등 주요 현지시설을 모두 둘러보고 임직원들을 격려하는 자리를 가졌다. LS그룹은 베트남 진출 1세대 기업으로 분류되며, 현지 대도시 전력인프라 구축과 산업발전에 기여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도 현지 주요 사업장을 잇따라 방문해 사업 진행 상황과 향후 투자 계획 등을 점검했다. 베트남은 효성의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전초 기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섬유, 산업자재, 화학, 중공업, 정보통신 등 핵심 사업을 베트남에서 진행 중이며,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 사업의 경우 단일 규모로 세계 최대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다.
22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한 호텔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동행 경제인 만찬 간담회에서 박정원(왼쪽) 두산그룹 회장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 |
22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한 호텔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동행 경제인 만찬 간담회에서 조현준(오른쪽) 효성그룹 회장이 박주환 티케이지태광 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 |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강구영 한국항공우주(KAI) 사장 등 방산업계 주요 인사들도 그동안 불모의 땅으로 여겨졌던 베트남 시장 공략에 힘을 보태고 있다. 베트남은 그동안 중국과 러시아에서 무기를 수입해 왔다. 하지만 군 현대화를 적극 추진하면서 이번 순방을 기점으로 한국형 기동 헬기인 수리온(KUH-1)을 비롯한 주요 제품들의 수출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베트남의 경우 군용뿐 아니라 소방·경찰 헬기 등 노후 헬기 교체 수요가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베트남 하노이 스타레이크 시티 복합개발현장에 22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 방문을 환영하는 메시지와 부산엑스포 유치 지지를 기원하는 조형물이 세워졌다. 스타레이크시티는 하노이 서호(西湖) 지역에 여의도 면적의 3분의 2 수준인 210만4281㎡(약 63만6545평) 규모의 신도시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대우건설이 지분 100%를 소유한 베트남THT법인이 주도하고 있다. [대우건설 제공] |
건설업계에서는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이 베트남 주요 인사들과 잇따라 회동을 갖고 양국의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베트남은 대우건설이 한국기업 최초로 진출한 곳으로 리비아·이라크·나이지리아와 함께 대우건설의 핵심 해외 거점시장으로 꼽힌다.
하노이에서 스타레이크 신도시 복합개발사업을 진행 중인 대우건설은 이날 개발현장에 윤 대통령 방문을 환영하는 메시지와 부산엑스포 유치 지지를 기원하는 조형물을 세워 눈길을 끌었다. 스타레이크 사업은 여의도 3분의 2 크기인 186만3000㎡ 부지를 한국형 신도시로 개발하는 초대형 도시개발 프로젝트다.
22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한 호텔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동행 경제인 만찬 간담회에서 현정은(하늘색 옷) 현대그룹 회장 기준 신동빈(왼쪽 네번째) 롯데그룹 회장, 손경식(왼쪽 다섯번째) CJ그룹·경총 회장 등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 |
이날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보반트엉 베트남 국가주석과 회담을 갖고 베트남 진출 한국기업 지원과 양국 간 경제협력 강화 방안을 의제로 활발한 대화를 나눴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과 베트남 진출 중소기업인들도 응우옌 찌 증 베트남 기획투자부 장관과 중소기업 경영환경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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