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 우정, 정의가 도덕책에만 있다고 생각하는 세태에 ‘이런 것도 있다’고 (관객들에게) 상기시켜주고 싶었다”

K-액션이 글로벌 시장에서 또 한번 빛을 발했다. 넷플릭스 시리즈물 ‘사냥개들’이 공개 2주 차에 톱(TOP) 10 리스트 1위에 오른 것이다. ‘사냥개들’은 미국, 프랑스, 브라질, 태국, 호주 등 전세계 83개 국가에서 TOP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지난 21일까지 6594만 시청 시간을 기록했다.

2년 반 동안 ‘사냥개들’에 매달렸던 김주환(사진) 감독은 최근 헤럴드경제와 만나 “한국 작품이 넷플릭스에서 히트한 게 많아 완성도가 형편없다는 소리를 들으면 안됐었다”며 “나름 액션에서는 새로운 지점을 마련했다고 자부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지난 9일 공개된 ‘사냥개들’은 사람 목숨보다 돈이 먼저인 사채업 세계에 휘말린 두 청년이 거대한 악의 세력에 맞서 목숨 걸고 싸우는 이야기다. 사채 이용자들을 교묘하게 괴롭히는 사채꾼 조직의 스토리가 적나라한데다 액션 역시 복싱과 칼을 들고 다투는 조폭액션이 상당히 디테일하다.

김 감독은 “드라마는 캐릭터가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다 보니 원작(동명의 네이버 웹툰)을 놓고 상상을 많이 했다”며 “액션신의 경우 난이도가 높은 신은 한 컷을 얻는데 40분 이상이 걸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가 가장 고민했던 지점은 각 회의 엔딩이었다. 그는 “캐릭터와 플롯에 대한 고민이 많아야 ‘엔딩맛집’이 된다”며 “주인공이 위기에 빠질 때 앞 부분의 내용이 자연스럽게 결말로 이어지는 능동적인 위기를 최대한 만들어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사냥개들’은 두 주연 배우의 브로맨스와 복싱 연기가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극중 우도환(건우 역)과 이상이(우진 역)가 복싱 선수로 나오다 보니 배우들 역시 그 부분에 신경을 썼다. 김 감독이 ‘사냥개들’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시원한 액션 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이 답답한 현실을 통쾌하게 타개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이어 “의리, 우정, 정의가 도덕책에만 있다고 생각하는 세태에 ‘이런 게 있다’고 상기시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형이 하면 내가 할께’라고 말하는 우도환의 역할이 컸다. 그는 “우도환은 영화 ‘사자’(2019) 이후 나의 기둥 같은 존재”라며 “나도 외동인데다 유학 생활을 오래해 우정과 의리가 그리웠는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시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바로 두 남자 주인공과 ‘악’에 맞서는 역할을 맡은 김새론(현주 역)이 음주운전 물의를 일으켜 후반 작업이 올스톱 된 일이 있었다. 그는 “한 달의 시간이 주어져 7, 8화를 다시 썼다”며 “김새론의 분량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원래 는 김새론이 우도환·이상이와 힘을 합쳐 악을 철퇴하지만, 수정 대본은 두 남자의 숭고한 브로맨스로 마무리됐다. 김 감독은 마지막으로 “현실의 결핍을 보완해주는 ‘힐링 콘텐츠’가 많이 나오길 바란다”면서 “창작자들이 척박한 세상과 싸워 좀 더 나은 사회로 끌고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병기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