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가정용 ESS ‘엔블럭’ 론칭해 유럽 공략
삼성SDI 초대형 ‘SBB’ 공개…SK온도 공격 진출
중국 ESS 시장 점유율 78%…정부 지원 절실
LG에너지소루션의 주택용 ESS ‘엔블럭 S’. [LG에너지솔루션 제공] |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국내 배터리 회사들이 2030년 2620억달러(약 336조원) 규모로 급성장이 예상되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활용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이를 저장하는 ESS가 필수로 자리 잡고 있어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독일에서 열린 세계 최대 ESS 전시회 ‘ees(electrical energy storage) 유럽 2023’에서 주택용 ESS 신규 브랜드인 ‘엔블럭(enblock)’을 공개했다. 엔블럭은 ‘Energy’와 ‘block’을 합친 단어로 ‘에너지가 담긴 공간’을 의미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그동안 북미, 유럽 등 주택이 많은 해외 지역에서 ‘RESU’라는 브랜드를 활용 가정용 ESS 사업을 해왔다. 하지만 이달부터 주택용 ESS의 가치를 보다 직관적으로 알리기 위해 엔블럭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도입하기로 했다.
LG에너지소루션의 주택용 ESS ‘엔블럭 E’. [LG에너지솔루션 제공] |
이에 발맞춰 주택용 ESS 신제품 ‘엔블럭 E’와 ‘엔블럭 S’도 공개했다. 엔블럭 E는 세로로 긴 캐비닛 스타일의 디자인으로 좁은 공간에도 설치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컴퓨터에 CD를 넣는 것처럼 팩을 끼워 넣는 방식으로 최대 5개(15㎾h)까지 모듈 확장이 가능하다. LFP(리튬·인산·철)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도 특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NCM(니켈·코발트·망간) 기반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주로 생산해 왔지만, ESS에 LFP를 적용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올 하반기 유럽에 출시된다.
엔블럭 S는 NCM 기반의 높은 에너지밀도를 자랑하는 주택용 ESS로, 서랍처럼 쌓는 모듈 구조로 이뤄져 있다. 엔블럭 S와 마찬가지로 최대 5개(17.7㎾h)까지 용량 확장이 가능하다. 두 시스템 간 병렬 확장도 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주택용뿐 아니라 전력망·산업용 ESS 등의 사업도 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말 ESS 시스템통합(SI) 전문기업인 미국 ‘NEC에너지솔루션’을 인수해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 버테크’를 세우기도 했다. 신설 법인에서는 ESS 사업 기획, 설계, 설치, 유지·보수 등을 담당한다. 단순 ESS 공급을 넘어 SI까지 제공하는 완결형 사업 역량을 구축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목표다.
삼성SDI의 박스형 ESS ‘SBB’. [삼성SDI 제공] |
삼성SDI도 최근 배터리 셀과 모듈 등을 하나의 박스 형태로 세팅한 ESS인 ‘SBB(Samsung Battery Box)’를 공개했다. 전체 용량은 3.84㎿h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통상적으로 독일 가구의 1일 평균 전력소비량이 10㎾h인 점을 감안하면 약 400가구의 하루 전력 소비량을 충당할 수 있다.
하이니켈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 등을 적용해 기존 배터리보다 용량을 대폭 향상했다. 특히 박스 형태로 만들어져 설치 장소에서 전력망에 연결만 하면 바로 사용이 가능하다.
삼성SDI도 2010년부터 리튬 배터리 ESS 사업을 해왔다. 전력용, 상업용, 가정용, 통신용과 UPS(무정전 전원공급장치) 솔루션으로㎾h급부터 ㎿h급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 중이다.
지난 2017년에는 글로벌 ESS 시스템 회사들과 손잡고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진행하고 있는 전력 공급망 구축 프로젝트에 참여해 전체 프로젝트 규모의 약 70%인 240㎿h의 ESS 배터리를 공급하며 안전성을 인정받았다. 2016년에는 티벳 고산지대에 14㎿h 규모의 ESS와 13㎿급 태양광 발전소를 연계한 친환경 자급자족 전력체계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SK온도 미래 성장 동력으로 ESS 사업을 추진 중이다. 특히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도입 등으로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미국 신재생에너지 연계용 ESS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또 장기적으로 성장 잠재력이 높은 차량 충전 사업용 ESS, 선박용 ESS 시장도 개척할 예정이다.
SK온은 그동안 전기차 배터리를 주력으로 생산해 ESS 시장에서는 다소 후발주자다. 아직 사업은 초기 단계로 매출 규모, 비중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SK온은 안전성을 높인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신기술을 접목해 보다 강화된 제품군을 확보할 계획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앞다퉈 ESS 시장에 투자하는 이유는 높은 시장성 때문이다. 블룸버그신에너지금융연구소(BNEF)에 따르면 ESS 산업시장은 2021년 110억달러에서 2030년 2620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배터리와 마찬가지로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이 치열하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우리 기업들이 시장을 선점했지만, 국내에서 잇달아 화재 사건이 터지며 시장이 급격하게 축소됐고 빈자리를 중국 기업들이 채웠다. 지난해 CATL, BYD 등 중국 배터리 기업의 전 세계 ESS 시장점유율은 78%에 달하는 데 반해, 국내 배터리 기업의 점유율은 14.8%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ESS는 전력 저장을 통해 발전소 건설비, 송전선 설치비 등의 투자비를 절감할 수 있고 재생에너지 변동성 대응이 가능해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글로벌과 다르게 그동안 정체됐던 국내 ESS 시장이 다시 성장기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iy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