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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중 갈등 풀리나…기업들 속도내는 ‘포스트 차이나’ 전략은? [비즈360]
미·중 해빙 모드 속 ‘포스트 차이나’ 고심하는 재계
섬유업계, 아라미드 투자로 차세대 시장 승부수
이차전지·석유화학업계 등도 시장 다변화·글로벌 증설 속도

‘슈퍼섬유’인 아라미드를 생산하는 코오롱인더스트리의 경북 구미 공장 전경. 국내 섬유업계의 아라미드 생산능력은 오는 2025년 중국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제공]

[헤럴드경제=양대근·한영대 기자]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방중 일정과 관련 양국이 해빙을 위한 첫 발을 뗀 것이란 평가가 이어진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대(對)중국 경제정책이 ‘디커플링’(공급망 배제)에서 ‘디리스킹’(위험 관리)으로 전환될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산업계도 이러한 글로벌 공급망 시장의 변화를 위기인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호기로 보고 있다. 한 발 빠른 신시장 공략과 제품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는 한편 그동안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거나 중국 제품에 경쟁력이 뒤쳐졌던 업종의 경우 ‘포스트 차이나’ 전략을 통해 새판짜기에 나서고 있어 향후 결과가 주목된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섬유업계는 ‘슈퍼섬유’인 아라미드를 앞세워 대대적인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섬유업계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와의 저가경쟁에 밀려 침체일로를 걸어왔다.

아라미드는 5㎜ 굵기로도 2t에 달하는 자동차를 들어올릴 만큼 뛰어난 강도를 자랑하는 차세대 섬유다. 최근 우주복과 방탄복을 비롯해 전기차·5G 광케이블 등의 핵심 소재로 각광을 받고 있다.

국내 섬유업체들은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비장의 카드로 아라미드 생산능력을 키워 왔다. 현재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연산 7500t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고, 효성첨단소재(3700t)·도레이첨단소재(3200t)·태광산업(1500t)·휴비스(1350t) 등이 뒤를 따른다.

여기에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올해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연간 7500t의 아라미드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증설하고 있다. 증설이 완료되면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연간 아라미드 생산능력은 현재의 2배인 1만5000t으로 늘어난다. 태광산업도 1450억원을 투자해 연 아라미드 생산량을 오는 2025년 5000t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글로벌 아라미드 시장에서 한국의 생산능력 점유율 역시 지난해 기준 13.5%에서 2025년에는 18.6%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생산량도 1만7250t에서 2만8250t으로 늘어난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2025년에는 한국보다 아라미드 생산량이 많았던 중국(2022년 2만3000t →2025년 2만6000t)을 제치고 다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아리미드는 기존 섬유 제품과 비교했을 때 기술·생산공정 난이도가 상당히 높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제품의 기술력이 뛰어나다고 평가를 받는 만큼, 한국이 우위를 차지하면 중국이 다시 추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 중국 창저우 분리막 생산 공장 전경. [SK아이이테크놀로지 제공]

이차전지 소재업계는 중국과의 정면승부에 나섰다. 일례로 분리막은 지난해 글로벌 시장(공급액 기준) 점유율을 보면 중국이 56%로 압도적이다. 한국은 23%의 점유율로 절반 수준이지만, 각 그룹 계열사의 역량을 활용하거나 적극적으로 해외 공장 설립에 나서는 등 시장 판도를 바꾸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습식분리막 분야 글로벌 1위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내년까지 폴란드 4공장을 순차적으로 가동할 계획이다. 최대 연 15억4000만㎡에 달하며,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생산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은 지난해 6월 헝가리에 배터리 분리막 합작법인을 설립해 오는 2028년까지 연간 8억㎡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추기로 했다.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석유화학업계 역시 선택과 집중 전략과 함께 탈중국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석화업계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곳이 바로 인도다. 세계 인구 1위가 유력한 인도는 각국의 투자가 증가하면서 중국을 대체하는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르는 중이다.

최근 인도 내 잇따른 공장 증설로 인해 페인트 수요가 급증하는 것과 관련 롯데정밀화학이 주목받고 있다. 롯데정밀화학은 페인트 첨가제인 헤셀로스를 생산하고 있으며 주요 고객으로 인도 기업들이 꼽힌다. 국도화학 역시 오는 2024년부터 인도 현지 공장을 가동하고 납사와 에폭시 등 주요 원료를 공급할 계획이다.

화장품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LG생활건강은 최근 한방 화장품 브랜드 ‘로얄 레지나’를 선보이며 ‘후’ 브랜드가 만들어진 이후 처음으로 용기에서 한자와 궁중 디자인을 뺐다. 아모레퍼시픽도 올해 3월 설화수 용기 전면에서 한자 표기를 뺐고, 모델 역시 다양한 인종으로 바꾸는 전략을 택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최근의 대중국 수출감소세는 경기적 요인뿐 아니라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구조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장기화 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하락세에 있는 만큼 중국 외 수출 시장 발굴의 중요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bigroot@heraldcorp.com
yeongda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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