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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원자잿값 내려도 가격 그대로”...어디 라면값뿐이겠나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18일 KBS ‘일요진단’에 나와 지난해 라면값이 줄줄이 올랐는데 “국제밀 가격이 1년 전 대비 50% 떨어졌다”며 “이에 맞춰 기업들이 적정하게 가격을 내리든지 대응해줬으면 한다”고 가격인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라면 같은 품목의 가격은 시장에서 업체와 소비자가 결정해 나가는 것이라 정부가 개입해 가격을 통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제했지만 가격인하 신호를 준 모양새다.

지난해 9월 주요 라면업체들은 원자잿값과 임금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9.7~11.3% 올렸다. 농심은 2021년에도 6%가까이 올렸는데 또 11.3%나 올렸다. 5개들이 라면이 4000원이 넘는다. 불황형 소비제품인 라면 수요는 늘어나는데 서민이 라면마저 쉽게 살 수 없게 된 것이다. 라면값 인상 덕에 업계는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늘어나 수백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소비자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다. 라면업계는 추 장관의 발언 이후 곤혹스러워하면서도 인하를 검토하겠다고 한다. 밀 외에 다른 원부자재의 영향도 있다고 항변했지만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에 동참하겠다는 의향을 내비친 건 다행이다.

체감물가가 너무하다고 느끼는 건 비단 라면뿐이 아니다. 외식물가는 겁이 날 정도다. 5월 소비자 물가가 3.3%인데 먹거리 물가는 2배 수준이다. 가공식품은 전년 동기 대비 7.3%, 외식은 6.9% 올랐다. 농수산물 가격이 내렸는데도 변동이 없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서민이 즐겨 먹는 외식 메뉴는 최근 5년간 최고 40% 넘게 올랐다. ‘국민도시락’으로 꼽히는 김밥은 2192원에서 3200원으로, 무려 46% 상승했다. 자장면 가격도 4923원에서 6915원으로 40.5% 올랐고, 냉면, 비빔밥은 1만원 아래를 찾기 어렵다. 직장인들이 한 끼 해결하는 게 팍팍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물가는 한 번 오르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격인상 요인이 없어져도 오른 가격 그대로다. 정부가 일일이 가격 통제에 나서는 건 시장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어 바람직하지 않지만 먹거리물가는 가계 부담이 큰 만큼 관리가 필요하다. 정부가 나선 사례가 없는 건 아니다. 이명박 정부 때 밀 가격 하락을 이유로 압박하자 농심은 제품가를 2.7~7.1% 내렸고 식품업계 전체적으로 줄줄이 가격인하에 동참했다.

먹거리물가 상승으로 소비여력이 줄면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다행히 물가상승세는 6, 7월에는 2%대로 안정될 것이라고 한다. 국민이 물가안정을 체감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는 먹거리물가 관리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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