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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드 뒤집어쓰고 청바지 입은 베르디가 온다
국립오페라단, 22일부터 ‘일 트로바토레’
[국립오페라단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후드티를 뒤집어 쓰고 청바지를 입은 베르디가 온다.

국립오페라단은 베르디 탄생 210주년을 맞아 오는 22~25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일 트로바토레’ 무대에 올린다고 19일 밝혔다.

‘일 트로바토레’는 ‘라 트라비아타’, ‘리골레토’와 함께 베르디의 3대 걸작으로 꼽힌다. 작품은 비극이 뒤얽힌다. ‘집시 여인’ 아주체나는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귀족에게 복수하려다 자신을 아들을 죽인다. 다시 한 번 복수의 칼을 품고 귀족의 둘째 아들을 납치, 만리코라는 이름을 붙이고 자신의 아들처럼 키운다. 출생의 비밀을 모르는 만리코는 자신의 친형인 루나 백작과 레오노라라는 여자를 두고 경쟁하게 되면서 복수와 사랑으로 뒤얽히게 되는 작품이다. ‘일 트로바토레’는 ‘음유시인’이라는 뜻으로 작품 속 만리코를 가리킨다.

국립오페라단의 ’일 트로바토레‘는 원작을 완전히 현대적으로 뒤바꿨다. 15세기 초 스페인 배경은 두 범죄조직에 의해 점령된 현대의 미국으로 옮겨왔다. 만리코의 조직은 이민자들의 조직으로, 루나 백작의 조직은 백인 우월주의 집단으로 그려 두 세력 간의 대립을 그려낸다. 국립오페라단 관계자는 “‘범죄와 내전으로 파괴된 도시’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며 “인종차별과 폭력 등 오늘날의 사회문제를 작품에 녹여내 동시대성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배경이 현대로 옮겨온 만큼 의상도 달라진다. 만리코는 후드에 청바지를 입고 루나 백작은 제복을 연상시키는 가죽자켓을 입어 두 형제의 대비를 극대화시킨다. 무대 디자인 역시 주목할 만하다. 미국의 할렘가를 연상시키는 이번 무대는 그래피티 등을 활용하여 디스토피아적 분위기를 그려낸다.

베르디 오페라의 정수는 음악에 있다. 작품에선 캐릭터의 성격을 보여주는 아리아에서부터 박진감 넘치는 합창까지 베르디의 음악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레오노라가 만리코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노래하는 ‘고요한 밤이었지(Tacea La Notte Placida)’부터 하이 C로 복수의 비장함을 담은 만리코의 ‘저 타오르는 불꽃을 보라(Di Quella Pira)’ 등의 아리아가 등장한다. ‘대장간의 합창’으로 잘 알려진 ‘보라! 끝없는 밤의 장막을(Vedi! Le Fosche Notturne Spoglie)’은 타악기를 이용해 대장간을 표현하고 집시들의 활기찬 음성으로 베르디 선율의 표현한다.

무대는 국내외 정상급 성악가들이 완성한다. 루나 백작 역엔 베를린 도이체 오퍼 극장 솔리스트로 활동한 바리톤 이동환과 강주원, 레오노라 역에는 소프라노 서선영과 에카테리나 산니코바, 만리코 역에는 오스트리아 빈 폴크스오퍼의 간판스타로 활약한 테너 국윤종과 젊은 테너 이범주가 맡았다. 연출은 2022년 국립오페라단 ‘아틸라’ 연출을 맡았던 잔카를로 델 모나코가, 지휘는 2017년 솔티 국제 지휘콩쿠르 최우수상에 빛나는 신예 마에스트로 레오나르도 시니가 맡는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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