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인스타 맛집의 대반전” 커피 마시고 반려견 산책시킨 곳 알고 보니 [비즈360]
SK가스 운영 복합문화공간 SKOK충전소 둘러보니
카페·공유오피스·세차장·전기차 충전소 등
전기차시대 앞두고 주유소·충전소 변신 활발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왕판교로 SK가스가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 중인 SKOK충전소 전경 [김은희 기자]

[헤럴드경제(판교)=김은희 기자] “인스타 맛집을 검색해 찾아왔는데 LPG충전소라서 놀랐어요. 처음에 충전소만 보고 그냥 지나쳤다니까요. 반려견을 위한 산책로도 있고 실내외 공간도 예뻐서 조만간 또 오려고요.”

지난 15일 찾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왕판교로 SK가스의 SKOK충전소. 입구만 언뜻 보면 커다란 가격 입간판이 세워진 평범한 LPG충전소 같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다. 브런치 카페이자 공유오피스, 셀프빨래방 겸 셀프세차장이었으며 전기차 충전소, 드론 정류장까지 갖춘 복합문화공간이었다.

1층과 3층 카페에는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시간임에도 브런치와 커피를 즐기는 이들이 여럿이었다. 노금미 씨도 지인, 반려견과 뒤뜰에서 브런치를 즐긴 뒤 실내로 자리를 옮겨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노씨는 “LPG충전소인지 전혀 몰랐다”면서 “충전소에 이런 카페가 있다는 게 신기하지만 그와는 무관하게 분위기가 좋아 지인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왕판교로 SK가스가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 중인 SKOK충전소 내 카페(윗줄 왼쪽), 빨래방(윗줄 오른쪽), 산책로 전시공간(아랫줄 왼쪽), 드론 주차장(아랫줄 오른쪽) [김은희 기자]
노금미 씨가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왕판교로 SK가스가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 중인 SKOK충전소 뒤뜰에서 찍은 반려견 기념사진 [독자 제공]

SK가스는 지난해 말 SKOK충전소를 리모델링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물론 일차적인 목표는 충전소 유휴부지를 활용한 수익성 창출이지만 SK가스의 생각은 여기서 더 나아간다.

LPG충전소가 에너지와 공간, 공간과 사람, 사람과 라이프스타일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공간으로 진보​해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과 즐거움을 제공해야 한다고 SK가스는 봤다. 각종 체험 원데이클래스를 열거나 독립출판물을 공유·판매하는 것도 문화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는 차원이다.

충전소를 빙 두르는 산책로에서 만난 50대 여성 이혜진 씨는 지인 소개로 이곳을 찾았다가 다른 지인을 데리고 다시 왔다고 했다. 이씨는 “죽을 수 있는 공간을 활용한 게 특히 인상적”이라며 “굉장히 새롭고 콘셉트가 좋은 것 같다. 다른 주유소에도 생기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SK가스 관계자는 “LPG 차량 수가 줄면서 폐업을 고민하는 충전소가 늘어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SKOK충전소는 부지를 활용한 부수입 창출의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 시범적인 공간”이라며 “개별 충전소의 수익성 확보를 위한 다양한 추가 사업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왕판교로 SK가스가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 중인 SKOK충전소 내 전기차 충전소(윗줄 왼쪽), 셀프세차장(윗줄 오른쪽), 자동세차장(아랫줄 왼쪽), LPG충전시설(아랫줄 오른쪽) [김은희 기자]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충전소의 등장은 주유소가 시대적 흐름에 맞춰 새로운 플랫폼으로 변신하고 있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내연기관 차량을 위한 주유소와 LPG충전소는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 개수는 지난해 말 기준 1만998곳으로 3년 전인 2019년(1만1499곳)보다 501곳 줄었다. 2012년과 비교하면 10년간 약 2000개 주유소가 폐업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정유·LPG업계는 주유소·충전소 부지를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주유소 또는 충전소를 전기차, 수소차 충전을 위한 시설을 갖춘 복합 에너지 스테이션으로 확대 구축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미 SK에너지, HD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등 국내 정유 4사는 전기차 충전 시설 등을 갖춘 주유소를 늘리고 있다.

특히 그간 불법이었던 주유소 내 연료전지 설치가 허용되면서 친환경 발전원을 활용한 사업 추진도 가능해졌다. 유휴 부지 또는 건물 옥상에 연료전지, 태양광 등 분산전원 시설을 설치하고 여기서 생산한 전기로 전기차 충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게 정유사들의 계획이다.

HD현대오일뱅크 주유소에 HD현대인프라코어의 미니 굴착기가 전시돼 있다. [HD현대오일뱅크 제공]

초소형 물류기지인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를 운영하는 움직임도 뚜렷하다.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는 각각 CJ대한통운·네이버, 쿠팡, 이케아코리아와 손잡고 주유소 공간을 활용한 물류 관련 사업을 벌이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일부 주유소에서 계열사인 HD현대인프라코어의 굴착기를 판매하는 한편 게임업체 넥슨과 협업해 게임 지식재산권(IP)을 적용한 주유소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 밖에 UAM(도심항공교통) 버티포트 개발 등 다양한 주유소 부지 활용 방안에 대해 업계는 치열하게 고민 중이다.

SK에너지는 최근 경기 시흥시 SK시화산업주유소 부지를 ‘복합 에너지플랫폼’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당일 배송이 가능한 도심형 물류시설와 함께 친환경 에너지 공급원으로 주유소의 역할을 넓히겠다는 복안이다.

경기 시흥시 SK시화산업주유소 ‘복합 에너지플랫폼’ 투시도 [SK이노베이션 제공]
GS칼텍스의 드론 택배 서비스 시연 모습. [GS칼텍스 제공]

물론 아직은 카페 등 편의시설을 위주로만 활발하게 개발·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물류기지의 경우 실질적인 활용도가 극히 낮은 상황이라고 관계자들은 귀띔했다.

전기차 충전 서비스를 갖춘 주유소 개수도 아직 5% 미만에 불과하다. 주요 대기업이 전기차 충전 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어 정유업계가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부분 민간사업자가 운영하는 주유소의 사업 모델 확장을 위해서는 성공사례를 축적하는 게 중요하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정유사들은 주유소 관련 투자를 다각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만큼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 완화와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일단 전기차 충전과 관련해선 주유기·충전기 이격거리 6m 규제가 있는데 전기차 충전 수요 많은 서울·수도권에선 부지가 대부분 좁아 거리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워 전기차 충전기 도입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현장 관계자들은 토로한다.

연료전지 설치를 통한 전력 생산과 관련해선 규제가 완화됐지만 해당 전기를 곧바로 판매할 수 없는 구조로 돼 있다는 게 여전히 걸림돌이다. 전기사업법상 발전사업자가 전기판매업을 겸할 수 없어서다. 이에 전기를 전력거래소에 팔고 다시 사서 활용해야 한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대목이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주유소 간 경쟁이 심하다 보니 단순 판매만으로는 살아남기 힘든 구조가 됐다”며 “수익성 개선을 위해 각종 투자가 필요한데 사업 발굴 측면에서 개별 민간사업자가 선도적으로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관련 규제의 벽을 낮추고 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주유소의 수익성 확보 방안을 고안하고 실 성공 사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hkim@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