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올해 2분기 삼성 반도체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이 각각 3조원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2분기로, 연중 메모리 시장의 최악 국면은 지났다는 평가다.
17일 금융투자업계는 삼성 반도체가 2분기에 3조6000억~3조800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기간 삼성전자의 전체 매출은 65조원, 반도체 사업을 포함한 전체 영업이익은 1913억원 가량이 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도체 사업만 하는 SK하이닉스의 경우 3조1000억원대의 적자가 예상된다.
앞서 지난 1분기에 삼성은 4조5800억원, SK하이닉스는 3조4023억원의 손실을 낸 바 있다. 1분기 당시보다 두 기업 모두 손실 규모는 소폭 감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선 글로벌 메모리 산업을 이끄는 두 회사의 실적이 2분기 최저점을 찍었다고 평가한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 2분기 메모리 반도체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 폭이 1분기에 비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초 예상에 따르면 2분기 D램 가격은 1분기보다 10~15% 내릴 것으로 예측했으나, 이 기관은 하락 예상 폭을 13~18%로 확대했다. 낸드플래시의 가격 하락 예상 폭도 5~10%에서 8~13%로 늘렸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5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월보다 3.45% 내린 1.40달러로 집계됐다.
가격 예상 낙폭이 확대된 건 메모리 공급업체들이 재고를 줄이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장 재고 수준이 높아 거래량이 늘지 않고 있는 탓이다. PC용 D램은 이전 세대 제품인 DDR4 공급량이 이미 과도해 2분기 가격이 1분기보다 15~20% 추가 하락할 전망이다.
다만 이같은 실적은 3분기 이후 회복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삼성이 지난 4월초 선언한 감산 효과가 3분기부터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삼성 반도체의 경우 3분기에는 2조원 미만의 영업손실을 낸 뒤 4분기에는 1조원 미만의 적자에 그치거나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SK하이닉스의 경우 3분기에는 2조3000억원, 4분기에는 1조3000억원 수준의 손실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올해 4분기부터 조금씩 반등이 이뤄지고, 본격적인 이익 실현은 내년 초가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활용성 증대와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등 신제품 수요 증가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도 언급되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특히 주목된다. HBM은 현재 AI 반도체 칩 제작 업체들이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쓰는 주된 메모리 형태이다. 시총 1조달러(약 1300조원) 고지를 찍은 엔비디아를 필두로 한 GPU 업체들에 한국의 기업들은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HBM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0%, 삼성전자 40%, 마이크론 10% 순이었다. 올해는 SK하이닉스 점유율이 53%로 늘어나며 그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DDR5 양산을 위한 10나노대 5세대 공정 확대 뿐 아니라 삼성전자, 마이크론이 각각 올해 3분기와 내년 1분기에 HBM3 대량 양산을 준비하며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신제품 수요가 내년에는 더욱 본격적인 확대 국면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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