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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삼성보다 6천만원이나 적은 현실” K-조선 ‘최고 학과’ 떠나는 인재들 [비즈360]
수주 부진, 의대 선호 등으로 자퇴생 비율 10% 넘어
“현재 중국과 기술 격차 단 3년…빠르게 쫓기고 있어”
경남의 한 선박 건조장 모습. [헤럴드DB]

[헤럴드경제=한영대·김진 기자] 최근 3년 간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에 입학한 신입생 7명 중 1명꼴로 자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조선업의 인재 양성소라는 명성에도 학생들이 조선업 불황을 직접 목격하면서 다른 진로를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의대에 진학하려는 현 추세도 자퇴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인재들이 조선학과를 외면하면서 우리나라와 중국 등 경쟁국가 간 기술 격차가 빠르게 좁혀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3년간 자퇴생 비율 최대 20%

17일 국회 교육위 소속인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대를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2020~2022년)간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에 입학한 신입생(139명) 중 자퇴를 선택한 학생(20명) 비율은 14.4%이다.

2019학년만하더라도 신입생 45명 중 자퇴생은 2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듬해 9명으로 치솟았다. 2021년에는 4명으로 감소했지만 지난해에는 7명으로 늘었다. 2020~2022학년도 신입생 중 자퇴생을 비율로 환산하면 각각 20%, 8.7%, 14.6%이다. 김원중 대성학원 입시전략실장은 “최근 SKY에 입학한 이과계열 1학년 학생들이 자퇴를 선택하는 경우는 많지만, 그 비율이 10%를 넘는 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했다.

다만 2023학년도(올해 5월말 기준)에는 자퇴생이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원하는 학교 혹은 학과에 입학이 결정돼야 학생들이 자퇴를 하는 성향이 있는 만큼 연말이 돼야 자퇴생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대로 향하는 K-조선 인재
HD현대중공업 조선소 전경. [HD현대중공업 제공]

1946년 ‘조선항공학과’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는 우리나라 조선 인재 양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국내 조선업체의 전현직 임원 중에서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출신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조선 설계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로 꼽혔던 강환구 전 현대중공업(현 HD현대중공업) 사장, 이왕근 삼성중공업 부사장 모두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를 졸업했다. 한화오션 임원(올해 3월 말 기준) 47명 중 6명도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출신이다.

77년의 역사를 자랑함에도 많은 학생이 자퇴를 결정하게 된 배경에는 2010년대 중후반부터 2020년까지 이어진 조선업 불황이 자리 잡고 있다. 당시 선주사들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여파로 발주를 머뭇거렸다. 수주 부진으로 국내 조선사들은 오랫동안 적자에 시달렸다. 경영 환경 악화로 HD현대는 물론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은 2010년대 후반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불황이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조선해양공학과에 입학한 학생들은 다른 진로를 고민하게 됐다.

이과 계열 학생들이 의대를 선호하는 현상도 자퇴에 영향을 미쳤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의 이공계 자퇴생은 지난해 기준 1302명이다. 교육계는 이들 중 상당수가 의대로 진학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재 부족하면 친환경 기술 개발 어려워”
HD현대 선박 자율운항 전문 회사인 아비커스가 지난해 10월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보트 쇼인 ‘포트로더데일’에 참가해 선박 자율운항 기술력을 선보였다. [HD현대 제공]

최근 조선사들이 많은 일감을 확보했음에도 조선학과를 외면하는 학생들은 여전히 많다. 2023학년도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의 정시 일반전형 경쟁률은 3.1대 1로 전년(4.47대 1)보다 낮아졌다.

조선업계 고위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친환경·스마트 기술이 필요하다”며 “단순히 선박을 빨리 건조하는 능력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하는데 연구·개발(R&D) 인재가 부족하면 이 같은 기술을 개발하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더욱이 우리나라와 경쟁국 간 기술 격차는 좁혀지고 있다. 중국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친환경 선박으로 꼽히는 메탄올 추진선 분야에서도 우리나라와 경쟁하고 있다. 영국은 2015년부터 콘퍼런스를 개최하는 등 스마트 선박에 필요한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김영훈 경남대 조선해양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와 중국 간 기술 격차는 3년으로 추정되는 데 중국의 추격 속도가 매섭다”며 “중국의 조선 개발 인력 규모는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크고, 소프트웨어 등 스마트 기술은 유럽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 [삼성중공업 제공]
삼성전자와 연봉 격차 6000만원↑

경쟁국들의 추격에 국내 조선사들은 인재 확보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HD현대는 올해 1월 시작해 지난달까지 8차례의 ‘커리어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같은 전공의 동문 선배 직원들이 멘토로 참여해 실무 경험을 제공하는 취업 설명회다. 올해 3월에는 고려대와 산학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대학과의 협업도 강화하고 있다.

한화오션도 공격적인 인재 영입을 예고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앞서 “정도경영, 인재육성을 통해 한화오션을 글로벌 해양·에너지 선도 기업으로 키워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들어 현재까지 170여명을 채용했다.

더욱 많은 R&D 인력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김용환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인재들이 조선사가 아닌 의대 혹은 반도체 기업으로 가는 이유에는 임금 등 처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HD현대중공업(8500만원), 삼성중공업(8400만원),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7300만원) 직원의 평균 연봉은 7000만~8500만원대이다. 삼성전자(1억3500만원), 현대차(1억500만원)등과 비교했을 때 최대 600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오랫동안 적자에 시달렸던 조선사들이 지난해부터 흑자를 기록하는 만큼 당장 큰 폭의 임금 인상은 어렵다”며 “하지만 조선업 불황기에 많은 인력이 빠져나간만큼 인재를 다시 확보하기 위해 처우 개선에 노력할 예정”이라고 했다.

yeongdai@heraldcorp.com
soho090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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