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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우옌 “박찬욱 미리 알았다면 소설 달랐을 것”
퓰리처상 수상 美소설가 방한
‘동조자’ TV 시리즈에 기대감
후속작 ‘헌신자’ 국내서 출간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을 갖는 비엣 타인 응우옌 [민음사 제공]

“‘동조자’소설을 집필할 때 박찬욱 감독을 알았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박 감독이 제게 많은 질문과 아이디어를 줬는데, 제 소설을 굉장히 꼼꼼히 읽었다는 인상을 받았죠.”

장편 소설 ‘동조자’(원제 The Sympathizer)로 지난 2016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베트남계 미국 소설가 비엣 타인 응우옌이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동조자’를 TV 시리즈로 제작하고 있는 박 감독에 대해 “좋은 감독일 뿐만 아니라 좋은 스토리텔러”라며 굳은 신뢰를 드러냈다.

박 감독은 미국 제작사 HBO가 제작 중인 ‘동조자’ TV 시리즈의 연출을 맡았다. 국내에서 ‘아이언맨’으로 유명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한국계 배우 샌드라 오가 출연한다. 이들은 현재 태국에서 촬영 중이다.

응우옌 작가는 ‘동조자’ TV 시리즈의 프로듀서와 수석 작가를 통해 박 감독을 만나게 됐다. 이미 영화 ‘올드 보이’로 박 감독의 팬이었던 응우옌 작가는 복수 3부작 영화까지 모두 섭렵했던 터라 그를 감독 후보 중 1순위로 꼽고 있었다. 자신의 집에서 가진 첫 미팅은 매우 강렬했다고 전했다.

응우옌 작가는 “영화 ‘올드 보이’에서 강렬한 에너지, 정치적 의미, 스릴을 느꼈고, 이를 동조자에 담고 싶었다”며 “박 감독의 시각적 스타일을 비롯해 구성, 색감, 페이싱, 조명 등이 모두 영감을 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칭 관점에서 쓰인 ‘동조자’를 영상으로 옮기는 것이 어렵다”며 “스토리텔링의 본질을 잘 이해하고 시각적 비유를 잘 표현하는 사람이 필요했는데, 박 감독이 잘 해낼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소설 ‘동조자’는 베트남과 미국의 이중 간첩이 바라본 양국의 이면과 이로 인해 겪는 내적 갈등을 그린다. 풍자적인 문장과 고도의 실험적인 문학 장치를 능숙하게 구사했다는 평을 받으며 퓰리처상은 물론, 아시아·태평양미국문학상 등을 받으며 전세계 언론과 문단의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동조자’의 후속편인 ‘헌신자’도 이번에 그의 방한에 맞춰 민음사에서 번역 출간됐다.

‘헌신자’는 동조자가 끝나는 대목인 보트피플의 베트남 탈출해서 시작한다. 소설은 1858년부터 베트남을 식민 지배한 프랑스로 배경을 옮겨 식민주의의 이면과 현재를 다룬다.

두 작품 모두 응우옌 작가의 개인사가 영향을 미쳤다. 베트남 보트피플 출신인 그는 베트남전 당시 네 살 무렵 미국으로 건너갔다. 베트남과 미국의 양쪽 정체성을 가지게 되면서 혼란스러운 성장기를 보냈다.

그는 “집에선 베트남 부모를 염탐하는 미국인 스파이, 밖에선 미국을 염탐하는 베트남인 스파이로 스스로가 느껴졌다”며 “두 소설은 누구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고 정당화하는지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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