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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희남 SC제일은행 의장 “금융, 기업 ESG 지원하는 ‘집사’ 돼야…대출·투자 연계 가능”[헤럴드금융·부동산포럼 2023]
최희남 SC제일은행 이사회 의장이 15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헤럴드 금융·부동산포럼 2023’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기업들은 자신에 맞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목표를 정하고, 이에 따라 ESG 자원 배분 전략을 수립해 실행한 후 그 성과를 측정, 평가하는 방식으로 ESG 경영을 실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금융의 역할이 중요하다. 금융은 기업들의 자원 배분, 즉 자금 조달에 대해 실질적인 관리·통제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기업의 ESG 경영을 견인하고 지원하는 집사(Steward·스튜어트)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한국투자공사 사장을 지낸 최희남 SC제일은행 이사회 의장은 15일 ‘헤럴드 금융·부동산포럼 2023’에서 ‘금융, 스튜어트(집사)가 되라’란 주제의 기조연설을 통해 금융이 기업의 ESG 경영을 견인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헤럴드 금융·부동산포럼 2023이 15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리고 있다. 임세준 기자

최 의장은 기업의 목적이 ‘주주 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로 전환된 데 주목했다. 주주가치의 극대화만이 기업의 유일한 목적이 아니고 고객에 대한 가치 제공, 종업원에 대한 투자, 협력업체에 대한 공정하고 윤리적인 대우, 지역사회에 대한 지원 역시 주주를 위한 장기적 가치 창출과 함께 기업의 필수적인 목적이 된 것이다.

그는 “글로벌 기관투자가의 지속가능 투자 증대 기조, 밀레니얼 세대의 ESG 소비 추구 성향, ESG 규제에 대한 국내외의 법제화 경향, 평판 리스크로 인한 기업 위기 상황의 반복은 이미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에 ESG 경영을 해야 할 필요성이 당연히 있다”며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ESG는 선택 영역이 아닌 필수 영역이 됐다”고 강조했다.

최희남 SC제일은행 의장이 15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헤럴드 금융·부동산포럼 2023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우리나라에서도 ESG를 반영한 여러 규제가 법제화되고 있다. 탄소 중립, 녹색성장 기본법,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 중대재해처벌법 등이 이미 시행되고 있다. 또 2025년부터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기업의 ESG 공시가 의무화돼 지속가능경영 보고서가 공시될 예정이다.

최 의장은 금융이 기업의 ESG 경영을 지원하는 ‘집사’ 역할을 할 수 있는 세 가지 방식을 제시했다.

첫째는 기업의 ESG 성과에 연계해 대출과 투자 등 금융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최 의장은 “기업의 ESG 요소를 고려해 대출 한도를 확대하거나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Positive Screen·포지티브 스크린)과 대출 한도를 축소시키거나 대출 자체를 거절하는 등의 불이익을 부과하는 방식(Negative Screen·네거티브 스크린) 모두 가능하다”고 말했다.

금융이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ESG 프로젝트를 위한 자금 조달만을 자금 용도로 제한하는 ESG 채권 매입, 기업이 미리 설정한 ESG 성과 목표의 달성 정도에 따라 대출금리를 차등 적용해 대출하는 지속가능연계대출(SLL) 상품 판매, 채권 발행 기업이 미리 설정한 ESG 성과 목표의 달성 정도에 따라 금리 등을 차등 적용하는 지속가능연계채권(SLB) 매입 등이 있다.

다만 금융회사들은 채권 매입과 대출 과정에서 역마진 등의 손실을 입을 우려가 있기 때문에 ESG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금융회사에 보조금 지급, 세제 혜택, 규제 완화 등의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제도의 도입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둘째는 기업의 ESG 성과에 대한 측정 및 평가 단계에서 금융이 일정한 역할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최 의장은 “기업이 ESG 경영에 적절한 자원을 배분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으로 ESG 가치를 측정하고 평가하는 인프라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SC제일은행의 경우 투자 대상의 ESG 리스크를 평가해 장기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낼 수 있는 투자 대상을 선별하는 ‘지속가능투자 프레임워크’를 도입했다. SC제일은행은 글로벌 펀드 평가기관 모닝스타(Morningstar)와 글로벌 ESG 리스크 평가 기관 서스테이널리틱스(Sustainalytics)사를 통해 UN 글로벌 협약(UN Global Compact)에서 정한 인권, 노동, 환경, 반부패 등에 관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10대 원칙을 위배한 기업 또는 발전용 석탄 생산에 관여한 기업 등을 투자 대상에서 배제한 후 SC그룹 자체적으로 투자 대상 기업의 프로파일, ESG 경영 전략, ESG 전문성, ESG 통합도 등을 종합 평가해 엄격하게 선정한 ‘ESG Select(셀렉트) 펀드’를 판매하고 있다.

셋째로 탄소배출권처럼 기업들이 창출한 ESG 가치에 대한 시장 거래를 금융시장을 통해 활성화하는 방식이 있다.

최 의장은 “금융은 ESG 가치를 자본화해 금융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기업의 ESG 경영 촉진을 유도할 수 있다”며 “탄소배출권 거래를 통해 탄소 경영을 적극적으로 수행한 기업들은 잉여 배출권을 수익화해 재무적 이익을 얻을 수 있고, 한계감축비용이 높은 기업들은 부족 배출권을 매수해 ESG 경영의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ESG는 일시적인 트렌드가 아니라 투자자와 소비자의 투자, 소비 행태와 법령 상 규제까지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며 “기업의 절실한 대비와 대응이 필요한 이유”라고 전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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