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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현수 “산업현장 안 맞는 노후규정…기술 변화에 맞춰야”
헤경·대륙아주 중대재해예방 산업안전법제포럼
미성숙한 안전의식, 낡은 규정 탓
사업주 안전보건법령 준수 어려워
근로자 역할·현장관리 역량 강화
처벌요건 명확화·제재 개선 절실
헤럴드경제와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공동주최하는 중대재해예방 산업안전법제포럼 6월 초청강연이 14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가운데 초청연사 양현수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정책과장이 강연을 하고 있다. 양 과장은 “중대재해처벌법 개선을 위한 논의와 더불어 기업의 자발적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세준 기자

건설공사 현장의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산업안전보건 법령과 관련해 산업현장의 작업여건에 맞춰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안전의식이 여전히 미성숙하고 현실과 맞지 않는 낡은 규정 탓에 사업주가 이를 준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양현수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정책과장은 14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헤럴드경제·법무법인 대륙아주 공동 주최 ‘중대재해예방 산업안전법제포럼’에서 ‘산업안전보건 법령정비’를 주제로 강연에 나서 이같이 밝혔다.

양 과장은 현재 산업현장에서 기업·산업특성에 맞는 자율적 안전관리 역량 형성이 아직 미흡하다고 진단했다. 양 과장은 “2021년을 기점으로 중대재해 예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고, 산안본부가 출범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면서 “그러나 여전히 중소기업, 건설·제조업, 원·하청 비중이 높은 산업에서 매년 800명 이상의 근로자가 산업현장에서 사망하는 등 중대재해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대재해는 개인의 생명을 파괴하고 사회적 갈등과 손실을 초래한다”며 “그간 경제·기술 발전, 안전의식 향상, 법적 처벌 강화 등을 추진해 왔으나 우리나라 중대재해 규모는 여전히 경제적 수준을 훨씬 상회한다”고 말했다.

양 과장은 중대재해 발생률 감소세가 정체에 빠진 배경으로 ▷기업 자율 예방 체계 형성 미흡 ▷현장의 변화를 이끌지 못하는 법령·감독·행정 ▷미성숙한 안전의식·문화 등을 꼽으면서 ‘자기규율 예방체계’로 산업안전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방안으로 먼저 안전보건 주체인 근로자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안전보건과 관련한 근로자의 역할과 의무를 명확히 해 사업장 안전에 수동적인 ‘순응자’에서 안전확보를 위한 ‘주체’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양 과장은 위험성평가를 산업재해 예방과 재발 방지의 핵심수단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양 과장은 “위험성평가는 근로자에게 부상이나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유해·위험요인을 찾아 얼마나 위험한지 살피고, 그것을 줄이기 위해 대책을 수립하는 과정”이라며 “이는 ‘종료’ 개념이 없고, 변화하는 유해·위험요인의 위험성을 찾아내 감소시키는 지속적인 과정 자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변화하는 기술을 반영해 새로운 규제방식으로 산업안전보건규칙 체계를 개편해 현장 적합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과장은 현행 위험기계 방호조치 규정을 사례로 들며 “현행 안전보건규칙은 위험기계의 방호조치 대상과 방법을 나열식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내용은 방대하지만, 산업현장의 작업여건을 고려한 방호조치가 사실상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제표준(ISO13855)에서는 현장 내 위험기계와 관련해 인체 부위 접근 속도를 고려한 전자식 방호장비 등 설치에 대한 기준 등을 제시하고 있다”며 “산업현장에 적합한 안전조치를 포괄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양 과장은 향후 산업안전보건법과 관련해 적용단위(사업장) 개념을 명확히 하고, 업종·규모에 따른 법 적용(현업종사자)을 비롯해 관리감독자 등의 위험성평가 역할,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대상 사업장 범위 등 안전보건관리체제 개편 방안을 두고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양 과장은 “안전보건규칙의 경우 추락, 끼임, 부딪힘 등 3대 사고 유형 관련 안전조치사항은 연내 개정안을 마련하고, 입법예고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추락 관련 규칙 개정사항 우선정비는 오는 8월, 끼임·부딪힘 관련 규칙 개정사항 후속추진은 11월, 그 외 필요사항 개정 추진은 2024년 3월에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아울러 그는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판결 사례를 제시하며 ‘처벌요건 명확화’, ‘제재방식 개선’ 등 법안 개선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최근 법원은 한 철강회사 사업장 보수작업 현장에서 근로자가 크레인에 깔리는 사고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원청 대표이사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원청 법인에 벌금 1억원을 부과했다.

양 과장은 “최근 재판부에서 안전조치 의무 반복 위반 등 구조적 문제 방치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내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수사·판결 사례를 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구분 없이 안전·보건에 대한 목표와 경영방침이 없고, 관련 예산을 미편성하는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산업현장에서의 유해·위험 요인을 확인하고 개선하는 절차가 없고, 무엇보다 재발 방지 대책이 미흡한 실정”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 개선을 위한 논의와 더불어 기업의 자발적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재근 기자

likehyo8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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