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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적 서울, 이제 100년 마스터플랜 가질 때”
조병수 서울건축비엔날레 총감독
독일서 100년 도시플랜보고 충격
자연과 어울린 서울 장점 살려
혁신적 한강변 설계안 선보일터
조병수 건축가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올해 서울건축비엔날레 총감독으로서 서울 100년 마스터플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수한 기자
오는 9월 예정된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개막에 앞서 열린송현녹지광장에 미리 공개된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상징물 ‘하늘소’ 전경 [서울시 제공]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베니스비엔날레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건축 비엔날레예요. 과연 베니스와 서울은 어떤 점이 다를까요.”

서울건축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은 조병수(66) 조병수건축연구소(BCHO건축사사무소) 대표는 흥미로운 질문을 던졌다.

‘비엔날레’라는 단어 자체가 ‘격년’이라는 의미의 이탈리아어다. 1895년 시작된 베니스 비엔날레가 오늘날 우리가 부르는 격년 예술 전시회의 명칭 ‘비엔날레’의 기원이 됐다.

서울비엔날레가 시작된 건 2017년. 베니스비엔날레 출현 122년 뒤 서울에서 시작된 일개 건축 전시회를 그는 왜 굳이 비엔날레의 원조와 비교하려는 것일까.

“베니스비엔날레 참가국들의 전시를 보면 일단 매우 자유로워요. 심지어 어떤 나라는 전시관 문을 닫아 놓고 그게 전시의 콘셉트라고 설명해요.”

반면 서울비엔날레는 2017년 1회 ‘공유’, 2019년 2회 ‘집합’, 2021년 3회 ‘안전한 도시’를 주제로 했다. 베니스 행사는 주최 측 예산 지원이 없어 참가국의 자유분방함이 돋보인다면, 서울은 서울시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전 세계 건축가와 건축학도들이 분명한 주제 의식을 갖고 만들어낸 전시물이 특징이다.

격년으로 열리는 국제 건축 전시회라는 점은 같지만 ‘주제가 모호한’ 베니스와 ‘주제가 명확한’ 서울은 매우 다른 행사인 셈이다.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방문객 누적 183만명 ‘인기’=게다가 서울비엔날레는 갈수록 화제성을 모으며 신흥 명문 비엔날레로 부상 중이다. 1~3회 누적 관람객이 183만명에 달한다. 올해 4회 개막 전에 미리 공개된 비엔날레 상징물 ‘하늘소’는 한 달 만에 누적 방문객 5만명이 넘었다.

후발 주자로서 어떠한 고정 관념에도 휘둘리지 않는 유연성도 서울의 강점이다. 서울 행사의 1~3회 총감독은 외국인이 단독으로 맡거나 국내 건축가와 외국인 건축가가 공동으로 맡는 형태였다. 4회 총감독인 조씨는 서울비엔날레에서 한국인 건축가 최초로 단독 총감독을 맡았다.

주최 측은 추천 인사 10명을 상대로 투표를 실시, 최다 득표한 조 건축가를 총감독으로 선정했다. 조 건축가를 한국인 최초의 단독 총감독으로 앉힌 것은 한국적 독창성을 추구하자는 취지였을까, 아니면 실무형 건축가인 그를 통해 서울의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었을까.

이유야 무엇이든 조 총감독은 3회까지 치른 서울비엔날레의 유산 속에서 베니스와는 완전히 다른 서울의 정체성을 뽑아냈다. 바로 명확한 주제 하에 실용성 높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이다.

“그동안 서울비엔날레는 아주 학술적으로 의미 있는 내용을 잘 다뤘어요. 그런데 나는 현장에서 일하는 실무형 건축가예요. 이번엔 서울의 현안을 해결하는 것에 중점을 두려고 해요.”

결국 조 총감독의 존재 자체와 서울시의 전폭적 지원이 서울과 베니스의 확실한 차별점을 만들어낸 셈이다. 그는 우선 이번 행사에서 시민의 도보 한강변 접근성을 높이고 차량 통행도 원활히 할 수 있는 혁신적 한강변 도시설계안을 접수, 전시할 계획이다.

이번 비엔날레를 관통하는 확고한 주제도 진작부터 잡았다. ‘땅의 도시, 땅의 건축’이다. 땅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건축은 조병수 건축 특유의 정체성이다. 그의 저서 ‘땅속의 집, 땅으로의 집’에서 그는 “땅을 덜 훼손하고 땅에 주어진 지형을 최대한 활용하며 더불어 지내고 함께 사는 방법을 찾는 지혜의 건축”을 이야기한다.

궁극적으로는 이번 비엔날레를 계기로 서울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이 어디인지 찾는 게 그의 목표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서울의 100년 마스터플랜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 “서울 같은 자연 인프라 찾기 힘들어...100년 마스터플랜 있어야”=100년 후 도시 마스터플랜 개념을 처음 접한 건 1995년 독일 카이저슬라우테른 대학에서 강의할 때다. 학생들과 카이저슬라우테른 시청을 방문했다가 시청 공무원이 100년 후 도시계획도를 꺼내놓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세계 어디를 봐도 서울처럼 자연과 잘 어우러지는 도시는 찾기 어려워요. 우리 조상들은 자연의 장점을 그대로 살려 옛 서울을 만들었어요. 이제 앞으로 100년간 서울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이제 우리도 그런 계획을 가져볼 때가 되지 않았어요?”

급격히 도시화된 서울의 자연성 회복 또한 중요한 가치다. 그는 한강변을 성공적으로 개발하려면 도시설계나 건축도 중요하지만, 환경 및 수질 보존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릴 때 실제로 한강 모래사장에서 놀았어요. 총천연색의 물고기를 잡았는데 알고 보니 한국의 고유어종이었고요. 몇 년 지나 중학생 때는 한강 물이 꺼매져서 ‘아, 여긴 끝났구나’ 그때 그런 생각을 했어요.”

‘한강에 서울의 미래가 있다’는 그의 통찰은 우연인지 필연인지 최근 서울시의 ‘한강 르네상스’,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등으로 구현되고 있다. 게다가 서울시는 기존의 한강사업본부를 다음달부터 미래한강본부로 확대개편한다.

“2006년 1월 하버드에서 강의할 때예요. 학생들과 한강변 콘크리트 마감을 자연적 형상으로 되돌리는 과제를 하려고 한국에 왔는데, 한강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서울시장 후보 한 사람이 ‘한강 르네상스’를 말씀하는 걸 들었어요. 이런 우연이 있어요?” 김수한 기자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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