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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플 사상최고 이끈 ‘자사주 소각’…韓은 “의무화 시급” vs. “경영권 위협” 팽팽 [투자360]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파크에서 열린 2023 애플 세계 개발자 회의(WWDC)에서 신제품인 MR 헤드셋 '비전 프로' 옆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자사주 매입 ·소각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온 애플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는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자사주 매입시 소각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검토 중인데, 주주환원 강화를 기대하는 개인투자자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기업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4일 금융당국 및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자사주 제도 개선을 위해 자사주 강제 소각 및 자사주 보유 한도 설정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사들이 자사주 매입 후 이를 소각하지 않고 최대 주주 지배력 확대에 사용하면서 주주환원이라는 본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 애플 주가 12배 급등=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은 자사주 매입 시 소각을 강제하거나 자사주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 시가총액 및 주가 평가 지표를 계산할 때도 자사주를 제외하고 산정한다. 이에 따라 자사주 매입만으로 주당순이익(EPS),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상승해 주가를 부양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정준혁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 5일 ‘상장법인의 자기주식 제도 개선 세미나’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자사주를 의무 소각하도록 하고 있다. 소각을 강제하지 않는 델라웨어주, 뉴욕주 등은 자기 주식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처분 시 신주 발행과 동일한 절차를 밟게 해 자사주를 보유 및 활용할 실익이 크지 않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애플은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가를 부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팩트셋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애플이 사들인 자사주는 5720억달러에 달한다. 올해 1분기에도 191억달러를 자사주 매입에 사용했다. 주가는 2012년 14달러 수준에서 180달러선까지 치솟았다.

▶자사주 많은 기업, 소각 시 주가 상승 전망= 반면 한국은 회사의 합병 및 분할 시 자사주에 신주 배정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자사주에 대한 배당 및 의결권 행사는 불가능하지만, 인적 분할 시 자사주 지분에 대해서도 분할되는 법인에 대한 신주를 배정받을 수 있다.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이다.

또한, 자사주 처분이 신주 발행 대비 용이해 주가 부양이 아닌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쓰인단 지적이 나온다. 지배주주에 우호적인 기업 지분과 맞교환해 의결권을 되살려 경영권 보호 용도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이점으로 인해 국내 상장사들은 자사주 매입 후 소각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롯데지주(32.51%), SK(24.59%), 미래에셋증권(22.47%), 두산(18.16%) 등 주요 기업들은 상장 주식 수 대비 자사주 보유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사주 제도에 대한 개선이 이뤄질 경우 국내에서도 증시 부양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KB증권은 제도 개선 시 주목해야 할 기업의 조건으로 ▷자사주가 많고 최대 주주 지분율이 낮은 기업 ▷자사주를 제외할 경우 저 PER(주가수익비율)이 되면서 이익이 성장하는 기업을 꼽았다. 전자의 경우 경영권 방어를 위해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를 소각할 가능성이 높고, 후자는 자사주 소각 시 저평가 매력이 확대되기 때문이다. 해당 종목으로는 한샘, SK, 미래에셋증권, 삼성화재와 테스, 국도화학, 이마트 등을 꼽았다.

▶재계 “경영권 위협 우려…자율에 맡겨야”= 한편, 재계에서는 자사주가 유일한 경영권 방어 수단 역할을 해 온 만큼, 소각 강제 시 해외 자본의 경영권 위협이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이나 ‘차등의결권’ 등이 국내에선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소각 강제로 자사주가 시장에 풀릴 경우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의 자사주는 31조5000억원, 코스피 전체 52조2638억원에 달한다.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에 투입한 현금을 회수하려 시장에 대규모 물량을 쏟아 낼 경우 주주 환원이라는 제도 개선 목적과 어긋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재계는 자사주 소각 및 처분을 기업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자사주 취득과 처분은 적대적 M&A(인수합병)를 방어하는 거의 유일한 수단으로 자사주 소각을 강제할 경우 득보다 실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며 “이미 기업들이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 등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는 만큼 기업 현실에 맞는 자사주 정책이 일관되게 유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y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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