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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4시간 편의점 멈춘다” “가스 전기세도 올랐는데”[최저임금에 우는 자영업자]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진행되던 지난 2020년 한 카페의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물가 때문에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지만 여기서 더 오르면 편의점 24시간 영업 자체가 어려울 것 같아요.” 경기도 안양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홍성길 편의점주협의회 정책국장은 최저임금 인상이 벌써 두렵다. 전국에 있는 편의점 사장 5만명이 전기세, 임대료보다 더 무서워하는 건 인건비 상승이기 때문이다.

홍씨는 “나홀로 근무·야간근무 포기 등을 고려하는 업주가 많다”며 “최저임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 저숙련 일자리 등 업종별로 차등 적용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자는 소상공인·자영업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임금 지급 능력이 부족해 최저임금조차 지급하기 어려운 숙박음식업 등 일부 업종의 소상공인을 배려하자는 취지다. 여기에 지역 간 격차를 반영하자는 지역별 차등적용 법안이 발의돼 내년도 최저임금에 반영할 지 주목된다.

13일부터 시작된 최저임금위원회 제4차 전원회의는 업종별 차등적용할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 됐다. 사용자 측은 임금근로자 가운데 최저임금을 못 받는 비율인 ‘최저임금 미만율’을 근거로 업종별 차등을 주장하고 있다.

업종별 차등적용 가능성에 식당 및 숙박업 업주들은 희망을 걸고 있다. 이들 업계는 근로자 10명 중 3명에게 최저임금을 주지 못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숙박 및 음식점업 종사자 134만명 중 41만9000명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월급을 받고 있었다. 홍 정책국장은 “일하는 사람에게 돈을 많이 주고 싶어도 줄 여력이 없다”며 “단순 직종이냐 혹은 열악한 직종이냐에 따라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사용자위원, 근로자위원, 공익위원들이 8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3차 전원회의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규모 사업장을 운영하는 업주들도 기대하고 있다. 경기도 파주에서 식품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33)씨는 “주 5일 일할 직원을 뽑고 싶은데 최저임금 인상에 주휴수당까지 고려하면 부담스럽다”며 “현재는 직원 없이 가족끼리 공장을 돌리고 있는데, 업종별 차등화가 이뤄진다면 고용에 부담이 덜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지역별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었다. 충남 천안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정경재(68) 씨는 “지자체 재량으로 지방 소도시는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 고용을 늘려야 한다”며 “대규모 관광객이 몰리는 곳도 아니라 직원에게 최저임금 이상 주기 어려워 고용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정씨는 “전기료·가스비까지 올라 나도 최저임금에 못 미치게 돈을 벌고 있다”며 “사장님도 최저임금을 못 받는 상황에서 을과 을의 싸움이 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앞서 지난 6일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은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에는 시·도지사가 관할 구역에 대해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면,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차등적용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겼다.

8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와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자리하고 있다. [연합]

소상공인들은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는 등 단체 행동도 나선다. 오는 21일 소상공인연합회는 서울 여의도 일대에서 전국 소상공인 300여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집회에서 소상공인들은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과 제도 개선을 촉구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상황이 종료됐지만 자영업자의 영업이익이 회복되지 않아 최저임금이 오를 경우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게 소상공인 측 입장이다.

반대로 노동계 측은 최저임금이 업종별로 차등 적용할 경우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업종은 구직자가 줄어든다는 입장이다. 최저임금 미만율에 대해서도 단속을 통해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자영업자들도 부작용에 대해서는 일부 공감했다. 식품 공장 사업주 이씨는 “안 오른 물가가 없어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나 기피 업종이 생길 수 있다는 입장에 공감한다”면서도 “그렇기에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최저임금을 설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4차 전원회의 이래로 업종별 차등 적용 등 최저임금 논의는 6월말 혹은 7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최저임금 9620원에서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3.95% 이상으로 결정되면 처음으로 1만원을 돌파하게 된다.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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