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생산 통해 가격 경쟁력·수급 안정성 확보
테슬라 4680 생산↑·폭스바겐 배터리 인재 영입
서울 시내 한 건물에서 충전 중인 테슬라 승용차들. [연합] |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배터리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배터리는 전기차 원가의 30~40%를 차지할 정도로 핵심 부품인 만큼, 자체 개발에 성공할 경우 상당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업체들과 합작사를 통한 배터리 조달에 주력하는 동시에 자체 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장기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수급 여건을 갖추려면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대표적인 업체는 테슬라다. 테슬라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프리몬트에 4680 배터리 셀 자체 생산 확대를 위해 신규 부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지는 기존 테슬라의 4680 셀 파일럿 생산 공장 인근에 있다. 업계는 테슬라가 새 부지를 활용해 4680 자체 생산을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테슬라가 배터리 내재화 계획을 언급한 것은 지난 2020년 9월이다. 당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CEO) 4680 배터리 자체 생산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4680 배터리는 지름 46㎜, 길이 80㎜의 원통형 배터리로, 기존 테슬라 배터리(2170)보다 에너지 용량과 출력은 각각 5배, 6배 크고 주행거리는 16% 긴 제품이다.
테슬라는 일본 파나소닉, LG에너지솔루션과도 4680 배터리 양산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당장은 배터리 업체들이 수율과 기술 면에서 테슬라를 압도하고 있지만, 테슬라가 대량 양산에 성공할 경우 배터리 업체들의 지위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폭스바겐 ‘2023년형 ID.4’. [폭스바겐 제공] |
폭스바겐그룹도 배터리 내재화에 적극적이다. 그룹 내 배터리 자회사인 파워코는 2030년까지 최대 2만명을 고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 1000명 수준의 직원을 대폭 확대해 배터리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목표다.
특히 기술력 확보를 위해 중국 CATL을 비롯, 아시아권 배터리 회사 출신을 적극 영입하고 있다. 파워코는 독일 잘츠기터, 스페인 발렌시아, 캐나다 세인트토마스 등에서 기가팩토리 가동을 준비 중이다. 우선 독일은 2025년, 스페인은 2026년 가동을 목표로 세웠다.
BYD는 이미 배터리와 전기차를 모두 자체 생산하는 기업이다. 배터리 회사로 출발해 전기모터, 차량용 반도체, 배터리까지 전기차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 내재화에 성공했다.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BYD는 올해 1~4월 글로벌 전기차 누적 인도량에서 테슬라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국내 대표 완성차 업체인 현대자동차도 배터리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기존 배터리 회사들이 강점을 갖고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 분야보다는 차세대 배터리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현대차가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리튬메탈배터리(LMB)다. LMB는 전해액이 고체인 전고체 배터리를 전제로 하며 음극이 리튬메탈로 이뤄진 배터리다.
지난 4월 열린 ‘넥스트 제너레이션 배터리 세미나(NGBS) 2023’에서 류경한 현대차 배터리선행개발1팀장은 “2030년까지 배터리 성능을 2021년 대비 50% 끌어올리는 동시에 가격은 40% 내리는 것이 목표”라며 향후 LMB 등 개발에 현대차가 뛰어들 수 있음을 시사했다.
현대차 배터리선행개발팀은 차세대 배터리 소재, 셀, 설계, 공정 부문에 대해 연구하고 있으며, 차세대 배터리 사양을 검증하는 업무도 하고 있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한계를 극복하는 기술 개발을 통해 장기적인 경쟁력을 가져가겠다는 목표다.
국내 배터리 회사들은 완성차 업계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은 개발·양산에 있어 기술 격차가 크다는 판단이지만, 완성차 업체들의 내재화가 성공할 경우 장기적으로 배터리 수요 및 단가 인하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와 합작공장 건설 등을 통해 장기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동시에 차세대 배터리 연구·개발에도 집중해 기술 격차를 벌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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