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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여성, 애 키우며 일하기가 여전히 어렵다”
남녀 경제활동 참가 격차 18%p
OECD 국가 중 7번째로 커
30대 출산·육아로 경력단절 ‘심각’
기사 내용과 상관없음. [123RF]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어머니, A양이 또 열이 38도가 넘어가네요. 기침도 하는 거 보니 요즘 유행하는 독감인 것 같은데, 병원에 데려가셔야 할 것 같아요”

10년차 직장인인 B씨는 올 봄에만 어린이집으로부터 이런 전화를 두 번이나 받았다. 지난 4월에는 아이가 수족구에 걸려 열이 나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오는 바람에 급하게 조퇴해 아이를 데리러 갔고, 이번엔 A형 독감에 걸린 것 같다고 전화가 와 급하게 휴가를 신청했다. 요즘 아이가 면역력이 약해졌는지 자꾸 돌림병에 걸려 걱정이다.

B씨는 “이제 좀 있으면 과장 승진 대상자가 될 수 있어 일에 집중하고 싶은데, 아이가 자주 아파 어쩔 수 없이 자주 조퇴를 하게 된다”며 “아이를 위해서라도 회사를 그만두어야 하나 심각하게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매년 육아 지원을 위해 수 십조원의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아직까지 B씨처럼 우리나라에서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30대부터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이 확대되면서 남녀 경제활동 참가율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11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성평등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만 15~64세 인구의 경제활동 참가율 성별 격차는 2021년 현재 18.1%포인트(p)로 집계됐다. 이는 OECD 평균인 10.9%p보다 7.2%p 높았다. OECD 평균의 1.7배 수준이다.

특히 한국은 성별 경제활동 참가율 격차가 15%p를 상회해 OECD 평균과 차이가 큰 8개국에 포함됐다. 8개국은 한국을 포함, 그리스(15.4%p), 이탈리아(18.2%p), 칠레(20.6%p), 코스타리카(23.8%p), 콜롬비아(24.9%p), 멕시코(32.4%p), 튀르키예(39.6%p) 등이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남녀 경제활동 참가율 격차가 가장 적은 곳은 2%p를 기록한 리투아니아였다. 이어 핀란드 3.2%p, 이스라엘 3.3%p, 스웨덴 4.1%p, 노르웨이 4.1%p, 에스토니아 4.6%p 등의 순이다.

주요 경제국 중에는 프랑스가 6.2%p로 가장 낮았다. 이어 캐나다 7%p, 영국 7.2%p, 독일 8.1%p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일본은 각각 10.5%p와 13.3%p로, 두 자릿수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한국과는 차이가 컸다.

여성 구직자들이 취업박람회 참가업체 부스에서 구직 상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

이처럼 한국의 남녀 경제활동 참가율 차이가 벌어지는 것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수 년째 60% 수준에서 답보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0대에 가장 높다가 30대에 추락하는 ‘M자형’ 곡선을 그려 지금 수준보다 더 오르지 못하고 있다. 출산, 육아 등으로 인한 경력 단절로 여성들이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는 게 주요 원인이다.

실제로 여성가족부가 앞서 발표한 '2022년 경력단절여성 등의 경제활동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경력 단절 현상은 악화했다. 지난 3년간 경력단절 경험 비율은 35.0%에서 42.6%로 7.6%p나 뛰었고, 재취업까지 걸리는 기간은 7.8년에서 8.9년으로 1년 이상 늘었다. 경력단절 이후 새로 구한 일자리는 전 직장에 비해 임금과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OECD는 “많은 회원국이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직면했다”면서 “여성 고용을 늘리는 것은 향후 수 십년간 경제성장과 생활 수준을 유지하는데 결정적인 요소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60년까지 성별 경제활동 참가율과 노동시간 격차를 없애면 한국 경제성장률이 0.2%p 이상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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