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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주요 PEF ‘잠자는 돈’ 11조 육박…하반기 M&A 주도할까[판키우는 PE]
넉넉한 드라이파우더 보유 국내 PEF들
신규 펀드레이징 포함하면 투자여력 더 커져
지난해 고금리 여파로 투자 저조
거품 빠진 알짜매물 ‘줍줍’ 기회

[헤럴드경제=김상훈 기자] 지난해 고금리 여파로 자본시장이 위축되면서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투자 집행에 다소 보수적 태도를 취했다면 올해는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펀드 소진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특히 올해는 국내 주요 PEF 대다수가 쌓여 있는 드라이파우더(미소진자금)를 소진해야하는 상황이라 기업 인수합병(M&A) 및 신규 투자가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헤럴드경제가 국내 10대 PEF의 드라이파우더 현황을 집계한 결과, 집행하지 않은 채 손에 쥐고 있는 투자자금은 약 11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먼저 MBK파트너스는 전체 운용 펀드 기준 5조원이 넘는 드라이파우더를 보유해 가장 많은 투자 실탄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지난 3월 펀드 출자자(LP)들에 보낸 연례 서한을 통해 “아직 투자하지 않은 자금으로 40억달러(5조24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도 전체 운용 펀드 기준으로 약 2조원의 조 단위 드라이파우더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최근 1조2800억원 규모로 2조원대의 오퍼튜니티 3호 펀드의 1차 클로징을 완료하기도 했다.

이밖에 한앤컴퍼니와 IMM프라이빗에쿼티(PE), 글랜우드PE, UCK파트너스 등도 가장 최근 조성해 운용 중인 블라인드펀드 기준 각각 수천억원대의 드라이파우더 보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신규 블라인드 펀드의 펀드레이징 작업도 함께 진행 중이라 이미 약정된 투자금까지 더하면 실탄 확보는 충분한 셈이다.

한앤컴퍼니는 2019년 3조8000억원으로 조성한 3호 블라인드 펀드 중 3조원가량을 소진해 7600억원 정도가 남아 있다. IMM PE는 직전 4호 블라인드 펀드가 소진율 90%, 드라이파우더 1700억원을 보유 중이다. 여기에 현재 펀드레이징 중인 5호 펀드에서 8200억원 가량을 약정해놓은 만큼 전체 투자여력은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글랜우드PE는 지난 2021년 9000억원 규모로 조성한 2호 블라인드 펀드에서 7000억원 정도의 자금이 남아있다. 이에 더해 현재 운용 중인 코인베 펀드와 인수 금융까지 더하면 투자여력은 2조~2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UCK파트너스는 현재 조성 중인 3호 블라인드 펀드 기준으로 1차 클로징을 통해 7000억원을 조성했으며, 이 중 일부를 오스템임플란트 인수자금으로 활용해 3호 펀드에선 현재 5000억원 가량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올해가 지난해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기업가치(밸류에이션) 거품이 빠진 알짜매물의 ‘줍줍’ 기회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투자하거나 회생절차 또는 자발적인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는 기업 등에 드라이파우더를 털어야하는 PE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예상된다.

이런 분위기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흐름이다. 삼일PwC가 지난 3월 발표한 ‘2023년 글로벌 M&A 트렌드:산업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PEF의 드라이파우더는 약 2조4000억달러(약 3126조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보고서는 “높은 이자율과 자금시장 경색으로 투자활동이 다소 둔화됐던 PE들이 올해는 신규 투자를 재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해 말부터 올해 1분기까지 국내에서 진행된 조 단위 빅딜 사례를 봐도 상대적으로 넉넉한 자본금을 갖춘 이른바 ‘가진 자’들의 베팅이었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MBK파트너스가 대표적으로, 지난해 말 메디트(2조4000억원) 인수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투자에 주력하며 자금을 거침없이 풀고 있다. 올 1월에는 UCK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이뤄 오스템임플란트(2조2779억원) 인수를 확정했으며, 지난 3월엔 넥스플렉스 지분 100%도 5300억원에 인수했다. 또 가장 최근엔 해외 자산운용사들과 컨소시엄으로 SK온에 8억달러(1조500억원) 투자를 확정하기도 했다.

이 중 메디트와 넥스플렉스의 경우 지난해 자본시장이 악화되며 한 차례 인수협상이 무산되자 MBK파트너스가 나서 인수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대다수 PE들이 지난해 소진하지 못한 다수의 드라이파우더 집행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매각측은 더 높은 가격을 원하겠지만 아직까지 시장은 실탄을 많이 확보한 인수자 중심으로 유리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awar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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