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글로벌 반도체 기업인 일본의 키옥시아와 미국의 웨스턴디지털(WD)의 합병 논의가 속도를 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낸드 플래시 시장을 이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장 지배력 침탈 위기감이 지속되고 있다.
6일 일본 교도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일본 키옥시아와 미국의 웨스턴디지털이 합병에 대한 자세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두 회사는 생산·판매 운영을 통합하기 위해, 합작 회사 설립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키옥시아가 새 회사의 더 큰 지분을 보유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에선 이 두 회사의 합병이 낸드플래시 시장 1위인 삼성전자와 2~3위권을 유지하는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경쟁사들과 관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같은 합병 논의가 SK하이닉스가 2020년에 2025년까지 인텔의 낸드 플래시 메모리 사업을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던 이후 업계에서 가장 큰 낸드 사업의 재편”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올해 1분기에도 이같은 관측이 유효한 것으로 평가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분기 SK하이닉스(솔리다임 포함) 낸드 매출은 전분기 대비 24.8% 감소한 13억2000만달러를 기록, 시장 점유율이 15.3%로 전분기(17%) 보다 1.7%포인트 줄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직전분기보다 15.8% 가량 매출이 감소하며 34%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반면 2위 키옥시아의 점유율은 전분기(19.1%)에서 1분기 21.5%로 늘어나면서 SK하이닉스와 격차를 더 벌렸다. 4위 웨스턴디지털은 16.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일본 키옥시아 공장 전경 [키옥시아 웹페이지 캡처] |
미국 웨스턴디지털 본사 전경[웨스턴디지털 웹페이지 캡처] |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점유율을 합하면 37.6%으로 삼성전자를 뛰어넘는다. 이같은 흐름은 지난해 3분기부터 이어져 오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두 회사의 합산 점유율(33.2%)은 삼성전자의 점유율(31.4%)를 뛰어넘었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낸드 시장 점유율은 33.8% 수준이다. 해당 분기에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점유율을 합치면 35.2%이다.
SK하이닉스는 물론이고 메모리 시장의 절대 강자로 평가받는 삼성전자의 위상마저 흔들릴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스마트폰 판매 부진에 따른 낸드플래시 수요 급감으로 반도체 기업들이 실적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사업 통합 논의는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두 회사는 이미 일본의 이와테현과 미에현에서 공동으로 공장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조기 통합 시너지를 기대해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두 기업의 합병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세부 사항이 변경될 수 있다”며 “양사가 합병한다고 하더라도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반독점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합병에 성공할 경우에는, 상장(IPO)를 추진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편 웨스턴디지털은 2022년 8월에 키옥시아 인수를 추진했지만 일본 정부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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