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스털링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LIV 골프 프로암 토너먼트에 참여하는 도중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LIV 골프대회는 이날부터 사흘간 열린다. [연합] |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세계보건기구(WHO) 집행이사국 선출과 관련해 2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공개적으로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공화당 대선주자들은 해당 축하가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잇달아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북한의 집행이사국 선출 소식을 다룬 기사를 링크하며 “김정은에게 축하를”(Congratulations to Kim Jung Un!)이라고 썼다.
이에 같은 공화당 소속인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켐프 주지사는 이날 트위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게시물을 캡처해 올리면서 “조 바이든으로부터 우리나라를 되찾는 것은 북한의 살인마 독재자를 축하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게 아니다”라고 쏘아붙였다. 켐프 주지사는 작년 선거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하는 예비후보를 누르고 당내 공천을 받아 출마, 당선됐다.
2024년 공화당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경쟁하는 당내 잠룡들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폭스뉴스에서 “깜짝 놀랐다”며 “내 생각에 김정은은 살인마 독재자일 뿐”이라고 직격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함께 일했던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예전에 나의 러닝메이트였던 사람이든, 누구든지 간에 북한의 독재자나 우크라이나에서 이유 없는 침략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의 지도자를 찬양해서는 안 된다”고 직격했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CNN 생방송에서 러시아에 기운 듯한 발언을 한 것까지 싸잡아 비판한 것이다.
펜스 전 부통령은 “지금 우리는 자유를 옹호하고, 자유의 편에 선 이들을 옹호해야 한다는 점을 전 세계에 분명히 보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도 “깡패를 축하해서는 안 된다”며 “이 깡패는 미국과 우리 동맹국들을 거듭 위협해오고 있으며, 이런 사실을 갖고 장난질을 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헤일리 전 대사는 김 위원장을 두고 “그는 끔찍한 사람이고, 자신의 국민과 우리 동맹들에게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며 “그는 축하받을 자격이 없다”고 거듭 말했다.
이같은 반응을 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재임 기간 평화를 유지했다는 점을 내세우며 반박했다. 캠프 대변인 스티브 청은 “트럼프 대통령은 힘을 통해 평화를 얻었고, 그 결과 임기 동안 새 전쟁이 시작되지 않았다”며 “하지만 디샌티스는 전쟁광 기득권 세력의 꼭두각시이며, 미국의 적들에 대항할 힘도 용기도 의지도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을 갖는 등 재임기간 김 위원장과 세차례 대좌할 정도로 가까이 지내며 그를 긍정적으로 언급하는 몇 안 되는 세계 지도자 중 하나였다.
그는 김 위원장을 두고 “사랑에 빠졌다”고 언급하는 등 친밀함을 여러 차례 과시하기도 했다. 나중에는 두 사람의 ‘케미’에 대해 “당신이 여자를 만난다. 1초 만에 일이 진행될지 아닐지 알 수 있다. 10분, 6주가 걸리지 않는다. 1초도 안 걸린다”고 회고한 적도 있다.
한편 북한은 지난달 26일 제76차 세계보건총회에서 호주 등과 함께 새 집행이사국 10곳 중 하나로 선출됐다. 미국 측 대표는 해당 표결 직후 “새로운 이사국의 하나인 북한 정부가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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