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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 철도망, 영국 식민지 건설 후 관리 어려워…대대적 현대화 중 비극 발생

2일 인도 동부 오디샤주에서 발생한 열차 3중 충돌 사고 현장. [EPA]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300명 가까운 인명을 앗아간 인도 기차 충돌 참사는 영국 식민 지배 당시 건설되기 시작한 철도 시스템이 미처 다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잡하고 노후화된 철도를 대대적으로 현대화하고 있었지만, 장기간 지속돼온 안전 문제가 다시금 대형 사고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3일(현지시간) AP·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최근 수년간 구식 철도 현대화 과정을 밟고 있었다. 올해에만 선로 개선, 혼잡 완화, 신규 열차 도입 등에 작년보다 50%가량 증가한 총 2조4000억루피(약 38조2000억원)의 기록적인 예산이 투입되던 상태다.

지난달 25일에는 수도 뉴델리와 북부 우타라칸드 주도 데라둔을 오가는 준고속 전기열차 ‘반데라바트 익스프레스’ 개통식이 열렸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당시 영상 연설을 통해 다양한 안전 기능을 갖춘 새 열차를 소개하며 “인도는 이 열차 속도처럼 빠르게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주일 뒤인 지난 2일 인도 동북부 오디샤에서는 이런 발언이 무색하게 1000명 이상의 사상자를 낳은 열차 탈선·충돌 사고가 벌어지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인도의 철도 상황이 조금씩 개선되는 추세이기는 했으나, 여전히 곳곳에 위험 요소가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14억2000만명 인구를 거느리고 중국을 추월해 세계 1위 인구국가 위치를 눈앞에 둔 인도는 과거 영국 식민지 시대에 조성되기 시작한 세계에서 가장 광범위하고 복잡한 철도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철도 총연장은 4만마일(약 6만4000㎞)에 이르며 여객 열차는 1만4000대, 기차역은 8000개에 달한다. 북쪽 히말라야 산맥에서 남쪽 해변까지 전국 방방곡곡 퍼져있는 철도 설비는 수십년간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채 방치돼 왔다.

지난해 현지 당국 보고서에 따르면 2017∼2021년 5년간 열차 관련 각종 사고 사망자는 10만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또 다른 보고서를 보면 이 기간 인도에서 2017건의 철도 사고가 있었는데, 탈선이 69%를 차지해 293명이 사망할 정도로 가장 흔한 사고 유형이었다. 선로 결함, 유지보수 문제, 구식 신호장비 및 인적 오류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인도 중부 키로디멀 공대의 프라카시 쿠마르 센 교수는 “안전사고 수치는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철도 수요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지만, 관리 인력은 제대로 훈련받지 못하거나 과다한 업무로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는 등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전날 참사가 발생한 인도 동해안 노선의 경우 인도에서 가장 오래됐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석탄·석유 운송을 도맡다시피 할 정도로 가장 붐비는 구간이라고 한다.

인도 철도당국에서 기술부문 간부로 일했던 스왑닐 가그는 “전체적으로 시스템을 재조정하고 분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안전 개선 작업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고, 강한 의지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인도 정부 관계자들은 일단 사고 열차에 갇혔던 부상 승객들이 모두 구조됐다며 수색 작업이 종료됐다고 밝혔다고 영국 BBC 방송이 전했다. 사고 당시 신호 오류가 발생했다는 진술이 나오고 있으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당국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열차 충돌 현장을 찾은 모디 총리는 “이번 사고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는 이들을 엄중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y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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