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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 얼굴의 외국인?…삼성전자 역대급 순매수 속 ‘하락 베팅’도 역대 최대 [투자360]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공매도 대기자금’으로 불리는 대차거래 잔액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형 반도체주(株)의 강세를 기반으로 강세를 보였던 5월 국내 증시가 조만간 조정세에 들어갈 수 있다는 데 베팅하는 외국인·기관 투자자가 많아졌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7만전자’에 도달한 뒤 안착을 시도하고 있는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는 주가 상승과 하락 양쪽에 모두 베팅하는 모습이다. 역대급 순매수세로 삼성전자 주가 상승의 ‘1등 공신’이기도 하지만, 적극적인 ‘숏(공매도) 베팅’으로 삼성전자 단일 종목에 대한 대차거래 잔액 규모가 역대 가장 많은 액수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6월 이후 삼성전자 주가의 향방을 두고 증권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실제 삼성전자 주가가 향할 곳에 대한 639만 소액주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공매도 대기자금, 전체 증시 83조·三電 11조 돌파 ‘역대 최대’

1일 헤럴드경제가 금융투자협회 종합통계포털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26일 기준 삼성전자 한 종목에 대한 일간 대차거래 잔액 규모는 11조2507억원에 달했다. 이는 코스피 200·코스닥 150 종목을 대상으로 공매도가 부분 재개된 지난 2021년 5월 이후는 물론,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지난 2009년 이후 가장 큰 액수다.

공매도 부분 재개 후 7조원대 이하에 머물던 삼성전자에 대한 대차거래 잔액 규모는 지난해 11월 8조원대를 돌파해 9조원선을 터치했다. 올해 첫 거래일(1월 2일) 6조7630억원 규모로 시작한 대차거래 잔액 규모는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실적발표-컨퍼런스콜이 실시되기 하루 전인 지난 4월 26일 10조원대를 돌파했고, 주가 7만원 선을 돌파한 지난달 26일 대차거래 잔액 규모는 11조원대마저 뚫었다. 연초 대비 대차거래 잔액 규모는 66.36%나 증가했다.

이 같은 현상은 국내 증시 전체에 대한 하락 베팅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과도 연결돼 있다. 지난달 30일 기준 국내 전체 증시에 대한 대차거래 잔액 규모는 83조1897억원을 기록, 관련 통계 작성을 개시한 지난 2008년 10월 이후 최대치였다. 기존 기록은 83조1620억원(2018년 5월 21일)이었다.

대차거래 잔고 금액에 주목하는 이유는 공매도 수요를 예측할 수 있는 가늠자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무차입 공매도가 법으로 금지돼 있는 국내에선 공매도에 나서기 위해선 대차거래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대차잔고가 증가하면 공매도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신호로 해석된다. 상환해야 할 주식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 감삼에 따른 재고 정리와 가격 반등 등 반도체 업황 반등에 대한 기대가 밑바탕에 깔린 가운데 생성형 인공지능(AI) 훈풍에 삼성전자 주가가 예상보다 급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단기간 내 ‘조정세’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에 투자자들이 ‘숏베팅’에 대거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고 평가했다.

순매수 10조원 vs 대차잔액 11조원

흥미로운 것은 삼성전자 주가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이중적 시선이다.

지난달 삼성전자 주가 상승의 가장 큰 원동력으로는 외국인 투자자의 초강력 순매수세가 꼽힌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올 들어 10조4063억원어치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개인·기관 투자자가 각각 8조4776억원, 1조6468억원 규모로 순매도한 것과 대조된다. 삼성전자 주가가 연초 대비 29.11% 상승한 것이 외국인 투자자 덕분이라봐도 무방한 수준인 셈이다.

다만, 삼성전자에 대한 공매도 대기자금이 11조원 넘게 몰린 것을 두고 다수의 외국인 투자자가 현재 기록 중인 삼성전자 주가가 ‘고점’에 가깝다고 판단하고 조정에 대비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해석도 나온다. 국내 증시에서 발생하고 있는 공매도의 95% 가량은 외국인·기관 투자자가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대차거래 잔액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 실제 공매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모두 공매도로 연결될 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외국인 투자자 사이에서도 삼성전자 주가가 추가로 상승할 여력이 있는지를 두고 갈리고 있는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전히 주가 저평가” vs “급등 후 단기 되돌림”

국내 증권가 전문가들도 삼성전자 주가의 향방을 두고 반대 의견을 내놓는 모양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월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패키징 라인을 둘러보고 사업전략을 점검하는 모습. [삼성전자]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국내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평균치는 이날 기준 8만2909원이다. 연초 5만원 중반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7만원 초반대에 형성 중인 현재 주가를 고려하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하이투자증권이 9만5000원으로 가장 높은 목표주가를 제시한 가운데, 유진투자증권·유안타증권·IBK투자증권·SK증권이 9만원을 목표주가로 잡았다.

최근 급등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주가가 여전히 저평가돼 상승 여력을 갖췄다는 분석도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주가가 업황을 먼저 반영하는 점, 현재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역사적 평균치를 밑도는 것 등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에 주가 조정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삼성전자의 PBR은 1.25배다.

주가의 향방을 최신형 D램 고용량 더블데이터레이트(DDR)5가 가를 것이란 예상도 있다. 주요 수요처로는 데이터센터, 고성능컴퓨팅(HPC)용 서버 등이 있다. 고영민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서버용 DDR5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2분기 반도체 평균판매단가(ASP)의 낙폭이 둔화한다면 DDR5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어 반도체 업종의 주가가 우상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소위 ‘9만·10만전자’에 이르기엔 무리란 지적도 있다. 남 연구원은 “2021년 초 삼성전자의 주가가 강세(장중 9만6800원)를 보인 배경엔 주주환원정책이 있었고,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호재도 작용했다”며 “현재 반도체 업황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큰 상황을 받쳐줄 만큼 하반기 반도체 수요가 드라마틱하게 개선될 것이라 말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주가 상승을 기대할 만한 구체적 숫자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단기 급등으로 인한 조정이 올 것이란 관측도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2분기 후반과 3분기 초반을 지나면서 반도체 업종 주가가 강하게 반등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은 유지한다”면서도 “예상보다 저조한 DDR5 신제품 판매량 속에서 단기 주가급등에 대한 되돌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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