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첫 산문집 낸 이적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꾸준히 하는 것…유머가 영감의 원천”
싱어송라이터 이적이 31일 서울 중구 이화여고 백주년기념관에서 첫 산문집 '이적의 단어들' 출판 기념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영사 제공]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한때 2집에 있는 ‘UFO’ 노래처럼 주로 화를 내며 질문을 했다. 기성세대들에 대한 분노, 기존 시스템에 대한 불만을 신랄하게 질문했다. 지금은 체념과 허탈함이 섞인 질문, 왜 우리 안에 안타까운 모습이 여전히 있는지 계속 묻는다. 이런 내용을 노래에 담으면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나 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에 (팬들이) 위로 받는 듯 하다”

깊이 있는 노랫말과 울림이 있는 멜로디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이적이 첫 산문집 ‘이적의 단어들’을 냈다. 101개의 단어를 꼽아 그에 대한 단상을 짧은 글로 표현했다. 일부는 에세이이고, 또 일부는 픽션이며, 어떤 글은 운율이 느껴지는 시 같기도 하다.

이적은 31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고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아무 데나 펼쳐서 읽어도 리프레시가 되고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상상력에 불을 붙이는 부싯돌 같은 책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가 이 책을 쓰게 된 것은 지난 2019년 출판사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당시 유명인의 에세이가 세간의 관심을 받으면서 여럿 출판사에서 에세이집 출간을 제안받았는데, 선뜻 내키진 않았다. 그는 하지만 “김영사에서 제안한 ‘이적의 단어들’이라는 콘셉트가 신선하게 느껴졌다”며 “쓰다 보니 긴 글보다는 짧은 글이 더 내 이야기를 하기에 적합하다고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글을 지속적으로 쓰려는 동기부여를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키로 했다. SNS를 통해 독자들의 반응을 살피면서 글의 소재를 선택하고 수정도 하는 영리한 방법을 썼던 것. 일부 글이 공개되면서 대중의 관심이 커졌고,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편집자의 선택’으로 꼽히기도 했다. 덕분에 그의 산문집은 출간과 동시에 초판 1만부를 찍었고, 이어 추가 1만부를 증쇄했다.

싱어송라이터 이적(사진 오른쪽)이 31일 서울 중구 이화여고 백주년기념관에서 첫 산문집 '이적의 단어들' 출판 기념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영사 제공]

특히 성공과 지폐, 눈사람이라는 글은 많은 독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성공은 ‘싫은 사람과 같이 일하지 않아도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정의한 짧은 글이며, 지폐는 오랜만에 만난 조카 앞에서 구차하게 지폐를 셀 필요 없게 3만원권을 만들자는 ‘진반농반(진담 반 농담 반)’의 내용이다. 눈사람은 누군가가 정성스럽게 만들어 놓은 눈사람을 가차없이 발로 차버리는 남자친구를 보며 그의 잠재된 폭력성이 두려워 헤어졌다는 여성에 대한 짧은 에피소드다.

그는 “'성공'은 어느 날 후배가 내게 성공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봐서 대답했던 내용인데, 사실 (그 글이) 대중적인 공감을 얻을 줄은 몰랐다”며 “특히 2030 젊은이들이 공감하며 좋아요를 누른 글”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지폐’라는 글에 대해선 “사실 농담 삼아 3만원권 지폐에 대해 얘기했는데, 한국은행에 관련 문의가 급증할 만큼 대중적 관심을 끌었다”며 “3만원권 제작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답변을 듣기도 했다”며 웃었다.

이적은 글을 쓰거나 작곡을 할 때 영감을 주는, 혹은 자신의 인생에 채우고 싶은 대상으로 ‘유머’와 ‘여유’를 꼽았다. 의외의 대답이다. 그는 “최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주로 보는 장르는 스탠딩 코미디”라며 “재밌으면서도 생각할 꺼리를 주는 내용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코미디가 세상을 구원한다’는 말을 믿는 사람 중 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또 “목표를 위해 미친 듯이 달려가다 보면 어느 순간 번아웃이 올 수 밖에 없다”면서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꾸준히 하는 것’”이라며 ‘여유’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AI(인공지능)에 대해선 “인간이 하는 창작 작업이 생각만큼 천재적인 영감에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경험이 반영된다”며 “AI가 빠른 시간 내에 정보처리를 하면 언젠간 사람만큼 창조적인 작업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사람들이 기계보다 정확하지 않다고, 실수를 한다고 해서 단점으로만 작용하진 않는다”며 “기계가 100m를 3초에 달리는 것 보다 인간이 9초벽을 깨는 게 더 의미가 있듯 인간만의 영역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carrier@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