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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출판까지 침범한 AI…저작권 넘어 생존권 위협[생성형AI리스크]
챗GPT 활용 출판 우후죽순…웹소설도 ‘뭇매’
‘파업’ 할리우드 작가들, AI 사용 제한 요구
칼 빼든 EU ‘저작권 현황 공개 의무화’ 추진
지난달 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돌비 극장에서 한 노동자가 장비를 끌며 할리우드 간판을 지나치는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지난 17일 국내 서점가에는 100권의 신간이 동시에 쏟아졌다. 바로 챗GPT, 구글 바드 등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집필한 책들이 한날한시에 출간된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주도한 히든브레인연구소는 사전에 AI를 활용해 책을 출간하고 싶은 사람들을 모집한 후 이들에게 AI 관련 교육을 실시해 각자의 책을 출간하는 데 성공했다.

AI 기술이 경제, 사회 등 전 분야에 영향력을 미치는 가운데 영화계와 출판계 등 창작 영역에서도 점차 파급력이 향상되고 있다. 저작권 침해에 대한 불안감은 물론, AI가 생산한 콘텐츠의 질이 인간의 수준에 이르면서 생존의 위협까지 느낄 정도라는 전언이다.

31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창작과 저술 사이에서 챗GPT를 활용한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아마존에서 챗GPT가 주요 저자 혹은 공동 저자로 등록된 책은 지난 2월 기준 200권이 넘었다. 국내에선 SF 앤솔러지 ‘매니페스토’와 ‘삶의 목적을 찾는 45가지 방법’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AI가 기존 창작물 바탕으로 결과물을 만드는 것을 두고 저작권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국내 490여개 출판사의 모임인 출판인회의는 지난 3월 “대화형 AI 서비스는 방대한 양의 기초 데이터가 필요하며, 한국어 서비스의 경우 더 정확한 콘텐츠 생산을 위해 인터넷상의 국내 출판 저작물 자료가 활용될 수 있다”며 “AI가 기존 창작물을 학습한 뒤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저작권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웹소설 분야에선 이미 AI로 인해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네이버 시리즈의 모 웹소설은 최근 AI로 생성한 표지를 내걸었다가 독자들의 뭇매를 맞고 모두 철회했다. 다른 창작자들의 저작권을 지켜줘야 한다며 독자들이 항의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일부 아마추어 웹소설 플랫폼에선 이미 현실적인 이유로 AI 표지가 흔하게 쓰이고 있다. 기존의 일러스트레이터 의뢰 비용은 100만원을 훌쩍 넘는 데 반해 AI 표지는 비용과 시간 모두 단축해주기 때문이다.

영화계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 할리우드에선 최근 AI 사용이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할리우드 작가 1만1500여명으로 구성된 미국작가조합(WGA)은 지난 2일부터 보수 체계 개편과 관련한 파업에 돌입했는데, 파업 철회 조건 중 하나로 AI 사용 제한을 내걸었다. 이들은 AI를 활용한 대본 작성은 물론, 수정과 재작성을 금지하고, 저작권을 지켜줄 안전장치를 마련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EU)은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해 직접 발 벗고 나섰다. 생성형 AI 기업들이 시스템 개발 과정에서 사용한 콘텐츠의 저작권 현황을 무조건 공개하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한 것이다. 해당 법안은 생성형 AI 프로그램이 저작권이 있는 데이터를 사용할 경우 구체적으로 밝힐 것을 의무화했다. 이 법안은 EU와 각 회원국의 협의를 거쳐 이르면 올해 말 시행될 전망이다. 실제로 이 법안이 시행되면 관련 기업들이 창작 이용료를 부담해야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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