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0일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일식집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와스시 페이스북] |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세계 최대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 엔비디아의 ‘어닝 서프라이즈’와 함께 AI반도체 기대감에 삼성전자 주가도 14개월 만에 ‘7만전자’를 찍은 가운데, 앞서 가진 젠슨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회동이 다시 주목되고 있다. 이날 회동을 기점으로 삼성전자가 메모리 파트너 관계를 넘어 파운드리(반도체 칩 위탁생산) 분야로도 칩 공급을 확대하며 엔비디아와 한층 끈끈한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엔비디아는 2024회계연도 1분기(2~4월) 순이익이 20억4300만달러로 26% 증가하는 등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25일(현지시간) 엔비디아 주가가 24% 상승한 379.80달러로 마감하면서 주가 하루 상승폭 기준으로는 2016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시총 역시 하루 만에 1838억 달러(약 243조원)가 늘어 단숨에 9392억달러로 뛰어올랐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등 4개 빅테크가 속해 있는 ‘1조달러 클럽’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실제로 생성형 AI 개발이 금을 캐는 현장이라면, 이를 구동하는 삽을 제공하는 곳이 엔비디아이다. 같은 시기 삼성전자도 AI반도체에 대한 시장 기대감에 힘입어 26일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며 14개월 만에 ‘7만 전자’ 고지를 밟았다.
이 같은 점에서 이재용 회장과 젠슨 황 CEO가 지난 10일 미국의 한 일식집에서 만남을 가져 이후 양사 협업이 활발하게 전개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둘의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업계에선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사로서 중요성이 높아 이 회장이 직접 만나 관련 대화를 나눈 것으로 보고 있다. 메모리를 비롯한 미래 사업 전반을 대화했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 시장 세계 1위를 기록하며, 글로벌 중앙처리장치(CPU)·GPU 기업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특히 D램 서버 시장을 선도하는 삼성전자는 AI 서버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 개발에 매진 중이다. 엔비디아가 최근 뜨겁게 부상하면서 관련 AI 서버 시장도 확장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선 삼성의 메모리 사업부가 엔비디아를 고객사로 두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자료에 따르면 각종 서버 등에 필요한 메모리에서 삼성의 시장 지배율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은 최선단 기술인 12㎚(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급 공정을 적용해 더블데이터레이트5(DDR5) 제품을 양산, 향후 챗GPT를 비롯한 AI 서버 시장이 확대되면서 대폭 증가할 차세대 칩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메모리 분야와 관련된 삼성과 엔비디아의 협력 수준이 높아질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국내 기업의 반도체 생산라인 모습.[삼성전자 제공] |
주목되는 사업은 파운드리이다. 업계에선 삼성 파운드리와 엔비디아의 반도체 사업 협력 강화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된다. 단순 메모리 칩 공급을 넘어 삼성 파운드리가 엔비디아의 GPU칩 생산을 위탁받을 수 있어야 장기적인 관점의 끈끈한 협력 관계가 구축된다는 지적이다.
엔비디아는 2020년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에 ‘지포스 RTX 3080’ 그래픽카드에 들어가는 GPU 생산을 맡겼다. 당시 엔비디아의 최신 칩이 삼성전자의 8㎚(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파운드리 공정을 통해 양산됐다.
하지만 요즘 엔비디아는 최신 칩 생산을 삼성전자의 경쟁사 대만 TSMC에 위탁한다. 성능 면에서 TSMC가 앞섰다는 업계의 평가가 나온다. 챗GPT용 GPU로 유명했던 엔비디아의 A100, H100 모두 TSMC가 맡고 있다.
엔비디아를 최근 고객사로 확보하지 못한 것이 삼성 파운드리 입장에선 뼈아플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세계 최초 3나노 공정 양산에 성공한 삼성은 관련 공정 칩에 대해 TSMC와 수주전을 진행 중이다.
삼성이 엔디비아를 고객사로 확보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단 분석도 나온다. 젠슨황 CEO와 대만 반도체 회사들의 관계는 각별하기 때문이다. 그 자신이 대만계 미국인이며, TSMC의 창업자인 모리스 창을 ‘자신의 영웅’이라고 부를 정도로 둘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TSMC와 엔비디아가 2025년 양산 예정인 2나노 공정 개발에 협력하고 있다는 점은 삼성을 긴장시키는 요소다. 외신에 따르면 대만 TSMC는 엔비디아·시놉시스·ASML과 협력해 최첨단 파운드리 공정인 2나노 이하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엔비디아는 쿨리소(cuLitho)라는 라이브러리 기술을 통해 기존 리소그래피보다 최대 40배 가량 성능을 높여 관련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업계 관계자는 “GPU 시장은 챗GPT 효과 덕분에 더욱 크게 확장될 것”이라며 “이같은 GPU 시장 확장의 과실을 선점할 수 있도록 삼성이 첨단 기술력을 바탕으로 엔비디아와 비즈니스 관계를 꾸준히 확대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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