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커 스프레이로 'ZOMBRA'라고 그려져 훼손
서울 중구 대신파이낸셜그룹 본사 앞에 설치된 로버트 인디애나의 대표적인 조각 연작 ‘LOVE’ 하단에 래커 스프레이로 칠해진 낙서를 한 시민이 바라보고 있다. 'ZOMBRA'라는 글씨가 적혀있다. [사진=박윤아 기자/yunapark@heraldcorp.com]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서울 명동에 설치된 미국의 유명 팝아트 작가의 조형물이 외국인 소행으로 보이는 낙서가 칠해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6일(현지시간) 대신증권에 따르면 서울 중구 대신파이낸셜그룹 본사 앞에 설치된 로버트 인디애나의 대표적인 조각 연작 ‘LOVE’에 래커 스프레이로 낙서가 칠해졌다.
작품 하단 ‘V’자에 검은색으로 'ZOMBRA'라는 글씨가 적힌 것. 'ZOMBRA'는 최근 을지로와 명동 일대에서 여럿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작품 인근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는 지난 21일 오전 2시쯤 외국인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래커 스프레이를 이용해 해당 작품에 낙서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서울 중구 대신파이낸셜그룹 본사 앞에 설치된 로버트 인디애나의 대표적인 조각 연작 ‘LOVE’ 하단에 래커 스프레이로 낙서가 칠해진 모습. 'ZOMBRA'라는 글씨가 적혀있다. [사진=박윤아 기자/yunapark@heraldcorp.com] |
대신증권은 낙서 흔적을 발견하고,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신고했다.
경찰은 용의자를 특정해 신원 확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용의자로 추정되는 ‘ZOMBRA’라고 불리는 남성은 곳곳에 그래피티를 남긴 뒤 이를 인스타그램에 공개하고 있다. 지난해 말 일본에 그래피티를 남긴 사진을 SNS에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이 작품은 대신파이낸셜그룹이 2016년 여의도에서 을지로로 사옥을 옮기면서 매입했다. 당시 대신증권은 로버트 인디애나 재단에 직접 연락해 작품을 구입했으며, ‘LOVE’ 연작 시리즈 작품이 서울 공개 장소에 설치된 첫 사례였다. 훼손된 작품을 원래대로 복원하려면 로버트 인디애나 재단으로 보내야 하고 추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에상된다.
서울 중구 대신파이낸셜그룹 본사 앞에 설치된 로버트 인디애나의 대표적인 조각 연작 ‘LOVE’에 래커 스프레이로 낙서가 칠해졌다. [대신증권 제공] |
‘LOVE’는 뉴욕 맨해튼과 인디애나폴리스 미술관을 비롯해 유럽, 아시아, 중남미 등 세계 곳곳에 설치돼 있는 유명 작품이다. 연작의 역대 최고 경매가는 411만 4500달러(54억 7000만원)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사유재산에 행해지는 모든 기물 파손 행위는 불법으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라면서 "낙서 행태가 실수로 보기 어려워 조사 후 법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지난해 서울과 인천 등 전국 9곳의 지하철 차량
기지에 몰래 들어가 전동차에 스프레이로 그래피티를 그리고 달아난 20대 미국 국적 남성은 인터폴 적색 수배 끝에 붙잡혀 공동재물손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지난 17일 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고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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