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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란봉투법은 노동 편향의 ‘기울어진 운동장’…제조업 뿌리째 흔들 것”
이동근 경총 부회장 인터뷰
“반헌법·반민법적…협력업체 도산·원청 해외 이전 우려
현대차 4000여 협력사와 단체교섭 직면할수도”
이동근 경총 부회장이 지난 25일 경총회관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노란봉투법은 제조업 전반을 뒤흔드는 악법으로, 통과 때 부작용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찬수 기자]

[헤럴드경제=서재근·정찬수 기자] “노란봉투법은 자동차, 조선, 건설 등 국가 경제의 근간이 되는 제조업 생태계를 뿌리째 뒤흔드는 악법입니다. 법이 통과됐을 때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부회장이 25일 서울 경총회관에서 헤럴드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제2조·제3조 개정안)은 여러 선진국에서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노동 편향의 불합리한 법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산업구조 체계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란봉투법은 크게 ‘사용자 범위를 근로계약의 체결 여부와 상관없이 당해 근로자의 근로조건 등의 결정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력 또는 영향력이 있는 자까지 확대’하고, ‘쟁의에 참여한 노조나 근로자에게 폭력이나 파괴행위로 발생한 것이 아닌 피해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청구를 면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은 지난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해당 법안 본회의 직회부 안건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이 부회장은 “현재 사용자는 근로자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근로계약관계에 있는 자를 의미한다”며 “그러나 노란봉투법에서는 사용자의 범위를 ‘지배결정을 할 수 있는 자’와 같이 애매모호하게 설정했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협력사가 수만, 수천 개에 이르는 대기업을 예로 들며 “현대자동차의 경우 4000여 개의 협력사를 두고 있는데 만일 이들 협력사가 현대차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한다면, 사실상 경영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며 “무엇보다 교섭에 응해야 하는지 기업 스스로 판단하기도 어렵다. 개별 건마다 대응 여부를 검토하는 것 자체가 손실이며 두루뭉술한 법의 허점을 이용한 악의적인 정치 파업에 기업들은 몸살을 앓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부회장은 개정안이 불법행위 시 손해배상책임에 제한을 두는 것을 두고도 “반헌법, 반민법적”이라고 지적했다. ‘위법 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배상 책임이 있다’고 규정한 민법 750조, ‘공동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은 부진정연대채무를 진다’고 규정한 민법 760조와 배치된다는 것이다.

이동근 경총 부회장이 지난 25일 경총회관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노란봉투법은 제조업 전반을 뒤흔드는 악법으로, 통과 때 부작용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찬수 기자]

이 부회장은 “수십 년 동안 공동 불법행위에 대해 연대책임을 지도록 해왔음에도 노동조합의 활동에 관해서는 ‘개인 기여도’를 기준으로 삼아 연대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민법상 취지에 위배되고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부회장은 노란봉투법이 원청기업과 협력사들 간 거래단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예를 들어 협력사 노조의 무리하고 무분별한 교섭을 거부한 사용자가 형사처벌을 받았다면, 원청은 해당 협력업체와 거래를 단절할 것”이라며 “중소 협력업체의 줄도산, 원청기업의 해외 이전이 계속된다면 고용 감소와 국내 산업 공동화 현상 등 부작용은 불 보듯 뻔하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특히 노란봉투법을 “글로벌 기준과 동떨어진 노동 편향의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한국의 노동법은 노조를 보호하기로 유명한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과 비교해도 지나치게 노동 편향적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노사대등의 원칙 아래 대체근로제를 허용하고 있지만, 한국은 예외”라며 “선진국에서 의미하는 ‘파업’은 노동력을 제공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사업장을 점거하는 식의 불법 쟁의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근로자는 ‘파업할 권리’, ‘일할 권리’를 모두 갖고 있지만, 사용자는 부당 노동행위에 대해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다. 심지어 근로 시간을 정하는 문제를 두고도 사용자가 처벌 대상이 되는 게 현실”이라며 “집단적 노사관계를 규율하는 노란봉투법 역시 글로벌 기준과 지나치게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 부회장은 만일 법안이 강행 처리될 경우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노란봉투법은 경제 근간을 위협하는 악법이다. 앞으로 한 달 이내 경제단체와 국회의장을 방문해 개정안 상정 반대를 촉구하고, 읍소할 계획”이라며 “여러 노력에도 야당에서 개정안을 강행 처리한다면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likehyo8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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