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14일 낮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오른쪽 건물 뒤쪽 일부분만 보이는 건물) 앞에 '우리들의 평화와 일상을 돌려주세요' '욕설은 자제해주세요. 평화적인 집회를 원합니다' 등이 적힌 현수막이 보인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 도로에서 1인 시위에 나섰던 60대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일상생활의 평온을 해칠만큼 ‘큰 소음’이라는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울산지법 형사6단독(판사 최희동)은 25일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22년 7월12일께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의 한 도로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며 문 전 대통령의 사저 방향으로 “문재인을 구속하라”고 3차례 외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현장에는 집회신고를 한 다른 시위자들이 함께 소음을 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마을 주민들이 “시위 현장이 시끄럽다”고 신고해 A씨를 비롯한 시위자들이 경찰 수사를 받았다.

법원은 사건 당시 현장을 촬영한 동영상 속에서 A씨가 확성기를 사용하지 않았고, 사저와의 거리가 다소 먼 논밭 인근에서 시위를 벌인 점에 주목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에 반대하는 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7월 17일 낮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에 모여 문 전 대통령 수사, 전직 대통령 예우박탈 등을 주장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

수사기관이 제출한 현장 영상엔 A씨가 확성기 없이 다소 큰 목소리로 외치는 모습, A씨등 시위자가 사저와 마을 주택으로부터 수십 m 이상 떨어진 모습이 찍혔다.

최 판사는 “시위 현장 특성상 비교적 소리가 용이하게 전달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A씨가 큰 목소리로 외친 것이 법 이 정한 ‘소리를 지나치게 크게 낸 경우’에 해당하거나 ‘의사표현의 사유에 한계를 넘어 허용될 수 없는 행위’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A씨의 목소리가 다른 집회 소음에 비해 더 시끄러웠다고 보기 어렵고, 경찰이 당시 소음을 측정하지 않아 소음 정도를 알 수 있는 객관적 자료도 없다”고 밝혔다.

무죄 판결을 받은 뒤 A씨는 재판부에 “일간지 등에 무죄를 공시하길 원한다”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