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선박 교체·환경규제 강화, 3차 슈퍼사이클 트리거 될 것”
우수 인력 확보 놓고 치열한 경쟁 예고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한화오션 제공] |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한화오션의 공식 출범으로 국내 조선업계가 새로운 3강(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 체제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미래 먹거리 시장을 놓고 3사 간의 기술력·차별화 경쟁이 가속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글로벌 시장에서 평균 30주년 주기로 찾아왔던 조선업계의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이 앞당겨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점도 향후 경쟁 구도에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와 같은 조선 호황기에 빅3 체제의 굳건한 유지는 중국 경쟁업체들의 추격을 따돌리고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1위 사수에 긍정적인 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업계 고위 관계자는 “산업은행 산하에서 사실상 공기업처럼 운영됐던 기업(대우조선해양)이 민간화에 성공한 것은 업계에도 긍정적 시그널”이라면서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추격하는 상황에서 한화오션 출범은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과 친환경선 등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은 LNG 운반선 등에서 최고 기술력을 가진 글로벌 4위 조선업체다. 하지만 리더십 부재 장기화로 인해 그동안 주요 선사들과의 가격 협상에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로 인해 다른 업체들보다 낮은 가격에 수주하는 사례가 이어졌고, 지난 2016년부터 시작된 조선업 불황 시기에는 저가 수주 여파로 인해 국내업체들 간의 출혈 경쟁을 유도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한화오션의 출범으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고 저가 수주 논란이 사그라들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삼호중공업 영암사업장 전경. [현대삼호중공업 제공] |
‘3차 슈퍼사이클‘의 본격적인 진입 여부도 조선업계 전체가 주목하는 대목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2차 세계대전 이후 조선업계의 슈퍼사이클은 크게 2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1차 슈퍼사이클 (1963~1973년)은 본격적인 글로벌 무역량 급증과 선박 쇼티지 시기에 일어났다. 이어 2차 슈퍼사이클(2002~2007년)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효과와 글로벌 물동량 급성장에 따른 선박 수요 급증에 따라 발생했다. 특히 2차 슈퍼사이클은 국내 조선업계 역사상 최전성기로 분류된다.
현재 글로벌 조선업계가 활기를 되찾는 것과 관련 3차 슈퍼사이클이 시작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업계 의견이 엇갈린다. 일각서는 글로벌 선사들의 발주 증가와 선가 상승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병목현상이 있었고, LNG운반선 등 일부 한정된 선박을 중심으로만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슈퍼사이클과 같은 흐름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온다.
반면 2차 슈퍼사이클 시기 대량으로 인도됐던 선박들의 연령이 평균 20년에 가까워지면서 노후 선박 수요에 대한 교체가 커지고, 각국의 환경규제가 강화하고 있는 점은 3차 슈퍼사이클을 앞당길 수 있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3차 슈퍼사이클의 진입을 미리 알리는 시그널은 신조선발주량이 중고선거래량을 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 단순히 선박 발주 증가만이 아닌 기존 노후선대의 폐선율이 먼저 상승해야 한다“면서 “이러한 슈퍼사이클 시기를 좀 더 앞당기는 트리거는 결국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가 될 것”이라고 지목했다.
빅3의 차별화 전략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업계에서는 중장기적으로 HD한국조선해양은 기존 상선,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한화오션은 방산 등 각 분야를 중심으로 특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한화오션 초대 수장으로 오른 권혁웅 대표이사 부회장이 LNG를 비롯해 수소·암모니아 등 에너지와 조선을 포괄하는 해양·에너지 전문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점도 주요 차별화 포인트로 꼽힌다.
HD한국조선해양의 경우 조선 3사(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와 엔진기계사업부를 갖춰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글로벌 시황 변화에 따른 맞춤형 대응도 강점이다. 올해 친환경 선박 연료로 메탄올추진선에 대한 발주가 급증하는 가운데 지난달 말 기준 국내 조선사 중 메탄올추진선 수주 실적을 올린 것은 HD한국조선해양이 유일하다.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분야에서의 독보적 기술력을 토대로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 모듈 표준화 기술 확보 등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현재 세계 FLNG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빅3 경쟁’의 전초전은 우수 인력 확보 쟁탈전이 될 전망이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조선업계에서만 생산직 인력 1만2872명이 부족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화오션은 내달부터 연구·설계 등 전 직군에 걸쳐 대규모 채용에 나설 계획이다. 업계 1위 HD한국조선해양은 올 상반기에만 세 차례 채용을 진행하는 등 대대적인 인력 충원에 나선 상황이다. 삼성중공업도 내부 검토가 끝나는대로 대규모 채용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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