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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점도 없이 국가고시 609명 답안지 파쇄...산업인력공단 '불공정 논란' 불가피
4월 23일 '정기 기사·산업기사 제1회 실기시험' 일부 무효
서울 연서중에서 시험 본 609명 답안지 파쇄...'재시험' 불가피
6월 9급 공무원시험에 해당 합격증 필요한 응시생 6월1~4일 재시험
임기 1년여 남은 어수봉 이사장 "그에 상응하는 책임 지도록 하겠다"
고용부, 특별감사 "책임자 문책 등 엄중 조치, 유사 사례 재발 방지"

어수봉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이 23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2023년 정기 기사·산업기사 제1회 실기시험’ 과정에서 발생한 응시생 609명의 답안지 파쇄 사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용훈 기자]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한국산업인력공단이 국가자격시험인 ‘2023년 정기 기사·산업기사 제1회 실기시험’에 응시한 609명이 써낸 답안지를 채점도 하지 않고 파쇄해버리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 탓에 해당 시험에 응시한 609명의 수험생들은 추가 시험을 봐야 한다. 특히 이 가운데 다음 달 14~19일 치러지는 공무원시험에 해당 자격시험 합격증이 필요한 응시생은 반드시 6월 1~4일 중 재시험을 봐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지난 4월 23일 치러진 ‘2023년 정기 기사·산업기사 제1회 실기시험’에서 서울지역 1개 시험장 응시자 609명의 답안지를 파쇄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공단은 정기 기사·산업기사 제1회 실기시험 필답형 채점과정에서 답안지 누락을 인지하고, 자체 조사를 통해 답안지가 파쇄된 사실을 확인했다.

서울 연서중학교에서 시행된 정기 기사 1회 실기시험에는 건설기계설비기사 등 61개 종목의 수험자 609명이 응시했다. 시험종료 후 해당 시험장의 답안지는 포대에 담겨 공단 서울서부지사로 운반됐다. 이후 인수·인계과정에서 착오로 해당 답안지 포대가 공단 채점센터로 인계되지 않고, 파쇄된 것으로 확인됐다.

어수봉 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저를 비롯해 관련 책임자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2021년 3월 임명된 어 이사장의 공식적인 임기는 2024년 3월까지다. 이어 그는 “국가자격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해야 할 공공기관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한 점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공단이 자격검정 관리를 소홀하게 운영해 시험 응시자 여러분께 피해를 입힌 점,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공단은 해당 609명의 응시자 전원에게 개별 연락을 통해 사과하고, 재시험을 치르도록 할 계획이다.

특히 이들 가운데 공무원시험에 응시하는 이들이 자격 활용에 불이익이 없도록 오는 6월 1일부터 4일까지 추가 시험 기회를 제공하고, 당초 예정된 기사·산업기사 정기 1회 실기시험 합격자 발표일인 6월 9일 시험 결과를 발표할 수 있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공무원시험 응시하지 않는 이들도 정기 기사·산업기사 2회 시험 접수에 지장이 없도록 오는 6월 24~25일 추가시험 기회를 제공하고, 응시 미희망자는 수수료를 환불 조치할 계획이다. 추가시험은 응시자의 편의를 위해 6일 1~4일, 24~25일 중 하루를 선택해 응시할 수 있도록 하고, 시험장은 접근성을 고려해 희망하는 지역 내 공단 소속기관 등에서 응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추가 시험과 관련 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해당 시험은 ‘상대 평가’가 아닌 ‘절대 평가’이며, 문제 은행을 통해 4월 23일 치러진 시험과 난이도를 맞출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시험을 치른다고 해도 ‘불공정 논란’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동일한 문제를 출제하지는 않지만, 다시 한번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 만으로도 공정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또, 앞선 시험에 대해 합격을 확신했던 응시자가 재시험으로 불합격한다면 이 역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사고에 대해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공단은 특별감사를 통해 확인된 잘못된 사항에 대해 책임자 문책 등 엄중 조치하는 것은 물론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국가기술자격 시행 프로세스 전반에 대해 재점검해 개선할 계획이다.

한편, 산업인력공단은 지난 2021년 9월 4일 치러진 제58회 세무사 2차 시험을 채점하는 과정에서도 동일한 답안 내용에 대해 다른 점수를 부여한 사실이 밝혀져 ‘불공정’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이후 해당 문제에 대해 재채점을 실시했지만, 이후 진행된 감사원 감사 결과 공단이 문제 표현의 적정성, 정답 시비의 여지 등을 검토하지 않는 등 시험 문제 검증 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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