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프타 가격 급등으로 수익성 타격 고려
LPG 가격 나프타 대비 80~90%
롯데케미칼 여수 공장. [롯데케미칼 제공] |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롯데케미칼이 원재료 다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석유화학 제품을 만들 때 나프타보다 적게 활용된 액화석유가스(LPG)를 구매하기 위해 올해에만 3500억원 이상을 지출했다. 원재료 다변화를 통해 가격 급등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조치이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18일 LPG 수입업체인 E1과 약 2030억원 규모의 LPG 공급 계약을 맺었다. 계약 기간은 올해 7월부터 내년 6월 말까지이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3월에도 E1과 1556억원의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해 올해 들어서 LPG를 구매하는 데 3586억원을 투입했다.
LG화학, 한화토탈에너지스 등 다른 화학업체들도 석유화학 제품을 만들 때 LPG를 사용한다. 하지만 여러 업체 중에서도 LPG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롯데케미칼이다.
롯데케미칼은 여수·대산 공장에서 LPG 사용량을 늘리는 설비 개량도 진행하고 있다. 설비 개량에 롯데케미칼이 투자한 자금은 1400억원이다. 공사가 완료되면 롯데케미칼은 LPG 투입 비중을 최대 50%까지 늘릴 수 있다.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석유화학 업체들은 에틸렌과 같은 석유화학 제품을 만들 때 나프타를 주로 사용한다. 나프타는 에틸렌, 프로필렌 등 다양한 화학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나프타 가격이 한동안 고공행진 하면서 석유화학 업체들은 수익성 측면에서 타격을 받았다. 올해 1분기 기준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에서 나프타 가격 제외한 가격)는 t당 197달러로 지난해(279달러) 같은 기간보다 29.4% 감소했다. 손익분기점인 t당 300달러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최근 나프타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에틸렌 스프레드는 t당 200달러대까지 상승했지만, 여전히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고 있다.
원자재 리스크로 롯데케미칼은 올해 1분기에 영업손실 26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 적자다.
수익성 회복을 위해 롯데케미칼이 주목한 것이 바로 LPG이다. LPG 가격은 나프타 대비 80~90% 수준이다. 특히 난방용으로 주로 쓰이는 특성으로 인해 여름철에 가격이 상당히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같은 양의 나프타 대비 더 많은 에틸렌을 만들 수 있는 등 생산성도 좋다.
원재료 다각화 등에 힘입어 롯데케미칼은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실적 반등을 이룰 가능성이 높아졌다. 애초 증권가는 롯데케미칼이 올해 2분기까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했다. 세계 최대 석유화학 제품 소비국인 중국의 경기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롯데케미칼의 영업이익 예상치는 781억원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초소재와 첨단소재 이익이 원가 하락으로 개선되고 있다”며 “하반기로 갈수록 중국 리오프닝(경재활동재개) 효과가 가시화되는 만큼 이익은 상승곡선에 올라탈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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