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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기업도 돈 없어 은행 찾아”…은행권 ‘대기업 대출’ 경쟁 불붙는다[머니뭐니]
지난 1일 오후 부산광역시 부산항 일대 모습.[연합]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고금리에 따른 이자 부담이 가중되며 전반적인 대출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 대출만큼은 꾸준한 증가세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자금시장 블랙홀로 불리는 한전채 등 우량채권 발행량이 늘며, 은행을 찾는 대기업들의 수요가 더 늘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 은행들 또한 안정성이 높은 대기업 대출을 올해의 주요 먹거리 중 하나로 꼽고 영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우량 채권 발행량 증가 전망…대기업 대출 수요↑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대기업대출 잔액은 114조6700억원으로 전년 동기(87조6300억원)와 비교해 30.9%(27조400억원)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대출의 경우 5.7%(33조원) 증가에 그쳤으며, 가계대출 규모는 3.5%(24조9200억원)가량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채권시장 경색이 극심해졌다. 이에 대체 자금조달 방안을 찾아 은행 문을 두드리는 대기업들의 수요는 늘었다. 올해 들어서는 채권시장이 안정세를 찾으며 회사채 순발행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불안 요소는 여전하다. 한전채, 은행채 등 자금시장 ‘블랙홀’로 불리는 우량 채권 발행이 급증한 영향이다. 업계에서는 우량채권 발행으로 회사채 수요가 줄어드는 ‘구축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구축효과가 본격화되면 대기업의 은행권 대출 수요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해 32조원에 육박하는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충당했던 한국전력은 올해만 이미 약 10조3500억원가량의 채권을 발행했다. ‘역마진’ 구조에 따른 막대한 규모의 적자를 감당하기 위해서다. 지난 15일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을 결정하며 정상화 움직임을 시작했다. 하지만 소폭 인상에 그치며, 올해 누적 적자폭이 5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전채 발행이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은행채 또한 마찬가지다. 올해 2분기 은행채 만기 물량은 총 62조6200억원 수준으로 1분기(48조3600억원)과 비교해 29.5%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여기다 금융당국은 100%로 제한돼 있던 은행채의 월간 발행 한도를 지난 3월 만기 물량의 125%까지 확대했다. 아울러 신청액이 30조원을 넘어선 정책상품 특례보금자리론의 흥행으로 주택저당증권(MBS) 발행 물량까지 증가하며, ‘구축효과’를 부추기고 있다.

실제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에 따르면 대기업의 국내은행 대출수요지수 전망치는 올해 2분기 기준 8(0 이상은 대출수요 증가)로 1분기(3)와 비교해 5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은 “대기업의 경우 실물경기 둔화, 회사채 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여건 악화 우려 등으로 대출수요 증가세가 소폭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같은 기간 중소기업의 대출수요지수는 6에서 0으로 6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가계대출 또한 마이너스 수요를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가계대출 줄고 중기는 ‘불안불안’…은행권, 대기업 대출에 힘 쏟는다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영업 창구가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연합]

은행들 또한 수요가 높은 대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영업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고금리에 따라 가계대출 수요는 점차 줄어드는 상황인 데다, 대출 규모가 가장 큰 중소기업의 경우 연체율 증가 등 부실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대기업 대출 연체율은 0.09%로 지난해 동기(0.23%)와 비교해 0.14%포인트 하락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32%에서 0.47%로, 가계대출은 0.19%에서 0.32%로 각각 0.15%포인트, 0.13%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은행들은 올해 주요 영업 전략 중 하나로 우량차주 위주의 기업대출 강화를 꼽은 상태다. 이에 따른 주요 시중은행들의 대기업 대출 실적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4대 은행 중 대기업 대출 규모가 가장 적은 하나은행의 지난 1분기 말 기준 대기업 대출 잔액(약정 포함)은 22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13%(2조6000억원) 증가했다. 이로써 한 단계 앞서고 있는 신한은행과의 잔액 격차를 4조8000억원에서 3조2000억원으로 좁혔다.

다만 급격히 불어나는 대기업 대출에 대한 건전성 우려도 제기된다. 무역수지 적자 등 경기 악화 신호가 이어지며 주요 대기업들의 영업이익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특별히 대기업 대출의 안정성을 논의할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가계대출도 줄어드는 상황이어서 수익 지속성이 높은 대기업 대출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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