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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장님들 병원에 노트북 한대 한대 놔드려”…라덕연의 ‘꾐’에 넘어간 의사들, 똑똑한 그들이 왜? [유혜림의 株마카세]
라덕연 H 투자컨설팅업체 대표 [연합, YTN 자료]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지난 12일 서울 노원구의 한 병원에 검찰이 들이닥쳤습니다. 이곳은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현직 병원장 주모(51) 씨의 병원입니다.

이날 서울남부지검과 금융당국 합동수사팀은 고소득 의사들을 투자자로 끌어들인 의혹을 받는 주모 씨의 병원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주씨는 주변 의사들에게 라덕연 대표를 소개하고 적극적으로 투자를 제안·권유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에서 끌어들인 투자자들 대부분이 의사·연예인·기업인 등 고액 자산가라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특히, 의사들이 많다고 합니다. '의사 모집책'인 병원장 주모씨가 앞장서면서 가능했던 일입니다.

조선비즈 보도에 따르면, 라 대표 일당은 서울 송파구 시그니엘에 비밀 사무실을 차린 뒤 매월 수천명이 다녀가는 유명 병원장을 상대로 영업했고 의사만 300여명이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재작년 9월 라덕연 대표가 비공개로 진행했던 투자 설명회 현장도 잠시 들어다볼까요. 라덕연 대표가 "원장님들 병원에다가 한 대 한 대 노트북을 다 놔드렸어요(SBS 보도)"라고 말하기도 했네요.

[SBS 보도 갈무리]

참석자 대부분은 적게는 수억 원, 많게는 수십억 원을 투자한 의사들이라고 합니다. 법조계에선 이번 사태로 의사들은 10억~100억원 가량의 손실을 봤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번 사태에서 유독 '의사'가 많았을까요.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그 이유에 대해서 '코로나 수혜'를 언급하더군요.

"코로나 팬데믹 동안 폭증한 신속항원검사로 일시적으로 수입이 많이 늘어서 (의사 업계에서) 돈을 굴리고 싶어하는 수요가 많았다"고 조심스럽게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이번 사태를 둘러싼 여러 해석 중 하나이지만 라 대표 측이 의사를 대상으로 공격적인 모집에 나선 시기와도 시점이 겹칩니다.

의사 업계에선 긴장감이 감돕니다. 검찰은 라 대표를 통해 거액을 맡긴 의사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기도 했습니다.

투자 액수가 비교적 적거나 적극적으로 투자를 권유하지 않은 의사는 소환 통보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는 참고인 신분이지만 통정거래, 시세조종과 같은 불법행위를 사전에 인지했다고 판단된다면 피의자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이번 사태의 뜨거운 화두 역시 '투자업체 고객은 피해자인가 공범인가'라는 문제가 있죠.

[JTBC 보도 갈무리]

씁쓸함을 남기는 장면은 하나 더 있습니다. 의사들 사이에서 입소문까지 타자 개인투자자들까지 라 대표를 찾는 풍경도 벌어졌다는 얘기입니다.

"원장님 말 믿고 투자했는데 빚만 남았다, 의사들이 많이 투자했다고 하니 괜찮은 곳이라고 생각해 거금을 맡겼다" 등 증언도 이어집니다. 일부 개인투자자는 직접 투자 권유를 받고 거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투자를 권유한 의사들도 처벌받을지도 관심이 쏠립니다. 법조계는 투자 방법을 인지했는지, 투자 권유로 수수료를 챙겼는지 여부에 따라 법적 책임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또 라덕연 대표는 "유명 헬스장·병원 돈 세탁 창구로 이용했다"고 언론을 통해서 인정한 바 있죠. 최근 국세청은 주가조작단이 의료·골프·갤러리 등 자금세탁 창구로 이용한 정황을 들여다보며 관련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검찰은 라덕연 대표와 일당의 재산 동결 절차에 착수했습니다. 삼성증권은 병원장 주모 씨에 대해서도 약 18억6000만 원의 가압류 결정을 받아냈다고 하죠. 세무업계에선 이번 사태 과정에서 '병원'이 자금 세탁 창구로 활용됐다는 정황에 적잖게 놀라는 분위기더군요.

아무리 투자 책임은 개인이 진다고 하지만 전문직의 윤리와 전문성이 충돌할 때는 다른 얘기가 됩니다. 전문직이 존중받는 이유는 전문성뿐만 아니라 높은 윤리와 책임이 뒤따르기 때문이죠. 검찰 조사를 통해 진상을 밝혀야겠지만, 주가조작 일당 회계장부에 빼곡히 적힌 병원 이름들이 뼈아프게 다가옵니다.

fo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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