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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의전당vs 더현대서울…‘같은 듯 다른’ 라울 뒤피
프랑스 대표 현대미술작가 라울 뒤피
두 곳에서 동시에 대규모 회고전
도빌의 예시장, 1930년캔버스에 유채, 54 x 130cm © Centre Pompidou, MNAM-CCI/Jacqueline Hyde/Dist. RMN-GP [GNC미디어 제공]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20세기 프랑스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꼽히는 라울 뒤피(1877-1953)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과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나란히 열리고 있다. 대여료는 물론 보험료에 운송료까지 상당한 해외 거장 작품을 동시에 두 곳에서 회고전을 개최하는 것이 상당히 이례적이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우연’이다. 두 전시 기획사가 각각 준비했던 것이 장소를 확정할 때 즈음 드러나 그대로 진행했다는 전언이다. 덕분에 국내 관객들은 라울 뒤피의 다양한 면면을 볼 수 있게 됐다. 한 곳에서는 뒤피 회화의 진면목을, 다른 곳에서는 회화 외에 인테리어, 패션 등까지 살펴볼 수 있을 전망이다.

전기의 요정, 1953년종이에 과슈로 채색한 석판화 © Centre Pompidou, MNAM-CCI/Georges Meguerditchian/Dist. RMN-GP [GNC미디어 제공]
더현대, 퐁피두 컬렉션으로 시선

여의도 도현대서울 6층 ALT.1에서는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관(퐁피두) 소장인 라울 뒤피의 회화 13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 라울 뒤피가 1953년 사망한 후, 그의 부인이 작가가 평생 보관하고 있던 작품 전체를 국가에 기증하면서 퐁피두는 라울 뒤피 최대 소장처가 됐다. 이번 전시는 라울 뒤피 권위자로 꼽히는 퐁피두 수석큐레이터인 크리스티앙 브리앙이 디렉팅 했다.

전시작 130여점 중 55점이… 유화로 구성됐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색감으로 ‘기쁨의 화가’로 불렸던 뒤피를 실감할 수 있다. 그는 인상주의의 영향을 받았지만, 그곳에 경도되지 않았고 후일 야수파나 입체파 등 다양한 작풍을 선보였다. 장 콕토, 기욤 아폴리네르와 함께 아방가르드 미술을 이끌기도 했다.

분홍색 옷을 입은 여인, 1908캔버스에 유채, 81 x 65cm © Centre Pompidou, MNAM-CCI/Bertrand Prévost [GNC미디어 제공]

작가가 활동했을 시기는 1·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암울한 때였다. 미래에 대한 어떠한 확신도 사치스러웠을 그 시기에 작가는 오히려 밝고 화려한 색채로 위로를 전했다. 그런 작가도 2차 세계대전 중 완전히 파괴된 고향의 항구에서 망연자실 했다. ‘검은 화물선들’은 단색조로 항구의 풍경을 묘사한다.

전시는 작가 전 생애를 관통하며 시기별 작품 변화를 느낄 수 있게 구성됐다. 당대 사조의 영향을 받았지만 결국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해 나가는 여정이 흥미롭다.

하이라이트는 1937년 파리 만국박람회 전시장 벽을 장식했던 벽화를 석판화로 제작한 ‘전기의 요정’이다. 퀴리부인, 에디슨, 벨 등 전기와 관련된 110명의 철학자와 과학자를 그려넣은 것으로 이 석판화 시리즈는 385점 제작됐다. 전시에 나온 것은 뒤피가 석판화 제작 이후 과슈로 채색한 유일본이다.

예술의전당은 3곳 컬렉션 '한 자리에'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라울 뒤피전은 니스 시립미술관, 뒤피의 고향인 르 아브르에 위치한 앙드레 말로 현대미술관을 비롯해 뒤피 개인 컬렉션으로는 최고로 꼽히는 에드몽 헨라드 컬렉션 등 3곳의 컬렉션을 모았다.

라울 뒤피, 붉은 조각상이 있는 작가의 아틀리에, 1949 © MuMa Le Havre / Florian Kleinefenn © ADAGP, Paris

출품작 180여점 중 유화는 19점이지만 과슈, 수채화, 드로잉 및 석판화 등 장르가 다양하다. 앙드로 말로 현대미술관이 소장한 그의 ‘자화상’(1945), 작가의 대표작인 ‘붉은 조각상이 있는 라울 뒤피의 아틀리에’(1949) 등이 전시에 나온다. 뒤피는 ‘코르셋 없는 드레스’ 등 당대 혁신적 패션을 이끌었던 폴 푸아레와 협업해 18년 간 1000여 개의 직물 디자인을 생산했다. 전시에서는 뒤피가 제작한 패턴을 활용해 다시 제작한 드레스 17점을 선보인다.

이렇듯 뒤피는 화가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의 작업 세계는 캔버스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일러스트레이션, 실내 디자인, 패션 등 장르를 넘나들며 예술적 자아를 확장시켰다. 전시 총괄 큐레이터인 에릭 블랑고슈르 트루아 미술관 관장은 “회화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총체적으로 뒤피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보여주도록 기획했다”며 “뒤피는 생전 ‘내 눈은 못난 것을 지우게 되어 있다’고 말한 바 있는데 이러한 그의 세계관에 흠뻑 빠져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라울 뒤피, 자화상, 1945 © MuMa Le Havre / Florian Kleinefenn © ADAGP, Paris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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