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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가 무조건 중대재해법 처벌대상 되어선 안돼…취지 맞게 재정비를”
헤경·대륙아주 주최 중대재해예방 산업안전법제포럼
김성룡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강연

“안전보건 예산·인력 책임자로 범위 정해야
CSO 역할도 중요…법령 더 명확히 개선을”
헤럴드경제와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공동주최하는 중대재해예방 산업안전법제포럼 5월 초청강연이 17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가운데 초청연사 김성룡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강연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건설공사 현장의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도입된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법령의 해석과 더불어 집행에 한계가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내년부터 50인 미만(건설업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는 만큼 실효성과 업무 현장을 고려한 법령 개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성룡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7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헤럴드경제·법무법인 대륙아주 공동 주최 ‘중대재해예방 산업안전법제포럼’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논의 현황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서 이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현재 고용노동부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TF 위원장을 맡고 있다. 또 중대산업재해 수사심의의원, 대검찰청 정책자문위원, 대구고등법원 국선변호 운영위원, 한국형사소송법학회 부회장직도 역임 중이다.

김 교수는 “기업 관련 책임자들과 만나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상담을 해보면 ‘사회 전반으로 중대재해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것 같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며 “그러나 50인 미만 영세기업에서는 여전히 ‘남 얘기’라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고 진단했다. 이어 “경영계가 한목소리로 중대재해처벌법을 향한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노동계에서는 여전히 5인 미만 사업장까지 법 적용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사실상 접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의 경우 공사 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을 비롯한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 또는 최고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 위반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내년 1월 27일부터는 50인 미만(공사 금액 50억 원 미만) 사업장도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지난해 1월 법 시행 이후 1년 3개월이 지났지만, 경영계와 노동계의 견해차는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경영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의 대표이사 형사처벌개선(징역하한에서 상한으로 합리화) 등 제재방식과 적용 요건 개선, 안전보건확보의무 명확화, 사업주 의무사항에 대한 인증제 운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중소기업에서는 안전투자비용 지원 확대, 공동안전관리자 지원사업 신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68만개에 이르는 50인 미만 영세기업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기간을 최소 2년 이상 연장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경영책임자를 대표이사로 한정, 처벌 대상에 발주자 포함, 사업주의 현장 훼손·사실 은폐 등 형사처벌 규정 신설,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 규정 삭제(모든 사업장에 적용) 등을 주장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김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바라보는 학계와 경제계, 노동계의 시각이 여전히 다르다”며 “처벌보다 위험성 평가에 초점을 맞춘 법령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세준 기자

김 교수는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경제적 제재'를 선택한 선진국의 사례를 소개하며 중대재해처벌법의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처벌에 무게를 두는 법 시행이 아니라 위험성 평가 등에 초점을 맞춰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줄이자’는 본래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법령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험성 평가를 적정하게 추진하고, 재발방지대책을 수립·시행하는 등 재해 예방을 위한 핵심 사항을 중심으로 처벌요건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다수 선진국에서는 안전보건 미확보 사업의 불법적 이익을 환수하는 경제적 제재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동기를 부여하고, 더 나아가 제재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중대재해처벌법과 비슷한 기업과실치사법을 도입한 영국이 대표적이다. 현장에서 중대재해 예방 의무를 위반해 근로자가 사망하면 이를 범죄로 규정해 상한 없는 벌금을 부과한다.

김 교수는 경영책임자를 대표이사로 한정해야 한다는 노동계의 요구에 대해서는 “실제 안전보건관리에 관여한 사람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대표이사 직책을 달고 있으면 무조건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으며 최고경영자(CEO), 최고안전관리책임자(CSO)라는 명칭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면서 “만약 한 회사의 CEO가 CSO를 고용해 안전보건관리 업무를 전적으로 위임했다면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책임은 CSO에게 물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또 CSO가 경영책임자급의 역할을 부여한 상황에서 오히려 ‘CEO 방관’을 지적받을 수도 있다는 질문에는 “회사의 대표이사가 안전보건관리 업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인력을 관리해야 하므로 CSO 등 전문 인력을 고용하는 것”이라며 “실제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기소 사건과 관련해 재판부 판결에서도 실제 안전보건 관리에 관여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보는 추세”라고 답했다.

likehyo8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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