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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와 예술에 진심”…구찌가 경복궁 근정전에 선 이유 [언박싱]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 근정전 앞에서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의 ‘2024 크루즈 패션쇼’가 열렸다. 근정전은 현존하는 국내 최대 목조 건축물 가운데 하나로 국보 제223호로 지정돼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16일 오후 8시 서울 종로구 경복궁 근정전. 대한민국의 현존하는 궁궐이자 조선의 정궁이었던 경복궁의 단청이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를 대표하는 색깔인 초록·빨간색과 어우러졌다.

타악기의 선율이 시작되자 구찌 ‘2024 크루즈 컬렉션 패션쇼’ 런웨이가 막을 올렸다. 모델들은 근정전의 행각(궁궐 좌우에 지은 줄행랑)을 지나쳐 어도(임금이 지나는 길)를 따라 가며 이번 컬렉션을 선보였다. 구찌가 아시아에서 크루즈 컬렉션 패션쇼를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런웨이 무대로 600년 역사를 지닌 경복궁을 택했다.

16일 구찌 ‘2024 크루즈 패션쇼’가 서울 종로구 경복궁 근정전에서 열리고 있다. [구찌 제공]

쇼의 배경으로 영화 ‘기생충’과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의 음악감독으로 잘 알려진 작곡가 정재일 씨의 음악이 깔렸다.

런웨이 중간중간 한국적인 요소를 가미한 컬렉션이 등장해 눈길을 사로 잡았다. 한복 옷고름을 오마주한 커다란 리본과 한복 치마의 주름을 재현한 스쿠버 다이버용 슈트 치마가 등장했다. 휴양을 떠나는 유럽 상류층을 겨냥해 시작했던 크루즈 컬렉션인 만큼 서핑보드, 스케이트보드 등의 소품과 함께 매치한 스포츠웨어도 눈에 띄었다.

구찌가 16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근정전에서 연 ‘2024 크루즈 패션쇼’에서 한복 옷고름을 오마주한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구찌 제공]

런웨이가 끝나갈 무렵 기생충의 OST인 ‘짜파구리’가 흘러 나와 쇼의 클라이맥스를 알렸다. 행사에는 마르코 비자리 구찌 글로벌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구찌 앰배서더인 가수 아이유, 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를 비롯해 배우 이정재·김희애·김혜수, 미국 배우 시얼샤 로넌·다코타 존슨, 영화감독 박찬욱 씨 등 570여 명의 국내외 유명인이 참석했다.

패션쇼는 유튜브·네이버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됐으며, 동시 시청자 수가 70만명에 달할 만큼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비자리 회장은 “세계적 건축물인 경복궁에서 한국 문화와 이를 가꿔 온 한국인과 연결되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다”며 “과거를 기념하고 미래의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경복궁에서 2024 크루즈 컬렉션을 선보일 수 있어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구찌가 특별히 한국의 경복궁을 런웨이 무대로 고른 이유는 ‘헤리티지’ 때문이다. 구찌는 명품 브랜드 가운데 역사성을 강조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구찌가 위기의 순간에 직면할 때마다 올드 컬렉션에서 영감을 받아 브랜드를 되살렸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경복궁은 대한민국의 역사를 품은 궁궐이자 서울의 심장인 만큼 구찌의 정체성과 잘 맞아 떨어졌다. 헤리티지를 지키면서도 과거와 현대의 조화가 잘 이뤄진 장소이기 때문에 경복궁 근정전을 택했다는 것이 구찌의 설명이다.

구찌는 경복궁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문화 유산을 런웨이 무대로 삼은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앞서 구찌는 이탈리아 피렌체의 피티 궁전과 풀리아에 있는 고성(古城)인 카르텔 델 몬테, 영국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사원처럼 유네스코에 등재된 곳에서 쇼를 개최하기도 했다.

경복궁에서 2024년 크루즈 컬렉션 패션쇼를 개최하기 위해 구찌는 많은 공력을 들였다. 지난해부터 문화재청과 협의해 향후 3년간 경복궁의 보존 관리와 활용을 위한 후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1일에도 행사를 준비했지만, 이태원 참사로 인한 국가 애도 기간에 동참하기 위해 전면 취소한 바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문화유산 훼손 우려에 대한 시선도 있었다. 수많은 인파가 몰린 데다가 목조건물인 만큼 화재 등 훼손의 위험이 뒤따른 다는 지적이다.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도 일부 네티즌들 역시 ‘쇼는 아릅답지만 경복궁이 훼손될까봐 걱정된다’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아울러 패션쇼 이후 진행된 뒤풀이 행사 때문에 밤늦게까지 도를 넘는 소음이 발생, 인근 주민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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