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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븐 없앤 카페, 독서실 복도 소등…4번째 전기료 인상에 자영업자들 “여름 겁난다”
전기·가스료 인상 방침 발표
전기료 인상은 4번째…kWh당 8원
자영업자 울상 “작년 인상에 전기료 이미 20만원 올라”
오븐 없애고, 복도는 소등…자구책 마련
“분할납부 의미 없다”
[연합]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전기료 부담에 오븐으로 직접 구워서 나가던 빵도 이미 없앴어요. 음료 가격을 올리긴 쉽지 않고, ‘카공족’에도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네요.”

정부의 전기·가스료 인상 방침이 적용되는 첫날인 16일, 서울 용산구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이금순(51)씨가 전화통화에서 한숨을 쉬었다. 이씨는 “슬슬 에어컨을 틀기 시작할 시점인데 걱정이 크다. 통상 여름에 50만원씩 나오던 한달치 전기료가 작년에 10만~20만원씩 올랐다”며 “올해도 매달 10만원은 더 나올 것으로 예상해야할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전기료 인상은 지난해 7월과 10월, 올해 1월에 이어 4번째다.

이씨는 이어 “최근 카페 사장들 사이에서 카공족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는 것도 전기료 문제 때문”이라며 “노트북뿐 아니라 전기 킥보드까지 가져와 충전하는 손님들이 종종 있는데 그러면 카페에서 부담해야 하는 전기료 부담이 만만찮게 커진다”고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는 전날 2분기 전기·가스료를 각각 kWh(킬로와트시)당 8원, 도시가스는 MJ(메가줄)당 1.04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정부에 따르면 월 332kWh를 사용하는 4인 가구 기준으로 전기료 부담은 월 3020원, 도시가스는 4431원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전기 사용량이 많은 일반 카페, 스터디 카페, 독서실 등 업주들 사이에서 에어컨을 틀기 시작하는 여름을 앞두고 우려가 나오고 있다. 종로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최모(40)씨는 “저가 카페 프랜차이즈들과 경쟁하는 상황에 음료 가격을 올리기도 쉽지 않고, 에어컨을 덜 키려고 해도 손님이 덥다고 하면 어쩔 도리가 없다”며 “요금을 절감할 방법이 사실상 아예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일찍이 자구책 마련에 나선 이들도 있다. 독서실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김도경(57)씨는 “에어컨을 틀기 시작하는 여름이 되면 전기료는 100만원까지 나오는데, 지난해 전기료 인상 때마다 10만원씩 부담이 늘었다”며 “원격 장치를 도입해 수시로 들여다보면서 책상 전등은 사람이 들어올 때만 켜지게 하거나,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을 때는 복도 불은 꺼놓는 방법으로 전기료를 절감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부담 절감 대책으로 내놓은 ‘분할납부’ 제도에 대해선 반응이 미적지근하다. 이씨는 “전기·가스료 자체를 일정 부분 감면해주는 것이 아니라면 분할납부로 큰 혜택을 볼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며 “어차피 내야 할 요금을 나중에 낸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진 않는다”고 했다. 정부는 소상공인 부담 절감을 위해 기존에 주택용에 한해 제한적으로 운영됐던 전기 요금 분할납부제도를 소상공인과 뿌리기업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6~9월 한시적으로 전기료는 월 요금 50% 이상을 납부하면 잔액을 최장 6개월간 분납할 수 있다.

한편 이번 전기·가스료 인상은 2021년부터 시작된 에너지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한전과 가스공사 적자가 누적된 영향이다. 한전 누적 영업손실은 지난 2021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40조원을 넘어섰으며, 지난해 말 기준 가스공사 미수금은 8조원에 달했다. 다만 이번 인상으로 한전이 줄일 수 있는 올해 적자 폭은 2조3000억원 수준에 그쳐 향후 전기료 인상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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