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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녀들 끼니 거를라” ‘1000원 학식’ 기부한 61학번…재원 마련 고심 대학들
‘천원 아침’ 100만원 기부한 숙대 61학번
22·23학번 손녀들 숙대 재학 중
대학들 저마다 아침밥 재원 마련 고심
숙명여대에서 학생들이 천원의 아침밥을 이용하고 있다. [숙명여대 제공]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풍족할 것 같은 대학생들이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운다니….” 숙명여대 경영학부 61학번 졸업생인 A(80)씨는 숙명여대가 5월부터 시행 중인 ‘천원의 아침밥(1000원 학식)’ 사업에 100만원을 기부했다. A씨의 손녀인 B, C씨는 A씨와 마찬가지로 숙명여대 경영학부에 각각 22학번, 23학번으로 재학 중이다.

A씨는 형편이 어렵지 않아 정작 자신은 재학 당시 끼니를 챙기지 못한 적은 없다고 한다. A씨는 “오히려 요즘에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 대학생들이 많다는 기사를 보고 마음이 쓰여 기부하게 됐다”고 했다.

1000원의 가격에 아침 학식을 제공하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이 인기를 끌면서, 대학들은 저마다 기부금 모금 등으로 재원 마련에 분주한 분위기다. 그러나 대학별 분위기는 다소 다르다. ‘후배들에게 밥을 챙겨줘야 한다’며 졸업생들의 기부가 이어지는 곳도 있지만, 재정 부담으로 내년 사업 참여 여부가 불투명한 곳도 있다.

올해 1000원 학식 사업을 도입한 대학 중에선 기부금 모금을 함께 시작한 곳들이 많다. 이달부터 매일 100명을 대상으로 1000원 학식을 제공하고 있는 숙명여대는 모금 캠페인 ‘송이야, 아침 먹자’를 진행해, 기부자에게 기념품과 감사 카드 등을 선물하고 있다. 숙명여대 관계자는 “동문들의 기부 참여가 많아 사업 운영에 차질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고려대는 앞서 2018년부터 졸업생으로부터 매월 만원 이상 소액 기부를 받아 1000원에 아침밥을 제공해오다, 올해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에 참여해 규모를 키우면서 인원 제한을 없앴다. 경희대는 노동조합, 교수의회장, 교무처장 등으로부터 받은 기부금을 매주 28만원씩 투입해 매주 수요일마다 천원의 아침밥을 무료로 제공한다.

그러나 사업 참여에 따른 재정 부담을 호소하는 대학도 적지 않다. 1000원 학식을 운영하는 예산 대부분은 대학이 부담한다. 학생이 1000원을 지불하면 정부가 1000원, 나머지는 대학이 부담하는 방식이다.

올해 사업에 참여한 서울 소재 A 대학 관계자는 “원래부터 받아오던 졸업생 기부금 독려 문구에 천원의 아침밥 관련 내용을 추가해서 받고 있다”며 “다만 원래 졸업생 기부가 활발한 편은 아니었더터라 기부금이 더 많이 들어오지는 않고 있어, 내년에도 사업에 참여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했다. B 대학 관계자도 “예산 부담에 사업 참여를 고민하고 있던 와중, ‘왜 우리 학교는 도입하지 않느냐’는 학생들 민원이 잇따르면서 결국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한편 1000원 학식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각 대학에서 잇따르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7일 ‘천원의 아침밥’ 사업 규모를 늘려, 올초 41곳이었던 사업 참여 대학을 145곳으로 늘린다고 밝혔다. 이에 서울에서는 연세대·중앙대·이화여대·건국대·동국대·숙명여대, 경기 지역에서는 가천대·단국대·경기대, 대전에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배재대·우송대 등이 천원의 아침밥 참여 대학으로 추가됐다. 지원 대상은 234만명으로 늘었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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