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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삐~’ 지진 감지되면 사이렌…6.5 지진 시 원전 즉각 셧다운 [흔들리는 한반도]
기상청·원안위 고리원전 합동 점검
국가 지진 관측망에 원전 지진 관측소 통합
지진 관측 정확도 위한 검증 협력도
2027년까지 원전 인근 지진 탐지 2초 앞당겨
유국희(왼쪽부터) 원자력안전위원장과 유희동 기상청장이 지난 12일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를 방문해 지진 대비 원전 안전대책 구축 마련을 위한 합동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기상청·원자력안전위원회 제공]

[헤럴드경제(부산)=박지영 기자] 한반도가 흔들린다. 국내에서 대형 지진 발생 빈도가 가장 적었던 동해안 일대에서 올해 들어 연속 지진이 감지되고 있다. 15일 오전 6시27분 강원 동해시 북동쪽 52㎞ 해역에는 진앙 인근 50㎞ 내외 기준 1978년 지진 관측망 구축 이래 역대 최대인 4.5 규모 지진이 발생했다. 대한민국은 지진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을까.

지난 12일 기자가 방문한 고리원자력발전소는 최근 지진으로 긴장감이 맴돌았다. 즉각적인 지진 관측을 위한 장비부터 지진해일(쓰나미)을 막을 차수벽, 비상전력장치 등 지진 대비시설 구석구석에 예측할 수 없는 자연재해에 대한 경각심이 묻어 있었다. 이날 고리원자력발전소를 찾은 기상청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전 지진 관측망 합동 현장 점검’을 펼치고 원전 안전을 위한 기상 분야 협력방안을 발표했다.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등도 참석했다.

▶기상청-원안위 원전 안전 맞손=“삐~ 삐~ 삐~.” 부산 고리원자력발전소 반경 100㎞ 이내 규모 3.0 이상 지진이 발생하거나 원전 내에 규모 4.0에 가까운 지진이 감지되면 원전 주제어실에는 주황색 경고등과 함께 3초간 사이렌이 울린다. 발전소 내 주요 설비를 점검하라는 의미다. 원전에 규모 4.0 이상(지반가속도 0.01g 이상) 지진이 발생할 경우에는 빨간색 경고등이 켜진다. 원전 수동 정지를 위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규모 6.5 이상 강진(지반가속도 0.18g 이상)이라면 고민할 시간이 없다. 원전은 곧바로 ‘셧다운’이다. 원전 곳곳에는 재해 발생 시 방사능 유출 위험을 알리는 신호등도 있다. 원전 내부 유출 시 파란색, 외부 유출 시 빨간색 신호등이 깜빡인다.

양사는 지난 2019년 ‘지진·기상 및 원자력 안전 분야 상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했다. 지난해 12월 유희동 기상청장과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이 경상북도 월성원자력본부에서 회동한 후 협력은 급물살을 탔다. 지난 4월 원전 밀집지를 중심으로 국가 지진 관측망을 대폭 확보, 한 발 빠른 지진 감지와 대책마련을 위해 협력방안을 발표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 사고가 발생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지진과 원전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다. 지난 2월 튀르키예 남동부 가지안테프 일대에서는 규모 7.8의 초강력 지진이 발생했다. 사망자 5만명, 부상자 10만명이라는 막대한 인명피해를 남겼다. 아라비아판과 아나톨리아판이 움직이며 쌓인 저항력이 폭발한 데다 해당 지점의 동아나톨리아 단층까지 영향력을 발휘해 피해가 더 컸다.

환태평양지진대로부터 600㎞ 이상 떨어져 비교적 지진에 대한 문제의식이 적었던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2016년 경북 경주에서 규모 5.8의 지진, 2017년 경북 포항 5.4 규모 지진이 발생한 후 한국도 이제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기상청 지진 관측 현황에 따르면 1993년부터 15일 오전 9시까지 국내에서는 규모 2.0 이상 지진이 총 1911회 발생했다. 국내에서는 연평균 규모 2.0 이상 70회, 규모 3.0 이상 10회 지진이 발생한다. 1978년 국가적 지진 감시 시스템이 구축된 이후 규모 5.0 이상 지진은 총 10회 발생했다. 특히 지난 4월부터 강원도 동해안에서 지진이 급증하고 있다. 이날 지진이 발생한 강원도 동해시 해역·지역에서만 올해 들어 (규모 2.0 미만 미소 지진 포함) 55회 지진이 발생했다.

기상청과 원안위는 정확하고 빠른 지진 관측망 구축을 최우선과제로 삼았다. 위험에 기민하게 대처하면서도 불필요한 원전 가동 중단을 막아 효율성을 확보하자는 취지다. 원안위가 자체적으로 운영 중인 지진 관측망 220개소를 기상청의 국가 지진 관측망에 통합, 정확도와 경보 발송속도를 높이는 것이 목표다. 현재 원전과 도심지 등 집중 감시구역의 지진 탐지시간은 3.4초인데 이를 2027년까지 1.4초로, 2초 단축할 계획이다. 지난 2020년 6월 설립된 국가지진계검정센터가 기존에 구축된 국가 주요 기관 관측소를 찾아 관측정보 적합 여부를 검증할 예정이다. 기존 원안위가 활용 중인 관측망과 별도로 원전 인근 지진 관측정보를 전달해 보다 철저한 지진 대비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지진부터 기후위기까지 협력할 것”=이날 기상청과 원안위는 기존 고리원자력발전소에 구축된 지진 관측망 및 안전대책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했다. 현재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 내에는 발전소와 주요 건물 및 자유장 등 6개소에 지진 감시 계측기가 설치됐다. 계측기에서 지진 발생을 감지한 후 경보가 울리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4초다.

주제어실에는 경고등 외에도 지진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장치도 있다. 고리 2호기 주제어실 오른편 통로로 들어가자 공간을 꽉 채운 캐비닛이 돋보인다. 가운데 캐비닛 안에는 고리 2호기는 물론 다른 원전 지진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컴퓨터가 들어 있다. 컴퓨터에 설치된 프로그램은 발생한 지진이 자연 지진인지, 시설작업에 의한 인공 지진인지 구별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는 지진·해일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됐다. 우선 바다와 가장 가까운 원전 입구에 높이 5m, 두께 1m, 무게 27t의 거대한 차수벽이 마련됐다. 원전 부지 높이 5m를 더하면 해수면 기준 10m 높이의 장벽이 설치돼 있는 셈이다. 지진·해일이 원전을 덮치는 것을 막아줄 보루다. 기후위기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점검도 마쳤다. 원안위 관계자는 “현재 10m 높이 지진·해일까지 견딜 수 있게 설계됐다”며 “기후변화 고려 시 해수면이 60㎝ 상승해도 원전에는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국립해양조사원에 따르면 온실가스 저감 없이 현재 수준의 탄소배출이 유지되면 한반도 해수면은 2050년까지 25㎝, 2100년까지 82㎝까지 상승할 것으로 분석됐다.

고리원전에는 비상상황 발생 시 원전에 전원을 공급할 비상디젤발전기(EDG)도 2대 있다. 대당 외부 주유 없이 7일 운전 가능하다. 자연재해 등으로 원전 내부에 전기가 공급되지 못하는 상황을 대비했다. 침수를 막기 위해 EDG 주변에도 두꺼운 차수벽이 설치됐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원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시설”이라며 “기상청은 일반적 지진 경보뿐 아니라 국가 주요 시설에 대한 조기 경보, 현장 경보 체계를 갖추고 계속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은 “지진, 기후변화 등 원자력 안전과 기상은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며 “기상청과 각종 지진 관련설비를 공동으로 활용하고 긴밀한 소통 체계를 만들어 대비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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