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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만원 치킨 시대 앞두고…“동네 옛날통닭, 포장합니다”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한 옛날통닭집의 메뉴판. 김희량 기자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옛날통닭은 끽해야 만원을 안 넘잖아요. 치즈볼, 콜라, 배달비 이런 거 빼고 퇴근길에 포장해서 먹습니다.”

비싸진 치킨값에 옛날통닭·냉동치킨으로 ‘반사이익’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특별한 기념일이 아니면 치킨을 ‘포장’해서 먹는다고 한다. 고물가로 배달비까지 포함한 치킨 한 마리 가격은 3만원이 낯설지 않은 상황이 됐다. 이에 냉동치킨이나 통닭·PB제품 등이 상대적으로 반사이익을 얻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크게는 반값 이상 차이가 날 만큼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서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페이지에서 확인되는 프랜차이즈 치킨3사 가격 페이지 캡처. 배달료 등 추가비용이 발생가능할 수 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캡처]

13일 현재 국내 3대 치킨 프랜차이즈 중 하나인 교촌은 고물가와 실적 악화 상황을 이유로 지난달 3일부터 치킨값을 최대 3000원을 올려 판매 중이다. 2021년 11월 이후 1년 5개월 만의 인상이었다. 소비자 권장 가격 기준으로 포장 기준 치킨 단품만 봤을 때는 교촌 오리지날 1만9000원(3000원↑), 블랙시크릿콤보는 2만3000원(3000원↑)이다. 배달비용과 음료 등이 더해질 경우 2만원 후반에서 3만원 초반의 가격이 형성된다.

3대 치킨프랜차이즈사가 공통적인 가격 인상 이유로 뽑는 것은 운영비용과 원부자잿값 상승이다. 가격 인상으로 악화된 실적을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올해 치킨업계 첫 가격 인상을 알린 교촌치킨의 영업이익(88억원)은 2019년 8.64%에서 지난해 0.58%로 줄었다. 교촌의 경우 지난해 5174억원의 매출을 올랐지만 매출원가율(82%)로 BBQ나 bhc보다 20% 가량 높다.

시민들이 전기통닭 구입을 위해 줄 서 있는 모습. 김희량 기자

BBQ와 bhc는 교촌보다는 상황이 낫지만 방심할 수는 없다. bbq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641억원으로 5.5% 상승했지만 bhc는 1418억원으로 7.8% 줄어든 상황이다. 2021년 가격을 올렸던 bhc는 현재 1만7000원~2만원, 지난해 5월 가격을 올렸던 BBQ 치킨은 2만원~2만4000원대의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BBQ와 bhc는 현재까지는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2018년 BBQ가 황금올리브치킨 단품 가격을 1만8000원으로 올리면서 배달료 가격 포함 치킨값 2만원 시대가 열린지 5년째인 지금, 육계협회의 가격을 보면 닭고기 값이 크게 오른 건 맞다. 2018년 5월 12일 기준 1590원이었던 육계(대) 가격은 이달 12일 기준 2790원으로 75%가 비싸진 상태다.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치킨에 들어가는 재료 중 하나인 식용유는 2018년(900㎖) 기준 3890원에서 5180원으로 33.2% 올랐다. 밀가루 1㎏은 1280원에서 1880원으로 46.9% 올랐다.

프랜차이즈 치킨의 경우 본사가 가맹점주들에게 ‘치킨용 닭’과 기타 물품 등을 팔고 이후 가맹점주가 배송비, 운영비, 일부 마케팅 비용 등을 추가로 부담하면서 이윤이 발생하는 구조다. 따라서 원부재료 가격 변동만으로 인상의 적절성을 따지기엔 소비자 입장에서는 정보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본사와 가맹점의 수익 구조와 변화 내용을 모르기 때문에 가격 인상이 일부 소비자들에게 더욱 강하게 체감될 수 있는 배경이다.

사실상 필수재인 한국인의 치킨…매장만 약3만개

치킨은 ‘치느님’, ‘국민간식’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만큼 사실상 한국인의 필수재에 해당한다. 2020년 농촌진흥청이 실시한 ‘닭고기 소비 실태 및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0%가 닭고기를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소비했다. 여기에 파는 곳도 많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치킨 가맹점 수는 2만9373개, 브랜드 수는 700여개에 달한다. 전세계 버거킹 매장 수의 약 1.5배에 달하는 매장이 한국에 있는 셈이다.

먹기는 해야 하는데 가격은 비싸진 상황에서 대체재 역할을 하는 통닭이나 냉동치킨의 인기가 늘었다. 가격비교 서비스 다나와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거래된 즉석 가공 및 냉동식품 중 올해 1~4월 가장 눈에 띄게 판매량이 증가한 항목은 냉동치킨이었다. 버팔로윙 등이 포함된 ‘뼈포함 치킨’의 판매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84%, 조리 가능 냉동 ‘순살 치킨’ 판매량도 같은 기간 68% 증가했다.

치킨 관련 사진 [헤럴드경제DB]
‘가성비 치킨’ 주목받던 PB상품·편의점치킨마저 가격↑

가성비 치킨을 내세우는 PB상품들도 마찬가지다. 이마트는 지난해 9월 9980원에 판매하는 생생치킨을 선보였는데 올해 1~4월 치킨류 매출이 전년 대비 171% 오른 상태다. 편의점 치킨의 경우 부위별 판매가 가능해 3000원대~1만원대에서도 치킨을 맛볼 수 있다. 닭다리, 넓적다리 등 부위별 치킨을 구입할 수 있는 CU의 즉석조리 치킨 또한 올해 1~4월 매출이 지난해 대비 58.8% 올랐다.

다만 편의점들도 이달부터 고물가 상황을 이유로 치킨 제품들의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 CU는 이달 기존 2500원에서 2700원으로 인상된 닭다리 제품을 포함 5종의 가격이 5.3~12.5% 가량 인상했다. 세븐일레븐도 즉석조리 치킨 4종의 가격을 이달 18.4%~25% 가량 인상해 판매 중이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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