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TF 8차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은행 비이자수익 확대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비이자수익을 늘리기 위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국한됐던 일임업을 열어주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국내 은행들의 비이자이익 비중이 미국 은행의 절반도 못미치는데, 이를 높일만한 현실적인 방안이 마땅치 않아서다. 금융당국은 일임업 확대 검토와 별개로 벤처투자 활성화, 신탁업 혁신, 투자자문업 활성화 등을 통해 추가 수익원 발굴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비이자이익 비중 12% 그쳐, 벤처투자·신탁업으로 활로 찾아야= 금융위원회는 지난 10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제8차 실무작업반’을 열고 은행권 비이자수익 비중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은행연합회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비이자이익 비중은 12%로 30%인 미국 은행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비이자이익 대부분이 수수료에서 발생하는데, 수수료 대부분이 외환수입수수료 등 기타업무 관련 수수료와 펀드·방카판매수수료 등 업무대행수수료에 쏠려있는 실정이다.

이를 올리기도 쉽지 않다. 외환수입수수료는 대형 증권사·빅테크 등과의 경쟁 심화로 위축될 수 밖에 없고, 펀드·방카 수수료는 고객과의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해외와 달리 계좌유지 등 각종 서비스에 대해서는 무료 또는 원가 이하로 제공 방침을 유지할 수 밖에 없다.

은행들은 벤처투자 확대, 신탁업 혁신, 투자자문업 활성화 등 이미 발표한 방안을 통해 비이자수익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벤처펀드 출자한도가 자기자본의 1%까지 종전보다 2배 상향돼 최대 1조7000억원까지 출자 가능하게 됐다. 투자자문업 확대로 자문형 랩어카운트 등 자문서비스 활성화는 물론 가업승계신탁, 후견신탁 등 새로운 신탁서비스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금융-비금융 융합 촉진 방안에 따라 사업모델 다각화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은행권이 2022년 예대차익으로 인한 이자수익이 급증해 역대 최대 순이익이 예상된다. 4대 금융지주를 비롯한 은행권은 은행들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직원들에게 기본급 300∼400%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다. 벌어들인 수익을 직원들과 나누는 것은 당연하지만, 금리 상승기 국민의 빚 부담이 커진 가운데 금융권만 이자 장사로 배를 불렸다는 따가운 시선도 상당하다. 사진은 7일 오후 국내 4대 은행의 간판. 연합뉴스

▶일임업 넘보는 은행권, 허용범위·차별화 고심= 추가적인 비이자수익 확대를 위해 ISA에만 허용된 투자일임을 확대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면 허용이 어렵다면 공모펀드 및 로보어드바이저 등 까지라도 열어줘 은행 고객들이 원스톱 종합자산관리서비스를 받아야한다는 얘기다. 은행 입장에서는 판매수수료(commission) 중심에서 관리·운용 보수(fee) 중심의 사업모델로 전환하고, 경기변동에 따른 손익 변동성도 완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업권간 갈등은 넘어야할 산이다. 금융투자협회에서는 은행의 투자일임업 허용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은행의 투자일임업 허용시 중소 증권사의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되고 증권업계의 다양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전업주의하에서 금융지주내 겸영만 허용하고 있는 현재 금융시스템의 큰 틀과도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일임업 허용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해야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금융-비금융 융합을 통해 사업모델을 다각화하는 것에 대해 6월말까지 관련 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라며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한 지원, 자문업 범위 확대나 신탁서비스 확대로 인한 준비를 철저히 해달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날 은행권의 요구에 대해 ▷은행에 대한 투자일임 허용에 따른 리스크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관리할지 ▷기존 증권업계의 투자일임과 차별화된 서비스가 가능한지에 대해 추가적으로 검토해줄 것으로 요청했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TF 또는 실무작업반에서 재차 논의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오는 24일 열리는 제9차 실무작업반에서는 고정금리 비중 확대 등 가계부채 질적 구조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해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