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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교·안보분야 큰 변화...국내정치·경제 과제 산적” [윤대통령 취임 1년]
정치-외교안보 전문가 20인의 평가
‘신냉전·신블록’ 세계질서 변화하는 시기
‘한미동맹’ 안보체계 강화 정세대응 호평
체감할 수 있는 경기개선 효과 낮은 점수
대통령실 재정비...파트간 소통·협력 필요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윤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제가 대통령직에 취임한 1년 전 이맘때를 생각하면 외교안보만큼 큰 변화가 이뤄진 분야도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국무회의에서 취임 1년을 소회하면서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헤럴드경제가 국내 정치·외교·안보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평가와 유사한 평가다.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헤럴드경제는 국내 정치전문가 10인과 외교·안보전문가 10인에게 현 정부 1년에 대한 평가를 묻고 향후 고쳐야 할 점, 제언 등의 의견을 받았다. 전문가 성향은 진보·보수·중도를 아우르게끔 구성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3일부터 8일까지 진행됐다. 질문은 외교·국방·사회·경제·정치·문화 등 분야에서 잘한 분야와 못한 분야를 복수로 꼽아 달라고 한 뒤 점수를 부여하고 그 점수를 매긴 이유를 듣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 취임 1년 동안 가장 큰 성과를 보인 분야로 ‘국방’을 꼽았다. 신냉전과 글로벌 블록화로 세계 질서가 변화하는 시기에 한미일을 묶어 안보 협력 강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문화정책 역시 호평을 받았다. K-컬처와 K-콘텐츠의 글로벌 무대 확장을 윤석열 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화’ 분야도 현 정부의 성과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외교·안보전문가…한미일 기틀·북핵 문제 ‘초석’=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가 지난 1년간 한미일 협력과 북핵 문제에 대한 초석을 마련했다고 돌아봤다. 통일부 차관을 지낸 김형석 대진대 교수는 “‘워싱턴 선언’을 통해 북한의 위협을 약화시키고 평화와 번영을 위한 ‘담대한 구상’을 하겠다는 큰 방향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통일연구원장을 지낸 전성훈 K-정책플랫폼 국제전략위원장은 “북한의 핵 위협을 실체적인 위협으로 인식하고 제대로 된 대응 태세를 갖추기 시작한 첫 정부”라고 평가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을 지낸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는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한일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튼 것은 큰 성과”라고 말했다. 외교부 차관을 지낸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우리 외교의 축을 확실히 해서 한미 동맹을 기축으로 한일 관계를 정상화한다는 차원에서 상당히 노력했고 성과도 있었다”고 밝혔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미, 한일 관계와 또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 서방 국가들과의 관계의 틀이 한반도에서 좀 더 넓어졌다”고 봤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한일 관계를 개선하려는 추진동력과 의지는 지금까지 성과를 보고 있는 것”이라며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고 지지율을 깎아먹으면서 인기 없는 대외정책을 원칙에 따라 하겠다는 점은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한미일 3각 공조가 강화되는 반면 얼어붙은 한중·한러 관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성훈 전 원장은 “한미 간 핵 협력 자체가 중국의 핵 문제이고, 러시아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중국과 러시아와 디커플링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며 “섬세한 외교야말로 균형이고 배려”라고 강조했다.

편향적 외교를 지적한 전문가도 있었다.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동맹에 대해서는 ‘선의’로 접근, 동맹 아닌 국가에 대해서는 완전한 적대시가 경제 문제로 번지고 있다”고 지적했고, 전예현 평론가도 “3·1 기념사와 대일 외교 과정에서 보여준 대통령의 모습에서 역사 인식과 철학의 부재가 드러났다”고 평했다.

▶“대북 문제 진전 없어” 지적도=윤 대통령이 언급한 ‘담대한 구상’ 정책이 진전이 없는 부분은 아쉬운 점으로 꼽혔다. 김영준 국방대 교수는 “지난 정권 때 북한 문제를 다뤘던 사람들을 수사하는데 이런 점이 북한에 대화가 아니라 싸우자는 것으로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며 “대북 메시지를 국내외적으로 일관되게 통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형석 교수는 “당국 간 경색돼 있더라도 민간에서 끊임없이 북한과 접촉해 북한 주민의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과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남은 임기 동안 ‘담대한 구상’ 이행을 위한 대화의 모멘텀 마련과 중·러 관계를 재설정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조동호 교수는 “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나 일본, 유럽과의 관계가 강화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지정학적 위치로 볼 때 중·러를 완전히 대결관계로 가져가는 것은 우리 국익에 맞지 않을 것”이라며 “중·러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4년 동안의 숙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한미 정상회담 결과로 채택된 ‘워싱턴 선언’의 후속 조치도 필요하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실제 핵협의그룹(NCG)이나 미국이 약속한 전략자산의 정례적 배치가 실질적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억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조치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제된 메시지 발신과 전체를 보는 전략이 있어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신각수 전 대사는 “과장되거나 불필요한 요소를 배제하고 외교 방향 전환에 대한 국민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여석주 전 국방부 정책실장은 “독도에 대한 영토, 영해, 수호에 대한 정책을 재정비해야 실질적인 대비가 중요하다”고 꼽았다.

윤석열(맨 왼쪽)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문화 분야 ‘GOOD’…국내 정치는 ‘과락’=문화 분야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K-콘텐츠를 장려하는 방향성이 뚜렷하고, 외교적·경제적으로 투자를 유치하려는 노력들이 나왔다”면서 윤 대통령 방미 당시 넷플릭스로부터 25억달러(3조3000억원) 투자 유치를 약속받는 것을 꼽았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문화 분야에 7점을 줬다.

국내 정치 분야에서는 아쉽다는 평가가 많았다. 전예현 시사평론가는 “집권 첫 1년간의 과제인 정부의 철학과 비전 정립에 실패했다. 야당과의 협치는 노력도 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대치 국면만 악화됐다”면서 2점을 줬다. 박상병 평론가는 “국회에서 정치가 실종된 전적인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며 4점을, 신율 교수는 “대통령실과 여당의 ‘말실수’가 잦았다”며 4.5점을 매겼다. 배종찬 소장도 “야당과의 소통이 부족하다”면서 4점으로 평가했다.

경제 분야도 낮은 평가를 받았다. 이준한 교수는 “대통령이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경기 개선 효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나 전세사기 문제도 풀어내지 못했다”면서 0점을 줬다.

전문가들은 공통으로 취임 2년차로 접어드는 윤 대통령과 정부는 야당과의 협치로 국정운영 기조를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병 평론가는 “야당은 대통령의 가장 충실한 국정운영 파트너다. 대통령이 야당과 쟁점 법안을 풀어내면서 정치를 복원시키는 것이 첫 번째 과제”라고 말했고, 장성철 소장은 “야당 대표를 하루빨리 만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통령실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신 교수는 “대통령실 각 파트와 홍보수석실 간 긴밀한 소통과 유기적 협력이 강화돼야 한다”며 “그래야만 말실수로 야기되는 혼란을 줄이고 국민 신뢰를 얻어 정책 추동력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맥락에서 배종찬 소장은 “최고의 국민소통수석을 영입하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성철 소장은 평점을 매기면서 “경제에 대한 두려움이 내년 총선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칠 것 같다. 보수가 경제 이슈를 선점하지 못하는 것은 무능력하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황장수 소장도 “지금 정부는 경제위기를 애써 부인하고 있다. 여러 요인이 총체적으로 밀어닥치고 있는데 위기가 아니라고 하는 것이 더 큰 위기”라면서 경제 분야에 3점을 줬다.

▶1년 ‘이 장면’…‘도어스테핑’ ‘아메리칸파이’도=정치권 안팎이 다사다난했던 지난 1년 임기에서 가장 전문가들의 뇌리에 선명하게 각인된 한 장면을 꼽아 달라고 했다. 각인 장면은 긍정·부정 장면을 가리지 않고 가장 기억에 남은 장면 한 컷을 부탁했다.

신율 교수는 대통령이 노동개혁을 기치로 노조에 ‘원칙적 대응’을 천명한 것을 꼽았다. 신 교수는 “노조에 대한 국민 불만을 짚어줬다는 점에서 지지율 상승 효과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배종찬 소장과 황태순 평론가는 윤 대통령이 국빈만찬에서 ‘아메리칸 파이’를 부른 장면을 꼽았다. “미국과 한국 동맹이 가까워지는 순간”이었다는 평가다.

황장수 평론가는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꼽으면서 “(최근 한일 정상회담 만찬에서의) 윤 대통령, 기시다 총리가 함께 술을 마시고 얼굴이 벌개진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다른 부분도 이렇게 호쾌하게 하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아쉬웠던 장면들과 관련해서는 박상병 평론가가 4·3 추념식에 불참한 윤 대통령이 대구 서문시장을 향한 것, 이준한 교수는 지난해 여름 수해 현장을 찾은 모습을, 엄기홍 교수는 이태원 참사 대응과 일본 강제동원 피해 보상 문제, 3·1절 기념사 등을 꼽았다.

김수민 평론가는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장면을 꼽으면서 “소통을 어떤 때는 굉장히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분위기가 안 좋거나 본인에게 불리한 주제가 나오면 회피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정치부

〈윤석열 정부 1년 평가〉 20인 전문가 명단

김수민 시사평론가, 김영준 국방대 교수, 김형석 대진대 교수(전 통일부 차관),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박상병 정치평론가,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신각수 전 주일대사,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여석주 전 국방부 국방정책실장,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 전성훈 K-정책플랫폼 국제전략위원장(전 통일연구원장), 전영선 건국대 교수, 전예현 시사평론가,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 황태순 정치평론가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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