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석유화학 업체들도 일제히 대정비
석유화학 시황 부진 장기화
“올해 하반기부터 완만히 개선될 것으로 보여”
HD현대케미칼 HPC 공장. [HD현대오일뱅크 제공] |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석유화학 시황이 회복되지 않은 가운데, HD현대오일뱅크의 석유화학 계열사인 HD현대케미칼은 지난해 준공한 에틸렌 생산라인을 지금껏 가동하지 않고 있다. LG화학 등 다른 화학업체들은 정기보수를 통해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시황 악화로 실적이 감소한 만큼 석유화학업체 공장 가동률이 일정 부분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7일 HD현대케미칼에 따르면 충남 서산시에 있는 HPC 공장은 지난해 10월 준공 이후 현재까지 석유화학제품인 에틸렌 생산라인을 사실상 가동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세계 최대 석유화학제품 소비국인 중국의 코로나 봉쇄 여파로 악화된 시황이 현재까지도 회복되지 않은 데 따른 조치이다.
HPC 공장은 에틸렌뿐만 아니라 태양광 패널 소재인 에틸렌초산비닐(EVA) 등을 생산할 수 있다. HD현대케미칼은 수익성을 고려해 에틸렌은 생산하지 않는 대신 EVA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에틸렌 생산라인은 올해 3월 말부터 정기보수에 돌입한 상황이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 “공장 가동이 이뤄지다 정기보수에 들어가면 비용이 생긴다. 공장이 거의 가동되지 않을 때 정기보수를 한 번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LG화학 여수공장 용성단지 전경 [LG화학 제공] |
다른 석유화학 업체들도 비슷한 시기에 공장 정기보수를 일제히 진행하고 있다. 한화토탈에너지스, 여천NCC는 지난달 중순부터 정기보수를 위해 공장 가동을 멈췄다. LG화학 여수공장도 대정비를 준비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체들은 공식적으로 “시황과 관계 없이 정기보수 일정은 이전에 정해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 한 관계자는 “석유화학제품 수요가 많을 때 정기보수를 진행하면 업체들은 손해를 볼 수 있다. 그러니 현재 업황이 좋지 않을 때 정기보수를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업체들은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업체들이 공장 가동에 신중한 태도를 보일 정도로 석유화학제품 수요는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올해 초 리오프닝(경제활동재개)를 단행할 때만 하더라도 업계는 기대감을 가졌다. 하지만 리오프닝에 따른 중국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디면서 석유화학제품 수요 회복 시기는 계속 미뤄지고 있다.
수요 부진에 석유화학업체 실적의 바로미터인 에틸렌 마진(에틸렌에서 원재료 나프타를 제외한 가격)은 t당 200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손익분기점인 t당 300달러를 넘지 못한 것이다.
수익성 악화로 석유화학업체들은 1분기에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LG화학은 올해 1분기 석유화학 사업에서 50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금호석유화학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3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 감소했다. 증권가에 따르면 실적 발표를 앞둔 롯데케미칼은 올해 1분기 1448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석유화학업계는 올해 상반기까지는 실적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달 진행된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시황과 수익성에 대한 방향성을 놓고 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가 저점이다”며 “이후에는 개별 제품마다 차이는 있지만 시황이 완만하게 개선되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yeongda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