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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족살인 후 극단선택...생활고 등 경제적 이유가 32.5%
2013년~2020년 사건 전수조사
서울 노원·인천 미추홀 등서 비극
핵가족화 이후 자녀 희생도 늘어

#1. 3일 오전 서울 노원구 중계동 아파트에서 30대 남성이 아내와 딸을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이날 새벽 5시께 A(33) 씨 아버지 신고를 받고 A씨와 자녀(1세 추정)가 추락해 숨져있는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A씨가 아내 B(37) 씨를 흉기로 찌르고 살해한 뒤 자녀와 함께 추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 경기 평택에선 어머니가 자녀를 살해한 뒤 극단 선택한 사건이 발생해 경찰에 수사에 나섰다. 지난달 인천 미추홀구의 한 빌라에서는 일가족 5명이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경찰은 해당 가족의 40대 가장 A씨가 최근 주식 투자에 실패해 약 5억원의 채무를 지는 등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아내와 5살 아들 등 자녀 3명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뒤 극단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녀 등 가족을 살해한 후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경제 문제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가족 살인을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서 받은 2013년~2020년 자살 전수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자녀 살해후 극단적 선택의 주요 원인으로 집계된 건수들 중 ‘경제 문제’가 가장 많다.

지난 2013년부터 2020년까지 8년간 발생한 자녀 살해 후 자살건수는 160명으로 이중 32.5%가 경제 문제가 원인으로 꼽혔다. 이밖에도 가족관계 문제와 정신건강 문제로 인한 원인이 각각 31.9%, 26.3%로 집계됐다.

전문가들 역시 경제적 문제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산업화로 가족 형태가 핵가족으로 바뀐 뒤 따르는 경제적 어려움에서 자녀도 부모와 함께 희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사회에서 부모가 자녀를 자신에게 귀속된 존재라고 생각해 극단 선택 시 살해하는 것도 배경으로 지목됐다. 최명민 백석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부모가 자녀를 자신에게 귀속된 존재로 보는 경향이 있다”며 “극단 선택을 하고 난 뒤 자녀가 독립된 인격체로 남아도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남은 삶을 영위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살 사건 중 존속살해를 하는 사례에 대한 개별적인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 교수는 “한국은 자녀 살해 후 자살에 대해서 경제적 어려움 정신적 문제 등 논의되고 있지만, 이러한 조사들이 대부분 경찰에게만 맡겨져 있다”며 “예방적 측면에서 ‘어떻게 줄일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집단 간 종합적인 분석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자살이 발생하면 경찰 뿐만 아니라 복지와 의료 전문가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위원회를 개최한다. 왜 이 같은 죽음이 왜 발생했고, 막지 못했는지를 검토해서 예방책을 찾고 정책에 반영한다”며 “충분한 사례 검토를 통해서 예방책을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철 기자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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