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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솔로몬제도 실패의 교훈 [헬로 한글]
공식언어 영어, 유창한 사람은 1~2% 뿐
예산 부족에 한글 보급 1년도 못이어가
서울대 인문정보연구소가 발간한 우리말 교과서를 들고 있는 자빈 루키아씨 [서울대 인문정보연구소 제공]

남태평양의 섬나라 솔로몬제도는 지난 2012년 10월 일부 주에서 한글을 표기 문자로 도입하는 내용의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에 이어 두 번째 해외 한글 보급 쾌거로 소개되며 많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 솔로몬제도에서 한글을 쓰는 사람은 없다.

당시 솔로몬제도의 한글 보급 사업의 핵심은 과달카날와 말라이타 지역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한글 자모를 통해 현지 토착어를 읽고 쓰는 교육을 하는 것이었다. 992개의 섬으로 이뤄진 솔로몬제도는 영어가 공식 언어이긴 하지만,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영어가 유창한 사람은 전체 인구의 1~2%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약 70개 이상의 토착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한글 보급 사업이 진행되던 지역 역시 과달카날주는 카리어, 말라이타주는 콰라에어 등 각각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시범사업은 서울대 인문정보연구소와 유엔글로벌컴팩트 한국 지부가 공동으로 추진했다. 소수 민족의 문해력 향상을 통해 교육 질 상승, 경제 발전과 빈곤 해소까지 해결할 수 있는 선순환을 만들어내는 것이 당시 캠페인의 목표였다. 서울대 인문정보연구소는 교과서를 제작하고 교원을 양성하는 것을 담당했다.

하지만 이 사업은 1년도 채 안돼 좌초됐다. 당시 한글 교과서 제작을 주도했던 이호영 서울대 인문정보연구소장은 가장 큰 원인으로 재정난을 들었다. 그는 “ 교과서를 제작하고, 한글을 가르칠 현지 교원을 양성하는 등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연간 4~5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며 “당시 충분한 재정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지 주민들이 (읽고 쓰기를 배워) 모국어를 보전하려는 의지가 있어야만 하는데 기대와는 달리 한글 자모를 익히려는 주민들의 열의가 그다지 높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프로젝트에 참가했던 솔로몬제도의 영어 교사 자빈 루키아(49)씨는 “한글은 글자와 소리가 일치하는 음성 기호이기 때문에 말라이타 지역의 토착 언어를 표기하는 데 효과적인 문자였다”라고 말했다. 그는 “예산 등 외부 사정 때문에 한글 교육이 중단됐지만, 필요할 때를 대비해 아직 교과서를 가지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교수는 솔로몬제도의 시범 사업 결과와는 상관 없이 솔로문제도 내 토착 언어 발음을 표기하는 체계로서 한글의 범용성은 여전히 매우 높다고 본다. 그는 “당시 솔로몬제도 내 정부 기관과 정부 관계자들로부터 토착어 보호를 위한 지원 요구가 많았다”며 일방적으로 한국이 한국말을 보급 하려다 실패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또 “현지 관계자들은 한글 도입과 함께 한국과의 다양한 문화 교류를 희망했다”고 덧붙였다. 코리아헤럴드=최재희 기자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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