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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상]'뉴발 스니커즈'에 100년 전 건축가 족적이?[한지숙의 스폿잇]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되살아 난 미래 도시 구상
편집자주
지구촌 이색적인 장소와 물건의 디자인을 랜 선을 따라 한 바퀴 휙 둘러봅니다. 스폿잇(Spot it)은 같은 그림을 빨리 찾으면 이기는 카드 놀이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뉴발란스의 새로운 스니커즈 '브로드에이커 시티'.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재단과 협업이다. 미국 건축 거장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1935년에 제시한 이상적인 도시 구상인 '브로드에이커 시티'(오른쪽)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 [뉴발란스·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재단]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패션도 건축이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3월 일본 방문 중 건축가 안도 다다오를 만나 지난해 작고한 유명 패션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 옷을 선물 받고 한 이 말은 원조가 따로 있다.

세계 패션계에 한 획을 그은 프랑스 디자이너 코코 샤넬이다. 샤넬은 “패션은 건축이다. 그것은 균형과 비율의 문제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런가하면 “건축의 시작은 직물(textiles)의 시작과 일치한다”라는 말도 있다. 미술 평론가로도 활동한 독일 건축가 고트프리트 젬퍼(Gottfried Semper, 1803년~1879년)가 건축 이론에 관한 저서에서 쓴 말이다.

인간 삶에 필요한 기본 요소 ‘의식주’의 두 가지인 패션과 건축은 씨줄 날줄이 되어 인류 문명사를 직조해왔는데, 그 만남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패션의 완성이라는 신발에서다.

브로드에이커 시티를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 브로드에이커 시티란 라이트가 1935년에 제안한 극단적 저밀도의 이상도시다. 도시와 농촌을 구분하지 않고 사방 팔방 무한 확장된 형태의 도시 개념이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재단]

뉴발란스의 ‘신상’ 운동화 얘기다. 지난 14일 출시된 이 운동화엔 ‘브로드에이커 시티(Broadacre City)’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었다.

브로드에이커 시티는 미국 의류회사 키스(KITH)가 미국 현대 건축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 1867년~1959년)의 동명의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아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재단과 협업해 내놓은 모델이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건축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 뉴발란스의 새로운 스니커즈. [뉴발란스]

브로드에이커 시티란 라이트가 1935년에 제안한 극단적 저밀도의 이상도시다. 도시와 농촌을 구분하지 않고 사방 팔방 무한 확장된 형태의 도시 개념인데, 광활한 미 대륙 조차 초고층 마천루가 경쟁적으로 올라가는 현대에 와선 현실 가능성이 전무한 허무맹랑한 소리로 들린다. 어쨌든, 당시 라이트가 이 개념을 세상에 내놨을 때는 파격적이고 획기적인 구상으로 호평받았다고 한다.

키스에게 영감을 준 건 당시 브로드에이커 시티 전시회에 등장한 모형이다. 이 모형은 10㎢의 도시를 가로, 세로 각각 3.7m 크기로 축약했다. 위에서 올려다 본 도시 모형은 벽돌색과 올리브색, 짙은 녹색 등이 트랜지스터 집적회로처럼 어지럽게 짜여있다.

현대 건축의 거장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 1867년~1959년).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재단]

뉴발란스 스니커즈는 이 이미지의 바탕색인 벽돌색, 살구색, 올리브 그린 등을 짜깁기 하듯 디자인했다.

지난 14일 일본 도쿄 키스 매장에서부터 단독 판매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날 키스의 수장인 로니 피그가 도쿄로 직접 날아가 본인이 서명한 단 25족의 브로드에이커 시티를 특별 한정 판매했다. 98년 전 미국 도시 건축사에 찍힌 큰 족적이 신발 마케팅에 쓰인 셈이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누구?…아! 낙수장!
낙수장. 보의 한 쪽은 고정하고 다른 한 쪽은 띄운 컨틸레버 구조로 테라스를 폭포 위에 올렸다. 기술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한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재단]

현대 건축의 거장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너무나 유명한 이름이어서 소개하면 입이 아플 정도다. 1936년 미국 펜실베니아주 베어런 산속에 폭포 위에 지은 낙수장(落水莊·Falling Water)은 기자의 기억이 맞다면 한국 초등학교 미술 교과서 한 페이지에 조그맣게 흑백 사진으로도 실렸다. 폭포 바로 위에 집을 짓는다는 대담한 구상과 수직적 폭포수와 수평적 테라스의 완벽한 조화라는 평가를 받는다.(동양의 풍수로 보면 수맥이 대놓고 흐르는 집이니 최악이다. 실제 건축주인 에드거 카프만은 폭포의 따가운 물소리 때문에 시끄러워 살 수 없었다고 한다)

라이트의 작품으로는 제2제이콥스 저택(1948), D.라이트 저택(1952), 프라이스 타워(1956), 베스 쇼롬 유대교회(1955), 뉴욕의 구겐하임미술관(1959) 등이 있다.

건축 거장의 주택, 가격은? 국내 최고 고소영·장동건 집의 전세가 수준
미국 오클라호마주(州) 털사에 있는 '웨스트호프'. 790만달러(약 106억원)에 매물로 최근 나왔다. 현 주인은 부동산 사업가로 2021년 10월에 250만달러(약 33억원)에 사들인 이 저택을 1년 반 만에 3배 가격에 내놨다. [털사월드 갈무리]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건축가 경력 70년간 1000여채 주택과 빌딩, 학교, 공공기관 등을 다작했다. 그 가운데 오클라호마 털사에 있는 대저택이 790만달러(105억 8600만원)에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이 최근 전해졌다.

영국 데일리메일, 털사 지역매체인 털사월드 등에 따르면 오클라호마에 있는 라이트 건축 3채 중 1채인 털사 버밍험가에 있는 웨스트호프(Westhope)가 이같은 액수에 새 주인을 찾고 있다.

웨스트호프는 1929년 라이트가 그의 사촌이자 지역지인 털사 트리뷴 발행인 리처드 로이드 존스를 위해 지은 집이다. 부지 면적 6070㎡(1830평), 건축 면적 3141㎡의 3층집이다. 침실 5개, 욕실 5개가 딸렸다. 바닥부터 2층까지 이어지는 전면 유리 창 등 모두 5200개의 유리패널을 사용해 창문이 풍성하게 달렸다. 수직 기둥에는 라이트 건축 특징 중 하나인 텍스타일 블록(textile block) 으로 장식했다.

미국 오클라호마주(州) 털사에 있는 '웨스트호프'. 부지 면적 6070㎡(1830평), 건축 면적 3141㎡의 3층집이다. 바닥부터 2층까지 이어지는 전면 유리 창 등 모두 5200개의 유리패널을 사용해 창문이 풍성하게 달렸다. 수직 기둥에는 라이트 건축 특징 중 하나인 텍스타일 블록(textile block)이 장식돼 있다. 매도 호가는 790만달러(약 106억원)다. [Sage Sotheby's International Realty 유튜브채널]

건축주 존스는 이 집을 짓는데 애초 4만 달러를 썼다. 이후 1931년 완공 때까지 예산은 10만 달러가 더 들었다. 존스가 1963년 사망한 뒤 털사 지역 건축가인 M. 머레이 맥컨이 사들여 1965년 리모델링했다. 1972년 미국 국립 사적지(National Register of Historic Places)로도 등재됐다.

2021년 10월 부동산 회사를 운영하는 윌리엄 스튜어트 프라이스가 매입해 방수 지붕 설치, 외벽 도색 등 전면 보수를 거쳤다. 당시 그는 250만달러(33억 5000만원)를 주고 매입했다. 불과 1년 반 만에 3배 가격에 매물로 내놓은 것이다.

매도가는 한화로 106억원 정도로, 한국에서 가장 비싼 집인 청담동 아파트의 전세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1920년대 즐겨 쓴 텍스타일 블록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재단]
SF영화의 고전 ‘블레이드 러너’에도 나온 텍스타일 블록(textile block) 저택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걸작 중 하나인 에니스 하우스. 건물 외관에 텍스타일 블록을 풍성하게 썼다. [게티이미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걸작 중 하나인 에니스 하우스의 차고. 건물 외관에 텍스타일 블록을 풍성하게 썼다. [게티이미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건축의 특징으로 프레리(prairie·대초원) 스타일과 함께 텍스타일 블록(textile block)을 꼽는다.

텍스타일 블록은 표현 그대로 마치 직물처럼 패턴화된 블록이다. 라이트가 1920년대 건축에 즐겨 썼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로스 펠리즈 지역에 1924년 지어진 에니스 하우스(Ennis-Brown House)가 대표적이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걸작 중 하나인 에니스 하우스 내외부 모습이다. [KCET 유튜브채널]

에니스 하우스는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에 올라온 동영상으로 랜선 집들이에 초대된 양 내부를 쉽게 볼 수 있다. 할리우드 산 중턱을 따라 고급 주택가에 자리한 이 저택은 인도 타지마할 같은 육중함과 정교함을 자랑한다.

섬세한 철제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LA 전경이 내려다 보이는 마당이 펼쳐진다. 문양이 들어간 텍스타일 블록들이 건물 내외벽, 기둥 등 전체를 휘둘렀다. 마야나 잉카 문명, 혹은 동양의 어느 유적지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동시에 매우 미래 지향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1982년작 '블레이드 러너'에 촬영지로 쓰인 에니스 하우스. [How to Architect 유튜브채널]

워낙 독특해 영화 촬영지로도 애용됐다. 공포영화 헌티드힐, 1982년 리들리 스콧 감독, 해리슨 포드 주연의 SF 명작 ‘블레이드 러너’에도 등장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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