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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멜버른 샌드링엄 석양, 체리호의 낭만..현지인의 핫플 [함영훈의 멋·맛·쉼]
몰라봐서 미안하다 사랑한다 멜버른⑲

[헤럴드경제, 멜버른=함영훈 기자] 리치몬드와 크랜버른, 두개의 로얄보타닉 가든 말고 멜버른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평화로운 소풍터는 또 어디일까. 샌드링엄 해변의 요트와 석양, 체리호의 캠핑과 하이킹 등 매우 많다.

샌드링엄 요트 계류장의 석양과 착한 이 마을 아이들의 플로깅 환경보호 활동
올드치즈팩토리

파켄엄이라는 마을의 올드치즈공장이 유명하다길래, 멜버른 근교노선 기차역에서 버스로 갈아 타고 두 정거장 지나 내렸다. 패스트푸드점과 주유소가 한 구역에 도열한 것 외에 빌딩도 농장같은 랜드마크도 없다. 지도가 가르쳐 주는 방향으로 드넓은 호주를 다시 걷는다.

올드치즈팩토리 주차장. 최소한 3대에 1대는 한국차였다.

▶치즈농원에 “한국차 왜 이렇게 많아?”= 1㎞ 가량 걸어, 치즈공장 & 파머스마켓 주차장에 들어서자 한국 브랜드차가 10대 중 3~4대 정도라도 봐도 무관할 정도로 유난히 많다. 주차장 1열 9대 중 5대가 한국차였다. 인근 버윅은 자동자 딜러들이 밀집돼 있는 곳인데, 한국차의 가격 대비 성능이 좋아 멜버른 도심 근교에서 인기라고 한다.

올드 치즈 팩토리는 19세기부터 스프링필드 와이너리겸 목장이었다고 한다. 1860년대 스프링필드 농가, 주방, 1880년 11월 17일 지은 치즈가공소등 유적을 볼 수 있는데, 지금도 그 기능과 모습에서 큰 변화는 없다.

올드치즈팩토리에 놀러오 소풍객

대형 놀이터와 시크릿 가든이 있으며, 결혼식, 축하 행사, 미술 전시회 등도 연다. 이곳은 버윅 농부의 시장(Berwick Farmer's Market)과 지역 농상공인의 헤드쿼터 역할도 한다.

3월 어느 토요일 이곳에선 로렌과 마르셀의 약혼식, 키안드라와 샤오시의 결혼식이 잇따라 열렸다. 주인인 화가 케이시의 작품 갤러리 스페이스도 있었는데, 그녀는 이민자 혹은 무역선을 그린 바다 항해 작품, 석양과 바다, 난초, 여인, 아빠의 정, 킹코코넛 상인의 건강한 뒷태, 코끼리 등 그림을 전시하고 있었다.

올드치즈팩토리 갤러리
약혼식의 주인공 로렌과 마르셀

해바라기, 나팔꽃 등이 호위하는 잔디밭 위로 가족 나들이객들이 “나 잡아봐라”하며 노닌다. 생과일주스 ‘주서리 호울 푸르츠’를 마시며 초록초록한 그의 싱싱한 표정을 구경한다. 웬만한 관광지 보다 더 힐링이 되는 행복 풍경이다.

▶체리호= 멜버른 메트로 피어역에서 내려 버스로 두 정거장 가면 만나는 체리호수는 바다옆 라군이다. 영화 ‘블루라군’ 할 때, 그 라군(석호)이다. 이곳은 푸른 호수 주변 호변길 초록색 잔디로 소풍하기 좋은 곳이라는 느낌을 준다. 습지와 호수의 밀당 속에 호주의 라인은 S자가 반복된 모습이다.

체리호
체리호 공공캠핑 조리시설

시민과 여행자들을 위해 캠핑을 위한 개방형 공동 휴식 건물, 공공조리시설 등이 잘 갖춰져 있다.

한국인 일행은 멜버른 시민들의 일상 따라하기를 해본다. 마트에서 요모조모 따지면서 가성비 세계최고인 호주산 소고기와 캥거루 쏘시지, 집게와 가위, 안주, 소주유사품, 로스구이 깔개용 호일, 키친타올을 사들고 전철-버스를 환승해가며 체리호로 향한다.

공공 조리용 레인지 버튼을 돌리면 불판에 열기가 올라오고 웬만한 미디엄웰던 수준의 로스구이는 두어번 판갈이를 해도 15분 정도면 해결할 수 있기에, 이 레인지의 불은 20분이 지나면 자동으로 꺼진다. 물론 필요할 때 다시 켜면 된다.

체리호 공공바비큐조리시설. 소주 '찾을수록'은 현지인들이 만든 한국소주 유사품이다.

푸른 라군 주변으로 멜버른시민들이 뛰는 모습을 보며, 한국인 여행자들은 호주산 소주유사품 한 잔에 호주산 청정소고기 구이를 먹는다. 조선의 정극인이 “떠오나니 도화로다, 술병이 비었거든 나에게 아뢰어라, 가벼운 흥얼거림, 느릿한 걸음걸이를 하야...”라는 천국의 전원생활을 노래했는데, 체리호의 이 순간은 정극인의 봄놀이와 모든 것이 비슷하고, 추가로 편리함이라는 문명의 이기를 업었으니 상춘곡의 낭만을 뛰어넘는다.

반팔 차림으로 놀기 좋았던 체리호에 구름이 끼자 늦가을 날씨로 돌변한다. 그래서 현지인들은 미리 준비한 담요를 뒤집어 썼다.

체리호의 날씨는 변화무쌍해서 좀 더운가 싶더니 구름이 끼고 바람이 부니 늦가을 날씨로 변한다. 이미 나들이객은 계획이 있었다. 날씨가 쌀쌀해지자 준비한 담요로 몸을 감싼뒤 놀이를 계속했다. 날이 좋아서, 날이 적당해서 체리호 한나절 캠핑은 모든 것이 좋았다.

▶샌드링엄, 간디 닮은 장애인의 아버지= 다시 메트로 노선을 바꿔 이번엔 노을이 아름다운 곳, 샌드링엄으로 향한다. 멜버른 도심에서 모닝턴반도 가는길 어귀에 있는 해변, 샌드링엄은 현지인들에겐 매우 유명하고, 여행객들에겐 조금 덜 알려진 숨은 보석이다.

멜버른 마천루가 보이는 샌드링엄 해변.

메트로가 아닌 육로 해변길을 이용할 경우 형형색색 방갈로(바쓰박스)가 도열해 인스타그래머블한 사진을 남기는 브라이튼을 거친 뒤, 4~5km만 더 가면 된다. 멜버른 부촌지역 중 차상위급은 되는, 여유로운 사람들이 자연과 함께, 요트놀이 등을 즐기면서, ‘착하게’ 살아가는 곳이다.

알란마셜 기념비

샌드링엄 역에서 내려 해변으로 가는 길목엔 간디를 닮은 한 작가의 흉상과 기념비를 만난다. 그는 바로 이 마을이 낳은 차별철폐,나눔사랑의 작가 알란 마셜이다. 그는 “나는 푸들처럼 점프한다”라는 말로 장애인들이 차별받지 말아야 한다는 당위성과 그들이 갖는 꿈과 열정을 묘사했다.

여유로워 보이는 마을 가옥들, 깔끔하게 조성된 가로수,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알란마셜 동상 주변으로 도열해 마을을 예쁘게 데코레이션 한다.

샌드링엄 요트 계류장에 드리운 석양

▶샌드링엄 붉은 노을과 착한 아이들= 다운타운은 욕심을 내지 않았다. 우리 같았으면, 상가가 바다가까이로 더 붙으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끝내 백사장 면적이 줄어드는 우를 범했을 텐데, 샌드링엄은 다운타운에서 몇 백m 걸어야가 해변이 잘 보이는 구릉지를 만난다.

절벽 보다는 완만한 이 구릉지는 자연이 만들어 놓은 것이다. 견주와 강아지들이 함께 나오는데, 사람들이 여유있어 그런지, 개들도 여유가 있다. 특이한 것은 견주는 바다로 공을 던지고 샌드링엄 개들은 바다로 30m 가량 헤엄쳐 그 공을 집어온다. 세계 어떤 마을에 가도 보기 힘든 놀이풍경이다.

아이들이 재활용 쓰레기 봉투를 들고 나타났다. 그리고는 길고도 긴 마을 백사장과 사구형태에 나무들이 자란 백사장 숲 사이사이의 쓰레기를 보물찾기 하듯 발견해 쓰담쓰담(쓰레기 담기)하고 있었다. 너무도 존경스러운 아이들이다.

시베리안 허스키 “시베리아에서 멜버른 샌드링엄까지 누가 날 데려왔을까”

아이들과 함께 요트계류장 너머로 지는 환상적인 샌드링엄의 붉은 노을은 보람과 행복을 품고 있기에 더욱 환상적이다.

멜버른 시티로 귀환하는 동안, 붉은 노을은 '찾아가는 태권도 교습' 업무를 마치고 도심 숙소로 향하던 한국인 워킹홀리데이 대학생들의 보람찬 표정에도 드리워져 있었다. 〈계속〉

멜버른 근교 한적한 곳까지 데려다 주는 메트로

▶멜버른 여행 글 싣는 순서= 〈3월18일〉 ▷호주 멜버른 감동여행, 몰라봐서 미안하다 사랑한다 ▷멜버른 문화·예술·축제의 중심 V미술관·F광장 ▷질롱, 빅토리아주 2대 도시의 한국사랑 〈3월19일〉 ▷캐세이퍼시픽 특가로 호주여행..팔방미인 멜버른 여행 리스트 〈3월21일〉 ▷추억을 싣고 청정지역을 달리는 ‘퍼핑빌리 증기열차’ ▷그레이트 오션로드① 멜깁슨이 반한 ‘이곳’…남극의 파도와 서핑·코알라가 반긴다 ▷그레이트 오션로드② “파도의 침식이 빚어낸 웅장함”…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포트켐벨 ▷다채로운 멜버른을 몰라봤다 ‘미안하다, 사랑한다’〈지면〉 ▷옛 영화 한 장면처럼...추억 싣고 나무다리 달리는 증기열차〈지면〉 ▷남극 바람이 말을 걸어오는 곳, 그레이트 오션로드〈지면〉 〈3월24일〉 ▷멜버른, 호주에서 가장 핫한 도시..메리어트 1000번째 호텔 호주 첫 리츠칼튼 멜버른 등장 〈3월28일〉 ▷이민박물관에서 울던 원주민 여학생 ▷세상 어디에도 없는 필립섬 펭귄들의 밤 퍼레이드 ▷금광 노동자 영혼 깃든 퀸빅토리아 시장 〈4월6일〉 ▷샘해밍턴 “멜버른엔 하루에도 4계절 있다” ▷산꼭대기 노천 온천의 감동, 모닝턴 매력 벨트 〈4월12일〉 [도심 랜드마크 여행] ①“멜버른 탐험 플린더스 역으로 가라” ②에펠탑·런던아이 닮은 멜버른 명물들 ③“열공 불가피” 웅장한 멜버른도서관 〈4월20일〉 ▷멜버른 골드러시 시간여행, 그램피언스 에코투어 ▷캥거루 호주머니가 있어서 호주라고?-호주에만 사는 동물 만나는 곳 ▷호주 제1도시 비상 목전, 멜버른 풍선여행 〈4.27〉 ▷신비의 붉은 모래..멜버른 두 개의 로얄보타닉 가든 ▷멜버른 샌드링엄 석양, 체리호의 낭만..현지인의 핫플 ▷멜팅 멜버른, 누구든 맞는 음식, 커피천국, BYO술문화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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